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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대훈 Jul 29. 2023

기억의 기준점에서, 여행의 기술

세계 100개 도시, 뚜벅이의 필드워크, 8

쿄토 청수사, 기억의 랜드마크 

네이버 블러그에 ‘강대훈의 마케팅 다이어리’를 쓰고 있다. 15년 동안 마케팅에 관한 3,654개의 글을 썼다. 대부분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업무 관련 칼럼들이다. 별도의 블러그 마케팅과 이웃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고맙게도 블러그 이웃은 2,355명이며, 백만 명이 넘는 1,152,787명이 방문해 주셨다. 이 덕분에 잊고 있었던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하루는 아래와 같은 편지가 와 있었다. 


https://blog.naver.com/dowsers


안녕하십니까.

쿄토 청수사 앞에서 뵜던 류ㄷㅇ 학생입니다.

블로그에 유용한 글들 잘 읽었습니다. 특히 커피 한잔과 더불어 교수님의 감사한 말씀에 대한 글도요^^ MK택시의 최병홍 비서님과는 출장 중으로 인해 통화를 하지 못했지만, 목소리가 아주 아름다우신 여성분과 잠시 통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교수님의 MK택시 탐방기를 읽고 체험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대신, 교수님 말씀의 뉘우침으로 다음날 오사카 비즈니스 이노베이션센터 박물관을 방문하여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메이지 시대부터 오사카의 상업을 일으킨 105여 명의 인물을 시대순으로 꾸민 박물관이었는데 산업발전의 흐름과 기업가 정신에 번쩍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은퇴 후 자원봉사 겸 근무하신다는 할아버님이 기업가 정신을 수차례 강조하시고 자신감 넘치는 설명에 3시간 동안이나 머물었습니다. 

며칠 전, EIC이사회를 만나 교수님과 함께 했던 경험을 얘기하였더니, 교수님과 간단한 다과라도 할 수 있는 시간을 잡을 수 있는지 여쭤보았습니다. EIC(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학생연합 경제경영 동아리, http://www.fki-eic.org/)는 각 코스로 이루어지며 현 이사회는 다음 달부터 시작될 9기 교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무척 바쁘신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교수님의 좋은 가르침의 시간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기억의 기준점, 사적인 랜드마크

 

그 학생을 만난 날, 교토에 일이 있었다. 

낯설지 않은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기억의 기준점으로 가는 곳이 있다.

 

홍콩 침사추이의 청킹맨션에 가면 영화 첨밀밀, 중경삼림, 영웅본색의 장면들이 겹겹이 떠오른다. 파리에서 스톱오버를 할 때면 몽마르트 언덕, 런던에서는 러셀 스퀘어들이다. 그 도시의 그 장소에 도착하면 가난했지만 호기로 왔던 청춘이 지금의 시간과 겹쳐진다. 그 기억을 지키고 있는 공간에 대한 감사에 안도, 유한한 삶에 대한 아련한 감정이 복합된다. 

천년고도 교토에 있는 청수사도 내가 처음 만난 이십 대 청년 시절이나 지금이나 그다지 변함이 없다. 울창한 산에 들인 호쾌한 목재 건축이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이후 교토를 열 번 이상 방문했다. 오늘 아침에도 산책 삼아 일찍 청수사에 갔다. 주차장에서 본전으로 올라가는 2km 정도의 골목길에 전통의 노포들이 늘어서 있다. 교토 명물인 교토센을 파는 상점, 기념품 가게들 사이에 떡집과 찻집이 있다. 아침 커피에 달달한 앙금이 들어있는 찹쌀떡이 먹고 싶어졌었다. 



(청수사. 이미지 flichr)



너무 이른 시간이었을까? 틈틈이 들렸던 진공관 앰프에 에냐의 연주를 들려주던 찻집은 문을 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다른 가게를 찾고 있는데, 길 벤치에서 한국어로 된 관광 안내서를 열심히 보고 있는 청년이 눈에 띄었다. 

 

D대학 경영학과 4학년생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배낭여행을 왔다고 한다. 그는 안내서를 펴 보이며 청수사를 보고 내려가는데, 연인 바위를 빠뜨리고 가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도 대부분의 여행자가 하듯이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대로, 책이 짜준 일정대로, 열심히 도시 명소를 찾아다니는 학생이었다. 다음 일정을 물었다. 배낭족 그 차림으로 버스를 타고 걸으며 또 다른 관광지를 다니겠다고 했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식으로 다녀보았지만, 무엇인가 채워지지 않았다고 했다. 

 

“ 무엇인가 막연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말에 혼자 온 여행자가 굳이 ‘연인바위’까지 찾을 것까지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컨설턴트의 본능이 살아났다. 그렇다면 여행방법을 알려주지! 학생에게 차 한 잔을 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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