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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대훈 Aug 08. 2023

342년 전 사변. 서인 지역에 남인 추모제

세계 100개 도시, 뚜벅이의 필드워크, 14


조선의 개혁 사상가, 백호 선생 추모제 

 

’산성마을신문‘이 주관한 마을 사진전이 있었다. 이기전 대표, 오수남 위원, 엄미희 국장을 비롯한 마을 사람이 마을 사적을 답사하며 찍은 사진을 출품했다. 이런 활동을 통해 토박이도 몰랐던 지역의 역사가 알려진다. 산성동 사람들은 '마을 만들기'를 위해 전문가를 초청하고, 지역에 오래 살고 있는 분들을 찾아 인터뷰했다. 이런 작업이 마을의 가치를 발견하게 한다. 이기전 대표는 월간 토마토의 발행인 이용원 대표가 집필한 ’대전여지도‘에 영감을 받아 산성동의 이야기를 담은 ’산성동 마을 이야기‘를 편찬했다고 했다. ’대전여지도‘는 탄생과 소멸, 번성과 쇠락을 겪는 대전의 도시공간에서 잊혀가는 주민의 기억을 남겨 놓은 지역사의 역작이다. 

 

이 산성동 사람들이 백호 윤휴 선생의 추모제까지 지내고 있었다. 

 

초대의 글)

잊혀진 대전의 인물 백호 윤휴 선생 342주기 추모제를 지역민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백호 선생은 조선 후기 당시 사상에 얽매이지 않고 양반의 특권을 내려놓는 개혁으로 백성의 아픔을 같이하고자 했던 시대를 앞서간 진정한 개혁가이며 선구자이다. 백호 윤휴 선생 추모제추진위원회에서는 윤휴 선생의 업적이 후대에 잘 알려지지 않아, 이번 342주기 추모제를 통하여 백호 윤휴 선생의 공적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백호 윤휴선생의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지속적인 사업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추모제에 참석하시어 응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백호 윤휴 선생추모제 추진위원회 위원장 이기전 올림 ※일시 2022년 5월 20일 11시(사정동 묘역)

 

백호 윤휴 선생이 경신환국의 정변으로 사사(賜死)된지 300년이 넘었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언급을 꺼리는 인물이었다. 백호는 조선 후기의 학자로서, 사헌부대사헌, 이조판서, 의정부좌찬성 등 주요 관직을 지낸 정치인이자 사상가이다. 그는 신분제를 타파하여 부국강병을 이루고자 했던 개혁가였지만, 조선시대 유일사상이었던 주자 성리학에 대해 독자적인 해석을 함으로써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렸다. 남인의 거두였던 백호는 같은 시대에 현재 대전지역인 회덕을 본향으로 한 서인의 대표 인물인 우암 송시열과 격렬한 예송 논쟁의 대척점에 있었다. 결국 백호를 비롯한 남인(南人) 일파는 서인에 의해 대거 축출되는 경신환국(庚申換局)의 변을 당하게 된다. 1617년(광해군 9년) 출생의 백호는 본관과 출생지, 성장지에도 대전과 인연이 없으나. 19세에 안동 권씨 권첩의 딸과 결혼 이후 공주 유천(지금 대전의 변동, 도마동, 유천동 추정)으로 이주하여 7년 정도 대전에 살았다. 이때 송시열, 송준길, 이유태, 유계, 권시, 윤문거,윤선거등 서인들과 교유하게 된다. 그렇게 청년시절, 좋게 만난 그 인연이 뒷날 사변이 되었다. 그의 무덤은 고향인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에 안장되었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1970년대에 대전시 중구 산성동으로 이장되었다. (참고, 대전광역시 블러그. 위키백과 참고)

 

그런데 이 산성동 사람들은 백호 선생이 산성동에 이장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대전 사람으로 추존하고 엄청난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서인의 거두 우암의 본향인 대전에서 말이다. 이처럼 역사의 선상에 있는 사람의 일들은 당사자가 죽었다고 끝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역사의 과제가 지난날에 대한 성찰과 ’치유와 화해‘라고 하면 이 같이 귀한 추모제는 없다. 

 

(남인을 대표하는 백호 윤휴는 같은 시대를 살았던 서인의 거두 우암 송시열과 격렬한 사상투쟁, 예송논쟁의 대척점에 있었다. 그런데 산성동 사람들은 백호 선생이 산성동에 이장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서인의 본향에서 백호를 대전사람으로 추존하는 엄청난 일을 벌이고 있다. 서인이 집권한 왕조시대였다면, 피바람이 몰아쳤을 수도 있는 일이다. 사진 제공, 이기전 산성마을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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