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도시를 만들어야 하는가? 6
새는 알을 까고 나온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은 다른 한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데미안, 헤르만 헤세)
첨단 기술 이상 중요한 예술과 미학
93대전엑스포 이후 민선 8기는 도시를 재설계할 기회를 맞는다. 민선 7기로부터 넘겨받은 혁신도시, 도시철도 2호선 트램에, 민선 8기의 핵심 공약인 산업용지 확충과 투자청 설립, 항공우주산업을 비롯한 방위산업, 나노반도체, 바이오, 헬스케어등의 전략산업의 육성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나하나기 굵은 사업들이다. 그래서 목표 자체에 파격, 과업을 이루는 방식에 혁신이 필요하다.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어서 첨단 트랜드도 언젠가는 구식이 된다. 그래서 시대를 깨뜨리는 초현실, 해체주의 같은 예술 개념에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
대전시립미물관에 백남준의 1920년 대 작품 ‘프랙탈 거북선’이 전시되어 있다. 몸체는 348대의 낡은 브라운관 TV와 전화기, 축음기, 폴라로이드 카메라, 토스터, 라디오등을 모아 붙였 만들었다. 박제 거북이는 회로로 연결한 화면을 통해 우주로 유영하는 ‘거북선’으로 변환한다. 이 거북선의 작가. 백남준은 1959년 11월 독일 뮌헨의 갤러리22에서 피아노를 도끼로 내려치는 것으로 연주를 대신했다. 구체제와 권위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한 것이다. 우리가 사는 시대에는 이러한 파격, 혁신이 시대의 맥락(Context)를 이끈다. 그가 이끌고자 했던 컨텍스트의 도구는 어이없는 공연이었지만, 그 파격이 시선을 모으고 화제를 만들었다. 마케팅 세상에서는 놀라운 것을 저지르면 미디어가 주목한다. 고대 바빌론에서 네옴시티까지 이어지는 세계의 도시들이 초현실적인 전위적 실험을 하는 이유는, 새로운 쟝르를 만드는 위태한 도전이 세상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투자를 촉발하여 도시를 혁신의 시장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범선이나 기선으로 바다를 항해하던 시절, 비행기를 만들고 대서양을 건너는 도전은, 백남준이 피아노를 도끼로 내려치는 것 같은 행위였다. 우리가 음계에 맞추어 건반을 두둘기는 것으로 시대를 열 수 없다.
도시의 시간, 20년, 100년, 그리고 천년, 이천년
도시는 법적으로 20년에 한 번씩 도시기본계획을 손질한다. 도시를 관리하는 법률 이상. 설치한 도시 구조물을 경제적으로 사용하는 실제적인 내용 연수는 30년에서 50년이기 때문에, 도시를 몇 번 고쳐 쓰면 금세 100년이 간다. 현재에 개발하는 도시도 얼마 되지 않아 금새 구형이 되는 자동차처럼, 30년 후, 내 나이 160살이 되는 100년 후에는 구식이 된다.
그래서 나는 '도시는 100년 단위로!' 라고 말한다. 100년을 제대로 설계하고 작동시키면. 한번 구동되는 플라이휠은 1000년을 향해 돌아간다. 이렇게 돌아가는 도시를 고치고 개량하면서 재창조하면 이스탄불(İstanbul)처럼 문명을 교차하면서도 2000년 이상을 사용할 수 있다. 지금 앞서고, 세상을 선도하는 것이 있다고 해도, 세월이 지나면 복고(Retro)가 된다. 그래서 이 도시가 혹 쇠락할지라도 최고의 빈티지가 될 수 있도록 명품개발을 해야 한다. 명품이 다시 때를 만나면 뉴트로(New+ Retro)가 된다. 그래서 예술과 미학은 첨단 기술 이상 중요하며, 도시는 다음 세대를 위해 앞서 짓는 것이다.
* 표제 이미지(대전시립미술관,백남준전)
(대전시립박물관에 있는 프렉탈 거북선. 한 어린아이가 예술가 백남준이 1993년 대전엑스포를 기념하여 재생조형관에 설치한 작품을 배경으로 걸어가고 있다. 나는 이 장면에서 상징적인 느낌을 받았다. Fractal은 작은 조각 또는 세부 모양들이 반복적으로 전체 구조에서 되풀이되는 기하학적 형태를 말한다. 우주의 사물들은 얼핏 무질서하고 복잡해 보이지만 일정한 규칙에 통일성을 지닌다. 삶의 생노병사, 문명의 흥망성쇠 역시 프랙탈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만든 문명의 부침, 역사의 원시반본 속에서도 영원을 상징하는 거북이와 아나로그와 디지털의 질료를 통해 구원을 상징하는 거북선이 우주 공간에서 이리저리 헤엄을 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