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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대훈 Sep 28. 2023

대전의 길, 알렉산드리아 카페에서

도시는 어떻게 브랜드가 되는가, 맺는 말. 1

        

삶의 스승이신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나의 도시학은 역사 탐구와 여행을 좋아하시는 아버지 것이다. 산책하시고, 차량으로 드라이브를 하셔도 못 보던 건물, 새로 난 길, 공사를 하고 있는 단지가 나오면 꼭 한마디씩 하셨다. 이러쿵저러쿵! 오랫동안 들었던 아버지의 정겨운 품평과 역사 강의가 이 책의 시각이 되었다.    



(30년 전 29살 시절, 동경에 머물고 있을때, 아버지가 오셨다)



도시들의 행진과 대전의 길 


알렉산더는 말을 달리는 방향으로 도로를 만들었다.  군단 숙영지는 도시가 되었다. 병참을 공급하는 상공인과 전쟁으로 발생한 난민과 노예, 병사와 혼인한 현지인을 머물게 하고 정착시켰다. 이렇게 왕은 자신의 원정길에 70개의 도시, 알렉산드리아를 건설했다. 그래서 그의 동방 원정을 ‘도시들의 행진’이라고 한다. 그리스와 동양의 문화가 융합된 헬레니즘은 도시의 연결과 행진 결과이다.      


오늘의 도시도 정복 전쟁을 하던 2,400년 전과 본질이 다르지 않다. 대륙을 잇는 고속철로, 오대양 바닷길, 하늘길로 행진하고 있으며 사이버 세상으로 무한히 확장한다. 자본과 기술과 문화는 도시를 넓히고, 높이며, 세계와 연결하고 있다. 대전시도 지구촌과 우주 행성에 70개 이상의 대전을 만들 수 있는, 대전의 길(Daejeon Way)를 찾아야 한다. 메타버스 세상과 우주 공간에도, 또 다른 차원의 대전을 만드는 방식으로 발전해야 한다. 


나는 그동안 100개 이상의 도시 행진을 이어왔다. 그래서 여행과 집필의 오랜 여정을 좀 근사한 기분으로 마무리 하고 싶었다. 노트북을 열고, 코로나 이전, 이집트 여행의 마지막 도시였던 알렉산드리아에서, 파로스 등대가 바라보이는 아랍인 카페에서 써 놓았던 메모를 찾아 읽었다.      



“우리는 정복왕 알렉산더와 그의 스승인 아리스토텔레스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시대를 살고 있다. 인류 활동은 우주로 넓혀지고 있으며, 기술은 모든 것을 연결하고, 데이터는 새로운 자원으로 증식한다. 이 초확장, 초연결 시대에 기후변화, 지구 온난화를 멈추는 탄소중립은 인류생존 과제다. 이대로 탄소를 배출하고,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생산구조, 소비구조, 도시구조는 지속될 수 없다. 지금 바꾸지 않는다면, 인류는 스스로가 타들어 가는 탐욕의 자전을 멈추지 못할 것이다. 도시의 시대정신이 바뀌고 있다. 탄소경제를 전환하는 공간혁신, 자원의 효용을 높이는 디지털혁신, 지역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메가시티가 그것이다"






시대 정신과 도시의 사명 


알렉산드리아의 카페에서 물담배를 피우다가 생각에 잠겼다. 고대로부터 수없이 명멸한 도시 가운데, 문명을 잉태하고 발전시킨 도시, 전쟁으로부터 통상을 지킨 도시, 종교재판에 맞서며 이성을 이끌었던 도시, 침략을 반성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도시, 인문의 꽃을 피운 르네상스 도시, 낡은 체제를 무너뜨린 혁명도시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그 시대의 사명을 자각하고, 시대를 이끌어온 정신이 있었다. 세계로 열린 개방성, 소수를 인정하는 다양성, 실수를 용인하는 관용, 놀라운 것을 구상하는 상상과 용기, 몽상 같은 도전을 구현하게 하는 모험 자본이 있었다. 그래서 ‘일류도시’는 이런 거친 정신을 담는 문화적, 사회적 생태가 있어야 한다. 인류가 산업경제에서 디지털 경제로, 지구촌에서 우주시대로 전환하는 시대에, 우리의 도시는 산업시대의 발전모델, 석화된 인식, 닫힌 행정에서 나와야 한다.      


나는 정치권과 인연이 없지는 않았으나, 생업에 바빴고, 주체적으로 정치를 선택하고 정당의 서비스를 고르기 위해 정당에 가입하지 않았다. 지역에서도 진보. 보수를 떠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내 선택과 시정의 주역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대전시의 성공을 응원했다. 누구라도 잘한다면 내 마음을 가져갈 것이다. 시정의 성공은 시민의 승리이며, 시민인 내가 이 도시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기초단체는 명품화를, 광역도시는 국가급 야망을 


광역 단위의 지방정부는 자신을 국가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중앙에서 지방의 비중은 가볍다. 행정, 사법, 입법뿐이 아니라 한국 경제를 움직이는 코스피(KOSPI) 상장사 921개 기업 총수와 그 일가도 지방에 별 관심 없다. 대기업 최고위 임원도 지방에서 돌리는 공장에 한두 번 방문하는 것에 그치고, 지방 조직의 중요 결정도 본사가 있는 서울에서 한다.      


그래서 지방 도시의 발전과 쇠락은 온전히 시민 몫이다. 시민은 도시의 주주이고, 선거는 주주 총회와 같다. 주주 총회에서 선출된 집행부는 죽자 살자 도시를 발전시켜야 한다. 누구라도 부지런히 일하고 올바로 간다면 힘을 실어주고, 부실하게 경영하면 다음 선거에서 심판해야 한다. 권력은 정치를 수단으로 획득하지만, 시민은 진영과 당의 편견으로부터 밝은 눈을 가져야 한다. 지방을 선거에 이용하는 중앙 정치에 함몰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대전시는 대전환의 시대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정신과 문화, 양식으로 시대를 이끌 것인가?      

    

(알렉산드리아, 도시 문명을 열었던 고대 도시에 머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멋진 기분이 들었다. 자전거를 타고 미소 짓는 아이 뒤로 보이는 곳이 고대 파로스 등대가 있었던 카이트베이 요세이다. 알렉산더형 정복 전쟁 말고도, 동양에서는 고대의 도시 설계인 ‘주례고공기’를 기준으로 건설한 도시가 적지 않다. 낙양과 장안부터 한성과 사비, 서라벌과 후에(HUE)까지 수백 곳이 넘을 것이다. 중세 유럽 도시와 산업혁명 이후의 도시들도 시대별 유사성이 있다. 근현대로 와서는 뉴욕이나 파리, 베를린처럼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하는 도시가 세계의 사조를 이끌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 상해 포동, 두바이. 아부다비, 네옴시티까지 첨단 신도시들이 미래를 놓고 경합하고 있다. 대전시는 발전모델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짧지 않았던 시간, 대전의 길, 대전형 도시 모델을 찾고자 생태 존중과 창의, 소트프파워로 도시를 재창조를 했던 사례를 살펴보았다. 과학도시 대전이 새로운 문명의 등대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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