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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대훈 Sep 27. 2023

세계도시를 만드는 글로벌 전략과 마케팅

도시는 어떻게 브랜드가 되는가? 시작하는 글

삶의 무대는 도시, 창의도시 , 매력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대전은 인구 150만의 광역도시이다. 서울과 수도권 2,400만 명을 머리에 이고 있는 대전시민에게 인구 150만이 크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크기는 결코 작은 단위가 아니다.  유엔 가입 242개 나라 가운데, 89개 국가가 대전보다 인구가 작다. 바레인은 인구 150만, IT 강국으로 유명한 에스토니아는 130만, 독립 동티모르는 110만, 국가는 아니지만 유럽 중앙은행을 유치한 프랑크푸르트는 인구 75만 규모이다. 


아주 작은 국가로는 인구 3만 8천 명의 모나코가 있는데, 이 나라는 대전시 서구 둔산 2동의 인구 36,523명(2022년)과  엇비슷한 소국(小國)이다.  이 밖에도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사이에 있는 리히텐슈타인 공국(Principality of Liechtenstein, 인구 39,000), 국경이 이탈리아에 둘러싸여 있는 산마리노(San Marino, 인구 33,700),  4천5백 명의 세인트헬레나 등도 주권과 자치를 지탱하는 전략으로 도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나는 상당한 기간 여러 강의, 세미나, 칼럼을 통해 광역시를 메가시티의 중심도시, 공화국 수준으로 경영할 것을 주문했다. 대전시와 처지가 유사한 도시로는 2032년 독자적으로 하계올림픽을 개최하는 호주의 브리스번, 생태도시인 브라질의 쿠리치바, 콤팩트한 도시이면서 해양 경제권을 만들고 있는 일본의 후쿠오카를 들 수 있다. 이들 도시가 한 나라의 수도는 아니지만 제2의 도시, 제3의 도시도 얼마든지 주도적으로 문화와 산업을 만들며 번영하는지를 보여준다. 





체적과 인구뿐만 아니라 대전시보다 재정 규모가 작은 도시도 효용적이고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고 있다. 독일 북부 마인강에서 알프스산맥까지 이어지는 산간 도시들은 교통이 불편하고, 인구도 얼마되지 않지만, 사람들은 끊임없이 그곳에 가고, 머물고 싶어 한다. 기초자치단체인 대전 5개 구는 자신의 지역을 세상에 없는 명품을 만든다는 각오로 치밀하게 일해야 한다. 대전 정도의 규모와 자원이라면 글로벌 인재와 투자가 몰리는 창의도시를 만들 수 있다.



국가에서 도시로. 문화 기반과 경제 동력의 전환


세계 문화 기반과 경제 동력이 국가에서 도시로 바뀌고 있다. 미국에 가는 것이 아니라 시애틀에 간다고 하고, 하늘길에서도 도시를 상징하는 상하이편 항공을 통해 중국으로 들어간다. 도시 매력도를 높이며, 도시브랜드를 강하게 만드는 도시는 세계 불황에도 성장한다. 그래서 기초단체를 품고 있는 광역시는 광역적 사고를 해야 한다. 초광역 메가시티를 만들어 세계 경제권 가운데 하나가 되겠다는 담대한 구상을 해야 한다. 세계 엑스포를 성공 개최했던 도시가 관성의 행정에 빠지거나 협소한 구상에 머물고 있다면,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제3세계 신흥도시들이 얼마나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는지를 살피지 않은 것이다. 


정부와 의회, 자치단체는 오늘도 수 없는 정책을 생산한다. 지금도 도시에 무수한 건물을 짓고, 도로를 내고, 시설을 만든다. 대부분 국내용, 권역의 내수를 위한 시설이다. 그러나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은 작은 부품이라도 전 지구적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메모리에서부터 완성차까지, 믹스커피의 농축 우유와 라면 수프에 들어가는 고춧가루조차 생산, 추출, 가공에 이르는 모든 단계마다 세계적인 경쟁을 뚫어야 한다. 제품의 품질, 상품의 경쟁력이 없으면 그 회사는 몇 년 버티지 못하고 퇴출되어 버린다. 우리의 도시들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법적, 행정적, 사회적 시스템이 견고하게 바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광역급 도시도, 도심의 소상공인이 활력을 잃고, 문화 독창성이 없으면, 기업은 오지 않고, 인구가 빠지면서 경제가 무너진다. 


이 책의 글 모음은 세계 총생산의 7할 가까이 차지하는 글로벌 600개 도시에 대해 우리는 어떤 경쟁 우위를 가져야 하는가? 활기찬 시민 경제와 투자유치로 중앙 보조금 없이도 자치 경영이 가능할 수 없을까? 자유무역을 가로막는 세계 블록화, 증대되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필살의 도시전략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의 소산이다. 



 대전의 길, 30년 도시순례 


코로나가 맹위를 떨쳤던 작년 불볕더위에부터 다시 여름이 시작되는 오늘까지, 13년 동안 써 온 칼럼을 정리하는 데 일 년이 걸렸다. 나의 도시 여행은 삼십 년 전부터 시작한 것으로, 천년 서라벌에서 시작하여 서안을 거쳐 실크로드의 도시들로, 로마의 가도를 따라 알렉산드리아에 닿았다. 이백여 회 이상, 출장 길을 따라 일하면서도 틈틈이 도시를 탐사했다. 때로는 인천에서 항공으로, 평택에서 배편으로 중국에 있는 고대 백제의 도시들도 만날 수 있었다. 대전의 역사적 배경인 백제는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의 해상 도시를 네트워크로 연결했던 세계도시였다. 서라벌도 세계와 연결된 도시였기에, 지금도 경주 황룡사나 익산 미륵사지터를 걸어보면 선인이 가지고 있었던 호방한 공간 감각과 글로벌 시야를 느낄 수 있다. 







그동안 여러 미디어에 연재한 글을 정리하면서, 걷고 관찰하고 느꼈던 다음의 도시들에 주목했다. 전통도시(카이로, 이스탄불, 서안, 로마), 과학, 산업도시(파리, 런던) 실험도시(탈린, 두바이, 네옴시티), 초광역도시 (광저우, 다카, LA), 부족한 자원으로도 도시를 거뜬하게 경영하는 최선 도시(쿠리치바, 후쿠오카, 프랑크푸르트), 개방과 다양성 도시 (뉴욕, 베른린), 창의도시 (싱가로프, 브리즈번)에 주목했다. 대전시는 최초. 최고, 최대는 아니지만, ‘대전의 길’을 찾는다면, 낭만이 넘치는 세계 문화, 경제도시로 만들 수 있다. 



(일류도시는 규모와 경제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 열린 포용과 소수를 인정하는 다양성, 실험정신으로 문명의 트랜드를 주도하고, 시민의 삶에 영향을 주는 도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2022년 대전에서 열렸던 UCLG 한 세션) 




정치와 행정을 하는 후배들에게 도시 경영을 주문 


 

올해 미숙한 회갑을 맞았다. 나는 익산 외가에서 태어나서 유아기에 선화동 집으로 돌아와, 한 도시에서 60년 가까이 살았다. 그동안 동무들과 대전의 5개 구, 78개 동과 골목, 동네를 다니며 먹고, 마시고, 실수를 하고 다투기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다. 계족산에서 구봉산, 신탄진에서 흑석리까지 성장의 추억이 얽힌 대전은 베어내면 피가 나오는 나의 살이다. 그러나 생업의 사업은 해외 도시들과 인연을 맺고 활동했기 때문에, 내 고장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었다. 언젠가부터는 자연스러운 생활이 되어버렸지만,  일과 취미가 섞여버린 도시 관찰은 적극적인 도시 탐색으로 바뀌었다. 세계 도시들의 전략이 어떻게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비교하게 되었다. 수출 전문가로서 국가의 글로벌 전략과 경제를 다루는 정부의 여러 위원회에 참여했고, 대전에서도 도시 마케팅을 다루는 공기업 임원을 역임했다. 그러나 지역에서 도시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내 고장 후배들에게 '대전의 미래'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 주지 못했다. 그것은 지방경제와 향토사 이상으로 중요한 글로벌 전략과 상상을 말하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인연이 닿아있는 후배들이 SNS에 올리는 소식에 ‘좋아요’를 눌러 주는 것으로, 응원하고 말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내 뼈를 자라게 한 도시를 위해 두세 번은 불편한 소리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사랑은 진심이다. 우리 삶의 바탕이 되는 도시 문화와 공간, 미래를 만드는 전략은 시대의 가치로써 서로 치열히,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메가시티 중심도시,  지역총생산 100조 원 경제구상  



우리가 도시를 100년 단위의 생각을 한다면, 그 도시는 1000년 이상 영속한다. 수도 한양을 만들었던 정도전의 도시를 1,000만 넘는 사람이 지금도 끄떡없이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그 조선의 역사를 고대사 이전의 상고사(上古史)까지 넓혀 식민시대를 극복하고자 했던 역사학자 신채호 선생이 떠오른다. '화성'이라는 행성에 도시를 건설하고자 우주시대를 열고 있는 지구촌에서 상고(上古) 만큼이나 상래(上來) 하는 미래를 역사(役事) 하는 것은 중요하다. 세 줄기 강이 흐르며 산들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생태도시 대전을 창의로운 실험이 넘치는 세계도시로 만드는 것은 어떤가?

 



(월간 청풍, 2023년 10월 호)



최근 충청권이 추진하는 메가시티는 생활권, 행정권 통합 이상, 국가급 도시 전략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메가시티를 추진하는 중심 도시는 글로벌 전략, 세계도시라는 키워드를 모든 정책에 결합해야 한다. 인류의 과제를 한 광역단위로 풀어 보겠다는 야망과 도시 정신이 필요하다. 대전시는 지금의 지역총생산(GRDP) 48조 원을 두 배 이상 키우는 '100조 경제 만들기'의 구체적인 구상을 가져야 한다.  GRDP 500조 원 경제의 서울을 제외하고도, 부산, 인천, 판교테크노벨리는 100조 경제도시이다. 100조 이상이 되어야 도시가 키우는 산업에 글로벌경쟁력이 생긴다. 기초지자체에는 자신을 세상의 명품으로 만들 수 있는 디테일이 요구되는 한편, 광역시는 지구촌 경제권을 아우르는 초광역 구상에 주력해야 한다. 지역의 전통산업과 문화예술을 우대하고, 행복한 복지 모델을 만들며, 글로벌 기업과 국제기구를 유치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아파트 단지에서는 장이 섰다. 이처럼 도시에는 사람이 산다)



지난 민선 7기 시정과 국회, 대전 정치를 이끄는 지방 의회에 몇 분 선배가 계셨지만, 지역 후배들이 크게 진출했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은 지역을 기반으로 정치하고, 지방 정부를 이끄는 분들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들이다. 민선 8기를 이끄는 새 시장의 강렬한 열정도 듣고 있다. 머지않아 오늘의 시정을 평가하고 선택하는 민선 9기가 다가온다. 대전시는 잘할 수 있다. 광역시의 집행부가 행정의 개선 정도가 아닌, 세계일류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축(軸)의 전환으로 이끌어내기를 축원한다.

 

보문산 전망대를 마주 보는 대흥동 사무실에서 

 

강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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