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 육아 말고,
D+32
신혼집은 일 년 만에 아기집이 되었다.
조리원 2주, 산후도우미 2주의 시간이 끝났다.
그리고 아기와 단둘이 아홉 시간을 보냈다.
아기는 그 시간 동안 십분 자다 깨고 이십 분 자다 깨고 삼십 분 자다 깨고를 반복하고 있다.
내가 저녁을 먹는 동안 삼십 분을 자다 깨 주어 너무 고마웠다.
지금도 울 아가는 침대에 누워 낑낑대고 있다.
남편이 집에 오려면 아직 네 시간이 남았다.
오늘을 기록하고 싶어 아기 침대 앞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내 일상을 독박 육아라는 단어로 부르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작은아기와 둘만의 여행을 시작하려고 한다.
매일이 같을 것이다. 그리고 매 순간이 다를 것이다.
임신 30주, 뱃속의 아기와 혼자인 듯 둘이서 여행을 다녀왔었다.
그곳에서 나는 아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뱃속에 있던 아기가 지금은 내 눈 앞에 나타나 숨 쉬고 있다.
보이지도 않을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다.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여느 여행과 마찬가지다.
다르기도 하다.
이번 여행은 시간이 흘러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그럴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이 지나가 버리면 그걸로 끝이다.
나만 할 수 있다. 나 아닌 그 누구도 와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