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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나무 Mar 31. 2016

나 못 갈 것 같아요

나홀로 태교여행_제주

예전에 같이 일했던 동료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제주를 가게 되었다고 한다. 맛집과 숙소 정보를 묻는다. 나에게 제주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제주를 그려놓았다. 약간 비뚤어진 타원형의 지도다. 지역별로 번호를 매기고 각 번호마다 맛집과 숙소 정보를 적어두었다. 아직 어디를 가야할지 모르겠다고 하면 그 지도를 준다. 숙소를 정했다고하면 그 동네의 좋은 곳을 알려준다. 어느새 신이 나 있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쏟아내기도 한다. 역시 나에게 물어보길 잘했다며 고마워 한다. 내가 혼자 마티즈 빌려서 제주에 여행다니던 때가 생각난다며 그녀가 웃는다. 그리고는 “이제 혼자 여행은 꿈도 못꾸죠?”라고 묻는다. 질문에서 그녀도 나도 결혼하기 전의 자유로웠던 시절을 추억하는 분위기를 느꼈다. 메신저 상의 대화였다. 그저 나 혼자의 착각일 수도있다. 착각으로 듣고나니 기분이 좋았다. 9월에 혼자제주에 가는 계획을 말했다. 멋지다는 답이 돌아온다.


 혼자 여행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은아니다. 어디든 가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남편이 함께 갈수 없는 상황이다. 이것이 여행을 접을 이유는 아니다. 그 뿐이었다. 적당한 여행지를 정하고 숙소를 정했다. 그리고 나서야 제주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추억 혼자 여행에서의 소중한 시간들이 떠올랐다. 이번 여행이 지나고 나면 언제 다시 제주에 갈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혼자 여행하는 것은 더욱 그렇다.



제주에서 보낼 일주일의 준비를 마친 주말이었다. 일요일 오후 내내 친구를 만나고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집에 있던 남편에게 말했다.

“오빠! 나 제주도 못 갈 것 같아요.”

“왜요. 오늘 만난 친구들이 뭐라고 해요?”

“아니요… 이렇게 몇 시간 떨어져있는 데도 너무 보고 싶었는데 어떻게 일주일을 가 있어요.”

남편의 입이 한껏 커졌다.

“아니 혼자 있는 시간에 의미가 있다면서요.”

여전히 착한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있다. 너무 귀여웠다. 꼭안아주었다. 그리고는 귀를 당겨 속삭였다.

“뻥이야.”

뒤돌아 서서 방으로 갔다. 이번에는내 입이 더 커졌다. 저녁 먹고 나서 남편이 묻는다.

“제주도 정말 안 갈 거예요?”

“네?? 뻥이라니까요”

나는 갈 거다. 일주일 동안 제주에서 머물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것이다. 언제 다시 경험할 수 있을지 모르는 시간을 만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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