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삶을 향한 내 기도
잘 자라 우리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새들도 아가 양도
내가 아는 자장가의 전부다. 아기에게 자장가는 한 가지로만 불러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다행이다. 아기를 안고 자장가를 끊임없이 부르는 것은 아기가 태어난 후 내가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다. 그런데 유일하게 아는 자장가도 가사는 몇 마디 알지 못한다. 작사가 시작되었다.
새들도 아가양도 잠이 들면은
우리윤서 너무 예뻐서 사람들이 몰려와요
잘 자요 우리아가
신생아 시절에는 더 많은 가사가 있었다. 너는 이런 사람이어서 사람들이 다 너랑 함께 일하고 싶어 할거야. 너는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게 될거야.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끝도 없이 작사와 동시에 노래를 불러주던 어느 새벽이었다. 노래가 멈췄다. 그러면 뭐하니 결국 너도 나처럼 집에서 아기만 안고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도 멈추고 아기를 안고 서성이던 걸음도 멈추었다. 아무리 사랑해주고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한다고 해도 결국 이 아이는 나처럼 이러고 있을 것이다. 컴컴한 새벽에 혼자 거실에서 아기를 안고 서성인다. 낮도 밤도 평일도 똑같은 날들을 보낸다. 이전에 무슨 일을 했었는지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다른 누구도 나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상상은 나를 점점 주저앉게 했다.
출산한지 한달이 채 안 되었을 때의 새벽이었다. 산후 우울감이라는 것이었나보다. 온종일 말 못하는 아기와 단 둘이 있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일년이 지난 지금은 잘 생각도 나지 않는 시절이다. 그 새벽을 생각하면 참 많이 힘들었구나 싶다.
지금도 종종 내 삶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나 생각한다. 첫 임신 시절은 신나게 살았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가고 싶은 곳에 갔다. 아기를 낳은 순간부터 모유수유와 씨름했다. 이백일이 지나서야 모유수유가 안정되니 이제 아기가 밤에 잠을 안 잤다. 그 다음 백일을 낮에도 밤에도 멍하게 살았다. 그러고 나니 둘째를 임신했다. 이제 다시 출산을 하고 일년 간 모유수유를 하게 될 것이다. 내 인생에서 3년이 증발해버리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이 생각이 내 딸의 인생도 그저 그렇게 흘러갈텐데 라는 허무함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이 3년이 지나간 후의 내 삶을 꿈꾸는 날도 있다. 내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고 내 딸에게 희망이 되고 싶어서다.
자장가는 효과가 있다. 자장가를 처음 불러주었던 때의 아기 사진을 보면 절대 사람들이 몰려올 수 있는 얼굴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몰려온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아이 앞에 주저 앉아 한참을 바라보고 감탄한다. 난 자장가 작사의 효과를 믿는다. 그래서 요즘에는 가사를 조금 더 추가했다.
잘자요 우리 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새들도 아가양도 잠이 들면은
우리 윤서 너무 예뻐서 사람들이 몰려와요
잘 자요 우리 아가
우리 윤서는 너무 멋있어요
사람들이 모두 존경하지요
지혜롭고 따뜻한 사람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알구요
그걸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요
하루하루 행복하지요
잘 자요 우리 아가
이제는 한 침대에 나란히 누워 토닥이며 자장가를 불러주면 된다. 그러면 아이는 뒤돌아 누워 내 몸에 자기 몸을 딱 붙이고 눕기도 하고 나를 보고 누워 내 목을 끌어안기도 한다. 허공에 대고 빠빠이를 백번 하기도 하고 갑자기 내 얼굴로 달려들어 뽀뽀를 하기도 한다. 아기를 안고 걸으며 자장가를 불러야 했을 때보다 훨씬 여유로워졌고 재미도 있다. 이렇게 우아한 자장가를 6개월 불러주고 나면 나는 또 다시 새로운 한 아기를 안고 컴컴한 새벽에 거실을 서성이고 있게 될 것이다. 그 새로운 아기는 아들이라고 한다. 그러니 첫 아이때처럼 여자로서의 감정 이입을 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몸도 마음도 호르몬도 힘들 그 새로운 새벽 나는 또 어떤 상상을 하며 주저앉을지 두고봐야겠다.
.. 커버 사진은 첫 아이 만삭 때 혼자 제주 여행 중 아이가 닮았으면 했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