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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unch Sep 23. 2015

가시고기

사랑하는 자식을 품에 안을 수 있음이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이다

출처 | 가시고기

"아빠!"

"거기 서라."

"......아빠,보고 싶었어요."

"아빠는 잘 지내고 있다."

"......불빛 때문에 아빠가 잘 안 보여요.아빠 옆에 앉아도 돼요?"

"안된다.그냥 거기 있어라."

"......나는요,오늘 밤에 프랑스로 떠나야 한대요."

"알고 있다."

"비행기를 탈 거예요.아빠도 알잖아요,내가 미끄럼틀에도 못올라가는 겁쟁이란 걸요." 

"......아빠를 만나게 해달라고 떼를 썼어요."

"엄마가 많이 속상했을 거다.프랑스에 가서는 그러지 마라.엄마가 시키는 대로,아니 다움이가 알아서 엄마를 기쁘게 해드려라."

"......프랑스에 도착해서 아빠 핸드폰으로 전화해도 되죠?"

"안된다."

"편지는요? 편지는 써도 되죠?"

"아니,그럴 필요 없다."

"그럼 아빠가 날 보러 올 거죠?"

"기다리지 마라."

"그럼 아빠를 만나려면 사 년이 지나야겠네요?"

"스무 살이 되기 전에는 이 땅에 돌아올 생각조차 하지 말아라.'

"그렇지만 아빠,스무 살이 되려면 십 년이나 남았어요."

"십 년은 긴 세월이 아니다......다시는 아프지 말아라.넌 평생 아파야 할 것을 다 아팠던 거다.그러니까 앞으로는 아파선 절대 안된다."

"...... ."

"할말이 아직 남았냐?"

"비행기 시간에 늦겠다.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그만 엄마한테 가라."

"진희 고모를 만나서 직접 주고 싶었어요.아빠가 전해주세요.진희 고모한테 잘 어울렷거든요.진희 고모도 분명 좋아할 거예요." 

"아빠가 갖다준 주목으로 내 얼굴을 조각했어요.혹시 아빠가 날 보고 싶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지금은 아니지만 내일이라도 내가 보고 싶어지면......난 아빠 조각이 있어서 힘낼 수 있지만,아빠는 아무것도 없잖아요."

"거기 벤치에 있는 쇼핑백 보이냐? 그 옆에 놔둬라.그리고 쇼핑백을 들어라.노트는 엄마 주고 책은 너 갖거라."

"아빠,부탁이 있어요......아빠 귀 말예요,한 번만 만져보고 싶어요.한 번만 만지게 해주세요?"

"이젠 됐다.그만 가라."

"......아빠!"

"엄마가 기다리고 있다.돌아서라." 

"주머니에서 손을 빼라......턱을 들어라......어깨를 쭉 펴라!" 

"됐다.앞으론 그렇게 씩씩한 모습으로 살아라.넌 이제부터 어른이다.어른답게 생각하고,어른답게 행동해라.아이처럼 굴어선 안된다.아이처럼 굴어선 살 수 없는 세상이다.프랑스는 남의 나라다.남의 나라에서는 더더욱 어른답게 살아야 한다."    

"아빠는 널 잊을 거다.그러니 너도 아빠를 잊어버려라.아예 아빠가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라.어서 가라.절대로 돌아보지 말아라.그냥 씩씩하게 엄마한테 달려가기만 해라." 

잘 가라,아들아.

잘 가라,나의 아들아.

이젠 영영 너를 볼 날이 없겟지.너의 목소리를 들을 길이 없겠지.너의 따듯한 손을 어루만질 수 없겠지.다시는 너를 가슴 가득 안아볼 수 없겠지.

하지만 아들아.아아,나의 전부인 아들아.

아빠는 죽어도 아주 죽는 게 아니란다.

세상에 널 남겨놓은 한 아빠는 네 속에 살아 있는 거란다.

너는 이 아빠를 볼 수도,들을 수도,만질 수도 없겠지.하지만 아빠는 언제까지나 너와 함께 앞으로 걸어가는 거란다.네가 지칠가봐,네가 쓰러질까봐 네가 가던 길 멈추고 돌아설까봐 마음 졸이면서 너와 동행하는 거란다.

영원히,영원히...... 

내가 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아빠뿐이고,아빠가 사랑하는 사람도 나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언제까지나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한 건 바로 아빠예요.

그렇게 중요한 걸 왜 잊어버렸을까요.

내가 없어지면 아빠는 어떻게 될까요.아빠 말대로 속이 시원할까요.

자꾸만 가시고기가 생각납니다.돌 틈에 머리를 박고 죽어가는 아빠 가시고기 말예요.

내가 없어지면 아빠는 슬프고 또 슬퍼서,정말로 아빠 가시고기처럼 될지도 몰라요.

만약 내가 엄마를 따라 프랑스로 가게 된다면요,아빠가 쬐금만 슬퍼했으면 좋겠어요.

쬐금만 슬퍼하면 우린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겠죠. 


엄청나게 목놓아 울면서 차마 책을 덮을 수 없었다.

나 역시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충분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어느 부모인들 자식의 죽음앞에 각막조차 내놓길 두려워 하겠는가?

 목숨까지도 부질없는 존재일 것이다.

수컷 가시고기는 최후의 순간까지도 새끼들에게 먹잇감이 되기 위해서 둥지에서 죽어간다.

새끼 가시고기는 아비의 살을 파먹으면서 거친 세상 속으로 나아간다고 한다.

큰가시고기나 인간가시고기나 자식에 대한 사랑만큼은 무엇과도 견줄 수 가 없는 것이다.

지금도 엄마귀를 찾는 딸아이나. 아빠귀를 찾는 다움이나 그 작은 마음 속에는 

어미가,아비가 지키고 있음을 명심하고 두려움없이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길 바랄 뿐이다.

내 몸을 바쳐서 ,내 마음을 바쳐서 영원히 널 지켜내리라.

아무래도 오늘 밤은 밤새 뒤척이기만 할 것 같다.가시고기를 떠나보낼 수 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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