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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톱 4

센스 있는 사람 되기

나는 고스톱을 잘 친다.


일찍부터 고스톱에 눈을 떴다.

고스톱을 안 건 5세 무렵


내게 형이 있다는 건 참 좋은 것이 많았다.

고스톱 연습 상대로도 참 좋았다.


그리고 아버지 고향 시골에 가면 사촌누나 형들이 많은 것 중에

고스톱을 알려 줄 사람이 있다는 건 참 좋았다.


고스톱을 처음 알았지만 어린아이에게 피를 몇 장 먹어야 한 다부터

띠는 얼마 십 껍데기는 얼마 그리고 광은 얼마 날려면 어떻게 피박은 뭐


지금 생각하면 별거 없는 규칙들이지만 그 규칙들을 배우기엔 아직

이성이나 지식수준이 한 참 떨어진 게 사실이었다.


시골에서 사촌 누나들에게 민화토부터 체계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고스톱에 비해 민화토는 운빨이 더 컸다.


어떤 패를 들고 있느냐가 8할은 좌지우지했으니까.

그리고 정해진 순서대로 짝을 맞추면 되는 게임이었기에...

고스톱보다는 훨씬 계산하거나 생각하는 게 폭이 좁았기에

훨씬 쉬웠다. 물론 그 당시엔 그걸 외우느라 한참 걸렸지만...


그렇게 세월이 흘렀을까? 국민학교 4학년쯤에서부터 인가 고스톱의 세계로

비로소 들어간 것 같다.


형 하고도 치고 사촌들끼리 명절에 모이면 사랑방에서 엄마 아빠가 안 계시는

틈을 타 고스톱을 틈나는 대로 쳤다.


서울에선 형하고 엄마가 외출하셨을 때 10원짜리로 실제로 돈내기를 하다가

걸려서 빗자루로 혼쭐나게 맞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지의 핏줄이 나와 형에게 내려와 고스톱을 즐겨했던 것 같다.

그 짜릿함이란.


중학교 때까지는 형하고 사촌들하고만 쳤던 것 같다.

그러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친구들과 아주 가끔이지만 엄마 아빠가 출타하신 친구 집에서

놀다가 가끔씩 치게 되었고 나름 꽤 높은 승률로 고스톱을 즐겼다.


그땐 돈을 잃거나 또는 하던 중에 조금이라도 불만이 생기면 꽤 큰 화를 내거나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나 주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센스는 물론이거니와 상황 판단력 그리고 이런 게 아니라 오로지 이기겠다는 생각 말고는

기분 좋게 논다거나 즐긴다거나 이런 판단까지는 못했던 것 같다.


내가 고스톱에 관한 글을 적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센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 돈하고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고스톱을 잘 치려면 누가 뭐래도 센스가 있어야 한다.

상황을 보는 센스.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센스

돈에 대한 관계에서의 센스


요즘 나의 화두는 오직 두 가지 사람과의 관계, 돈하고의 관계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 한 가지를 더한다면 상황을 읽고 판단하는 센스...


밑도 끝도 없이 바닥으로 내려간 나의 현재 상황.


다시 일어서기 위해 필요한 것 세 가지.

1. 사람과의 관계

2. 돈과의 관계

3. 상황을 읽고 판단하는 센스


나는 고스톱을 잘 친다.

그동안 고스톱 판 위에서의 모습과 실제 현실 모습 사이에서의 깊이 있고 대응 방식이 달랐다면

이제 이것을 현실에 적용한다.


사람을 보고 돈을 보고 그리고 상황을 읽고 빠르게 판단하고 대처한다.


다시 일어선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 첫째 사람과의 관계에 더욱 집중한다.

스쳐가는 인연인지 오래갈 인연인지 잘 구분하고 파악해서 만난다.


둘째 돈과의 관계를 다시 쓰기 시작한다.

돈을 아끼고 사랑한다.

허투루 물건을 사지도 않을 것이며 의미 없는 곳에는 지출하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쉽게 대하거나 쉽게 노출시키지 않듯이 내가 사랑하는 돈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상황을 읽고 판단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대처는 빠르고 명확하게 한다.


장고 끝에 악수라는 말도 있지만 나의 삶은 그동안 장고보다는 빠른 생각 빠른 판단

이렇게 살아온 것이 도움도 되고 결과도 만든 적이 많지만 큰 파도 앞에서 좌초한 지금

반대로 살아간다.


돌다리도 10번 아니 100번도 두드리고 항상 명확하고 정확하게 일처리 한다.

비즈니스에 관련해서는 설령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일에 관해서 만큼은 1의 오차도 없이 틀림없이 일처리를 해서 그래도 김상환과 일을 하면

일 만큼은 명확해... 분배에 있어서 틀림이 없어라는 말을 듣는다.


일에 대한 성과가 나면 그것을 분명히 팀과 나누고 그것을 함께 일한 사람들과 나눈다.


어떤 일이던 맡기 전에 숙고하고 맡게 되면 신뢰를 줘서 결과를 만들어내고

그 결과물을 함께 한 사람들과 명확하게 나눈다.


이제 시작이다.


내 나이 한국 나이로 50이 되어서야 비로소 조금 보인다.

사람. 돈. 그리고 상황들이...


고스톱 조기교육을 통해 계발된 나의 센스들을 있는 그대로 삶에 적용해서 풀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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