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나는 편집자의 말을 써보고 싶었다.
커가면서 우리는 점점 호기심을 멀리한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꽤 많은 어른들이 삶에서 불확실성을 배제하기 위해 애쓴다.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과 평생의 동행이 보장되는 배우자를 얻기 위해, 오늘과 같은 내일을 또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런 삶을 냉소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인간으로서 공동체 번영의 책임을 다하는 훌륭한 어른들이다.
그리고 그 외의 삶, 매 순간 불확실성과 마주하며 내일을 걱정하고 모레를 기대하는 하루살이 인생들. 잉여인간, 아웃사이더, 사회부적응자 등등 주로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는 단어들로 정의되는 인물들이 있다. 제도권의 어른들은 이들을 경외하기도 경멸하기도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그렇게 별나지도 않은 인생들이다. 스스로 선택했거나 억지로 떠밀렸거나 어쩌다보니 그렇게 살게 된 보통의 인간군상들일 뿐이지.
진부한 얘기겠지만, 어느 쪽이든 살아 보면 다 장단점이 있다. 제도권의 삶이 주는 혜택이 너무나도 많고, 제도권 밖의 삶이 주는 자유 또한 그 못지 않게 매력적이니까. 결국 개인 적성의 문제이며 스스로 선택해야 되는 부분이다. 나는 불확실성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인가? 답이 예스라면, 당신도 B급 독립잡지를 창간하는 일 따위에 에너지를 낭비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동네잡지의 창간준비호를 내면서도 나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대신 딱히 큰 불안감도 없다. 어느 지하철역 구석에 처박혀서 먼지만 쌓여가거나 화장실에서 휴지 대용으로 찢겨진다 해도 괜찮다. 내가 책임 질 일이 없기 때문이다. 기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갈궈댈 편집장도, 수익 없다고 타박할 스폰서도 없다. 반대로 많이들 재미있게 읽는다 쳐도 얻을건 없다. 왜냐면 이건 다 무가지로 뿌릴거니까.
이토록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작 앞에서 단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이 있다면, 지면을 찍어내는데에는 돈이 든다는 것. 그리고 그 돈이 나올 구멍은 내 주머니 밖에 없다는 것.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세상을 살다 보면 언제나 모든 이익이 흐리멍텅한 상황 속에서 손해만은 그토록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던가. 그까이꺼, 한 번 해 본다. 주머니 탈탈 털어가면서 내가 소원하는건 단 한 가지다.
이걸 쥐고 있는 당신이 딱 30분만 심심하지 않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