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차에 치인 강아지를 발견했다.

가만히 누운 채로 죽음을 기다리던 그 녀석.

by 피곤한 김냐냐씨

요즘 출근길에 안개가 정말로 심하다. 불과 2~3미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 사일런트힐의 인외마경이 현실에 구현된 그런 느낌이다. 그 와중에 매일 마산에서 진주까지 고속도로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지각하더라도 죽지 않는게 중요하니까 차를 천천히 몰고 가다가 바깥쪽 차선에 누워있는 강아지를 발견했다. 이미 죽은건가 싶었지만 그냥 두면 다른 차들이 밟고 지나갈 것 같아서 일단 깜빡이를 켜고 차를 갓길에 세웠다.


가까이 가보니 귀가 살짝 움직이는 것 같다. 더 가까이서 보니 숨도 쉬더라. 바닥에 피가 흥건하고, 많이 아팠던 모양인지 그 자리에서 똥을 싸서 엉망진창이었다. 혹시 손 대면 더 아플까봐 여기저기 전화부터 했다.


119에 전화하니 시청을 연결해주고 시청에 전화하니 면사무소를 연결해줬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담당직원이 출근하면 보내겠단다. 30분쯤 있으면 출근한다는데, 그 사람이 이 자욱한 안개 속에서 얘를 찾아낼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내가 길가에 마냥 서 있을수도 없는 노릇이라 잠시 고민을 해야 했다.


그냥 두고 가면 하루종일 마음에 걸릴 것 같아서 일단 데리고 가기로 결정. 다가가서 살짝 손을 댔더니 깜짝 놀라며 도망가려는 듯 했으나 몸을 못 움직이고 끙끙거리기만 했다.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두 손으로 살짝 들어서 차로 옮겼다. 몹시 아픈 소리를 냈지만 버둥거리지는 않고 가만히 있더라.


이내 차 내부가 피냄새와 똥냄새로 가득 찼다. 하지만 불편하기보다는 안쓰러운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 조그만 녀석이 혼자 길가에 누운 채 짖지도 움직이지도 않고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거다. 까악까악 소리를 내면서 머리 위를 빙빙 돌던 십수마리의 까마귀들과 함께.


조수석 아래에 가만히 누워있던 녀석이 어느 순간 고개를 들었다. 일어나려다가 넘어지기를 여러번, 힘겹게 움직이며 내 가까이로 와서 변속기에 머리를 걸치기에 나는 손을 들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제 괜찮아 병원 갈거야. 알아 듣는지 아닌지 나는 모른다만, 어쨌거나 계속 말해주었다.


진주에 도착 후 다시 시청에 전화해보았다. 직원이 출근했으니 이쪽으로 온단다. 차 문을 열어 놓고 아마도 그 녀석과 마지막일 시간을 함께 보냈다. 녀석의 눈빛이 놀라울만치 초연해서 나는 그래도 얘가 많이 다친건 아닌가보다 라고 생각했다.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찍은 사진이다. 표정이 담담한 이유는 아프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시의 유기동물 담당 직원이 왔다. 지체없이 녀석을 데려가는 직원분께 앞으로 어떻게 되는거냐고 묻자 일단 유실견일수도 있으니 주인을 찾아보고, 찾지 못 하면 안락사 시킨단다. 하지만 그 전에 죽을지도 모른대. 본인이 많이 봐서 아는데 지금 녀석의 눈빛이 이미 스스로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는거라고.


아. 그렇구나. 보통의 애완견들처럼 자신의 아픔을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않은 것은 아프지 않아서가 아니었구나. 내 가까이로 다가와 머리를 내민 것은 다만 이 순간 나의 손길이 필요했던걸지도 모르겠구나. 피와 똥이 엉겨붙은 녀석의 몸을 망설임 없이 만졌던건 참 잘한 일이었구나.


살게 된다면 이 세상에서, 그렇지 않다면 내세에서 녀석은 날 기억할까? 적어도 난 꽤 오랫동안 이 녀석이 생각날 것 같다. 고작 삼십분의 인연이 이토록 깊게 울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처음 알게 되었다. 되도록이면 치료 잘 받고 주인 찾아서 행복하게 살아가길 기도해본다. 다시는 아프지 말고.


혹시 이 근처에서 강아지 잃어버린 분을 알고 계신다면 진주시청으로 전화해보라고 말씀 좀 전해주시라. 잠시 본 나도 이렇게나 마음이 쓰이는데 키우던 분이면 오죽하겠나. 어찌 되든 주인은 꼭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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