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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 쿡 Jan 12. 2019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친절

어제 밤 인천에서 소고기 국밥집을 하는 후배가 술한잔 하고 싶다며 찾아왔습니다. 


요즘 경기가 좋지 않고 매출이 나지 않아 일당을 부르지 않고 제가 직접 업무에 투입되어 많이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좋아하는 후배이니 오라고 했습니다. 


그는 매장평수 80평에 1층 월세 650만원 짜리업장에서 불고기와 소고기 국밥을 주메뉴로 팔고 있는데 외식업을 시작한지 1년 반 밖에 되지 않는 새내기입니다


. 전에 아이티업계에서 잘 나가는 회사원이었지만 과감히 퇴사 후 외식업으로 뛰어 들었다합니다. 


1년 반동안 나름 우여 곡절을 겪고 이제는 안정된 매장으로 잘 꾸려 왔습니다.


술을 한 잔 걸치면서 그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구구절절 침튀기며 떠들어 댑니다. 


1년 반동안 팟빵의 먹장먹살을 들으며 자신이 식당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고, 


수익이 고정된 월급쟁이로 살다가 장사이후 수익이 세 배로 늘어 저축을 두배 이상 하게 되었고 


그 마인드를 평생 가져가겠다고 합니다. 


또 자신이 손님에게 친절하게 하니 손님이 늘어났고 손님들이 저만 찾는다는 둥 자신의 자랑아닌 자랑을 귀엽게 늘어 놓더군요. 


그런 많은 이야기를 듣던 중 여기까지 찾아온 동생에게 한가지 일침되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내심 그도 그런 일침을 듣고 싶어 왔을거라고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점심 늦으막에 들어온 손님들이 이야기가 길어지면 제가 믹스커피 한잔씩 타주며 '제가 타면 스타벅스 커피입니다~'라는 멘트를 날리면 손님들이 엄청 좋아하더라고요.ㅋㅋㅋ


 저도 기분이 좋고 손님들도 좋아합니다. 직원들이 좀 그렇게 하면 좋은데 아무리 친절하라고 해도 표정도 안좋고 친절하게 하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저같이 하면 손님도 더 늘고 친절한 가게로 소문 날텐데 말이죠"


"그래? 손님들은 좋아하겠네... 근데 국밥아 친절하게 하면 손님이 더 늘어날것 같니?"


"당연한거 아닌가요?형님. 당연히 친절하면 손님이 아무래도 더 오겠죠"


"ㅋㅋ그래? 근데 내생각엔 식당은 자동차와 같아. 그 중 친절을 자동차의 시트로 비유한다면 


시트가 엄청 후져서 다시는 타고 싶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시트가 어마어마하게 좋다고 손님이 


그 차를 또 다시 타고 싶어서 찾진 않는다는거야. 다시 말하면 식당의 친절은 식당을 잘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될 수 없는 듯하더라. 


누군가는 친절해서 손님이 늘었다고 말하지만 메뉴의 가격과 맞지 않는 친절은 식당을 운영하는데 전체적인 바란스가 맞지 않는 요인이야. 


친절도 일종의 물질이라서 과도하게 되면 부하가 걸리지.직원이 피곤해져서 쓸데 없는 친절로 다른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업주도 거기에 너무 집중하면 직원들에게 친절하지 못한 행동을 하게 되기도 하고. 


식당은 항상 적절한 바란스가 필요해. 웃기는건 친절해서 손님이 늘었다는 곳은 사실 증명된 데이터는 없거든. 업주의 감일 뿐이지.


 손님이 늘어난 이유가 과연 친절해서 그런것인지, 또 손님이 늘었는데 그 이유가 친절이었는지 아니면 상품력이 그동안 강해졌는지, 


그전에 너무 기본도 안되는 친절도를 가지고 있었던것은 아닌지 알수가 없어. 


친절하지 못하면 손님의 발길이 끊어지기도 하지만 어느 시점에 가면 친절로 손님을 늘리는 이유가 될 수는 없어."


"하지만 저는 손님한테 그런 서비스 하는것이 그냥 좋더라고요"


"그럼 넌 계속 그렇게 해. 직원들에게 강요하지 말고. 직원들은 지금 당장 물묻은 숫가락 닦아서 숫갈통에 다시 넣기도 바빠. 


그런 그들에게 한가롭게 시간때우는 손님에게 커피 타주라는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다. 


그리고 사장이 그렇게 커피 타줄 시간에 직원일을 좀 더 도와 주는것이 직원들에게 친절을 유도 하는 일은 아닐지 생각해봐. 


직원들도 시간이 남아 한가했다면 커피를 타주지는 않았을까? 


너가 커피타주는것이 즐겁고 행복했다면 그렇게 하면되 근데 그거 꾸준히 문닫을때까지 항상 해야할거야. 


너가 저번에 커피 타준 손님을 기억 못하고 티비를 보거나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면 그 손님은 니가 이제 초심을 잃었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직원을 데리고 리더로서 역할을 하는 사장은 항상 생각해서 행동해야한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으로 어떤것이 더 유리한지 생각해야해"



많은 식당 사장들은 이 친절이라는 부분에서 많은 고민과 어려움을 호소 합니다.


어느 정도가 친절한것이고 어느 정도가 불친절 한것인지 기준도 불분명하고, 또 아무리 말해도 직원들은 친절하지 않은 것인지... 


하지만  직원이 친절하지 못한것은 결국 사장에게 원인이 있습니다. 


우선 친절한것이 손님을 늘리는 방법일까요? 아까도 이야기했던것처럼 친절은 필요조건이지 충분 조건은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친절하게 했더니 손님이 늘었다는 이야기는 정확한 데이터 없이 매장의  매출상승 분석을 잘못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동안 너무 불친절하다가 이제서야 기본 친절도를 갖추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직원들을 어떻게 하면 친절하게 만들까 20년 넘게 고민해왔습니다.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도 주기도 하고 친절상도 주기도 하고 많은 돈을 들여 교육장도 만들어 교육도 장기간 실시 했습니다만 그 친절도는 생각보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친절하게 하는 핵심을 찾지 못한 것이죠.


하지만 한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공부하란다고 공부하지 않지만 공부할 이유를 만들어 주면 공부하는것처럼 친절하게 하려면 충분한 동기가 있어야 하는데 사실 해보니 그 단순한 동기만으로도 친절하게 만들기는 어려웠습니다. 


친절한 직원을 만들려면 그 동기가 꾸준하고 오래 지속되어 직원의 몸에 그 친절이 베어야합니다. 즉 친절은 배우는 것이 익히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친절을 익히게 해야할까요?


친절하려면 우선 저절로 얼굴에 미소를 띄어야 하죠. 그렇게 미소를 띄고 웃게 만들려면 내 몸이 힘들지 않아야 합니다. 잡념도 없고 걱정도 줄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사장이 직원들 잡념까지 없애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가지는 해소 시킬 수 있습니다. 그들의 최소 생활비입니다. 특별히 그들이 빚쟁이가 아니고서는 적당한 월급을 주면 그들은 일단 생활비 걱정을 하지 않겠죠. 여기서 중요한것은 다른 매장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급여를 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친절을 시작하도록 하는 씨앗같은것이 됩니다. 


두번째는 그들이 월급 다음으로 원하는 휴무입니다. 사람이 적당한 휴식이 없으면 절대 웃으면서 생활할 수 없습니다. 직원들을 친절하게 만들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겠다고 3년간 교육비를 투자했지만 효과는 미비했습니다. 


 그들이 원하는것은 결국 노동의 강도 대비 다소 많은 급여와 더 많은 휴식이었습니다. 그것만 해결해주면 일단은 친절을 시작하는 씨앗을 만든 셈입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이탈하는직원이나 불친절한 직원도 있겠지만 대체적은 흐름은 직원들이 모두 미소를 띄고 긴장도가 내려간다는 것입니다. 



많은 서비스와 관련된 책에서 친절한것이 어느정도의 효과가 있는지 또 얼마나 중요한지 나와있습니다. 


하지만 그 친절의 서비스로 인한 문제점은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식당은 그 친절한 만큼 반대의 문제가 그자리에서 표출되는 사업이기도 합니다. 


직원이 친절하면 반대로 직원과 직원과의 긴장도가 올라가는 것처럼 말이죠.


외식업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 주체의 성향과 관계 없이 사장에게 친절을 강요하고 직원에게 친절을 강요합니다. 무조건 친절한것이 답일까요?



하루 10시간 이상 서서 수많은 성격의 사람을 대하는 업무는 정말 힘들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일입니다. 


손님이 좀 많은 날이면 저녁 마감시간이 가까워 올수록  그들은 저절로 얼굴이 일그러지고 얼굴은 땀 범벅이 되어 화장도 지워지고 머리도 헝클어 집니다. 


그들은 연신 시계를 보며 힘든 내색이 영력하며 때론 눈빛까지 흔들립니다. 그것을 보지 못한 사람은 이말을  이해 하지 못할것입니다.  


매맞는 사람에게 웃으라고 강요할 수 있을까요?



직원이 과하게 불친절 하다면 그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친절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그들을 타박해서도 안됩니다. 그냥 식당은 그 식당에 맞게 적절하게 친절하면 됩니다. 


사람은 다 성향이 달라서 겉으로는 친절하지 못해 보이지만 마음만은 친절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들의 특성에 맞게 친절할 수 있도록 유도하세요.


그리고 업주는 손님보다 직원들을 더 아껴야 합니다. 


진정한 친절은 그들의 마음에서 나와야 진심으로 손님이 친절을 느낍니다. 


이제 친절이 손님을 몰고온다는 착각...

하지 마세요.


https://m.blog.naver.com/dacima02/221440358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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