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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 쿡 Nov 21. 2018

식당일지 1.

레밍

족발 외식 시장이 심상치 않다.

​물론 외식업 전체가 빙하기에 들어서기도 했지만 몇 년간 핫했던 족발 시장이 제일 먼저 희생될 판이다.

족발업장은 몇 년간 급속도로 늘어났고, 과도한 경쟁으로 들어선지 오래다.

족발의 수급가격은 성수기의 60%까지 떨어졌다. 그것은 족발 시장의 급랭을 대변하는 것이다. 지금 어설프게 뛰어들었던 족발집들이 직원들을 내보내고 가족 경영 체제로 들어서기 시작했고 동네서 잘 나간다는 족발집들도 하나둘 존폐를 걱정하고 있다.

예상이 빗나갔으면 했지만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작년 팟캐스트의 먹장먹살과 페이스북에서 올해 족발 시장의 과다 경쟁으로 존폐를 야기할 것이라는 이야기했다.

하지만 피부로 체감하긴 어려웠다.

족발은 적은 인원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매출을 발생시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삶아 놓은 양을 소진하면 매출 발생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 한가지 단점은 당일 판매 전략을 구사하는 업장들은 매출이 부진하면 남은 족발 처리가 쉽지 않다. 물론 냉채나 구운 족발로 재료를 소진하긴 하지만 따끈한 족발을 먹길 원하는 고객을 모두 흡수하긴 어렵다. 그런 단점에서 불구하고

족발은 조리와 관리 측면에서 굉장히 단순하면서 좋은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특히 족발은 상차림이 단순하고 테이블 단가가 높으며 배달에 특화되어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즐기는 외식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단가에 비해 배달 수가 많은 메뉴로 매출 올리기 좋은 아이템이지만 창업에 진입장벽은 낮았다.

배달 메뉴라는 덤은 창업비용을 줄여주었고 인건비와 임대료 또한 다른 외식 아이템보다 낮았다.

사실 그런 장점들이 족발시장 악화의 원인이 되었다.

족발은 업소 수 대비 주문수가 적은 매장으로 치킨, 한식, 다음으로 포화상태를 넘은지 오래다. 즉 족발 전체 시장의 매출 대비 매장 수가 너무 많다는 이야기이다. 또 하나의 큰 복병은 삼겹살 배달매장의 등장이다. 삼겹살은 족발의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했고 집에서 고기를 먹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며 족발시장을 빠르게 잠식시켰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그런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족발집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외식업 수익구조의 악화를 이끌고 있는 것은 바로 배달 어플이다.

배달 어플은 가치 대비 큰 비용과 과다 출혈 경쟁을 만들어냈고 그것은 고스란히 영세 배달업주들의 피를 빨아먹는 결과가 되었다.

배달 시장은 기형적인 구조로 더 비대해질 것이다. 반면 이유없이 바다로 몸을 던지는 레밍이나 밝기만 하면 무조건 뛰어드는 나방처럼 대안이 없는 자영업자들은 외식창업으로 뛰어들것이다. 특히 배달로. 

배달 업장은 급격하게 늘어나고 늘어난 수에 비해 수익이 좋지 않으면 매출을 발생시키기 위해 출혈경쟁을 하게 된다. 수익구조는 더 악화되고 다시 그 악화된 수익구조 때문에 출혈경쟁이 심화되고 다시 수익구조가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다.

   

식당을 한 번 해 본 사람은 여간해서 그걸 놓지 못한다.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는 말처럼 족발 시장에서 참패한 업주는 다시 떡볶이 시장에 뛰어들지도 모른다.


키친 디렉터 ㅡㅡㅡㅡㅡㅡㅡ

국내 1호 키친 디렉터입니다. 주방 동선 전문 컨설팅과 외식업 프로세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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