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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메이 Aug 10. 2015

부산, 마법의 포장마차

부산에 놀러갔다. 영화제 구경하러 갔는데 영화는 딱 한 편 봤다. 그나마도 조느라 제대로 못 봤다. 그래도 전혀 아쉽진 않았다. 온갖 음식을 즉석에서 뚝딱 만들어내는 포장마차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와서 "오빠, 나 이거 해도"를 외치고, 옆자리에서 시킨 안주를 시킬 수도 있고, "어디서 왔냐"며 물어보며, 서로의 안주를 나눠먹기도 한다. 우리는 바로 옆 테이블의 안주를 반이나 뺏어먹고, 우리 안주가 나온 후 다시 덜어주고를 2~3번 반복했다. 

삼겹살숙주볶음, 오뎅볶음, 스팸볶음밥 등 일반적인 포장마차에서 파는 메뉴와는 좀 다르다. 주문하는 동시에 바로 조리가 시작되고, 3분 이내에 뚝딱 음식이 나온다. 볶음밥에 들어가는 밥은 데우지 않은 햇반. 스팸을 쓱쓱 썰어 넣고 양파며 당근도 빠지지 않는다. 아저씨로 보이지만 "오빠"를 고집하는 주인은 음식을 만드는 내내 소주를 홀짝인다. 약간씩 술이 들어가야 음식이 더 맛있다나. 

취한 우리가 화장실을 찾자, 화장실은 좀 먼 데 있단다. 설명해도 길을 전혀 모르는 우리에겐 꽤 난코스. 결국 주인 오빠는 "기분이다!" 외치더니 오토바이를 가져온다. "잠깐 가게 좀 보고 있으라"고 손님들에게 가게를 맡겨놓고, 오토바이에 우리를 태우고 화장실까지 간다. 짧은 거리였지만 밤거리를 가르는 오토바이의 소리와 그 바람이란! 

가끔 그 밤이 생각난다. 밤에 생겼다가 사라지는 번화가 한 구석의 포장마차. 심야식당처럼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 잠깐 와서 소주 한 잔에 안주만 먹고 일어나도 아무런 부담이 없는 곳. 


출출한 어떤 밤, 갑자기 그 볶음밥이 너무 먹고 싶어져서 따라해보았다. 스팸 대신 베이컨을 넣고 감자를 추가했다. 놀랍게도 전혀! 그 맛은 나지 않았고, 심지어 비슷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맛만 있었다. 생각날 때마다 해보면 좀 늘겠지, 뭐. 포장마차의 볶음밥과 내가 한 볶음밥은 사진만 보면 꽤 비슷하다.

그곳이 생각날 때, 한번쯤 미친 척하고 부산까지 내려가볼 생각이다. 그 포장마차는 그곳에서 그대로 나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포장마차 스팸볶음밥 
내가 만든 베이컨볶음밥
포장마차에서 발견한 새로운 안주. 삼겹살오뎅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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