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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후문 골목의 원조 계란빵

by 손동혁

1980년대 후반, 인하대학교 후문 골목은 나에게 늘 허기가 가득한 공간이었다. 그곳에는 작은 계란빵 가게가 있었다. 1987년, 대학 1학년이던 나는 가끔 그 따뜻한 빵을 사 먹었다. 손바닥만 한 종이봉투를 건네받으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과 함께 풍겨오던 냄새가 먼저 허기를 달래주었다. 그 시절,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던 우리에게 계란빵은 따뜻한 위로고, 행복이었다.


지금도 그 가게는 더이상 영업을 하지 않는다. 인터넷에는 “1984년부터 이어진 원조”라는 설명이 붙어 있지만, 공식 기록은 없다. 그러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나의 기억이 곧 40년의 세월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계란빵은 밀가루 반죽 위에 달걀 하나를 통째로 올린 단순한 빵이지만, 그 단순함 속에 나의 청춘이 담겨 있다. 나는 그 빵을 손에 쥐고 버스를 기다렸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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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10년에 인하대 후문 계란빵집이 영업할 때 직접 찍은 사진(계란빵 가격이 500원이다)


최근에 CNN이 한국의 계란빵을 세계 50대 빵 중에 하나로 꼽았다는 기사를 보았다. 반가우면서도 왠지 서운했다. 세계가 인정하는 길거리 음식이 되었지만, 인천 용현동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골목의 한켠에서 수십 년간 학생들의 배를 채워준 작은 가게가 있었음을, 그 기억을 가진 사람들만이 알고 있다.


지금도 계란빵 가게 근처를 지나면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된다. 낡은 간판과 손때 묻은 철판, 종이봉투 속에서 피어오르던 냄새가 다시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 작은 가게와 따뜻한 계란빵은 그 시절의 나를 불러내는 풍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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