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 7.5:지방세 2.5’ 구조의 문제점

사업비 ‘5:5 매칭’의 메커니즘까지

by 손동혁

한국의 재정 구조는 강한 중앙집중형 체계를 특징으로 한다. 최근 수년간의 조세 통계를 보면 국세가 약 74~77%, 지방세가 약 23~26%를 차지하는 구조가 지속되며, 조세 권한은 중앙정부에 집중되는 반면에 정책의 집행과 지출 책임은 지방자치단체로 분산되는 불균형이 나타난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재정 운용의 자율성과 정책 우선순위를 독자적으로 설정하는 데 구조적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


이러한 재정 환경에서 문화예산의 상당 부분은 국고보조사업과 매칭 방식을 통해 설계·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사업의 설계와 운영 기준은 중앙정부가 설정하고, 집행과 결과에 대한 책임은 주로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는 구조가 고착되어 있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지역의 필요와 정책적 우선순위가 충분히 반영되기보다 중앙의 기준에 부합하는 사업 기획과 집행이 강화되고, 지방자치단체는 선택권이 제한된 상태에서 사실상 ‘집행 주체’로 기능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따라서 문화정책의 문제는 개별 사업이나 행정 역량만의 문제가 아니라, 재정 권한의 편중과 정책 집행 체계가 맞물리며 발생하는 구조적인 왜곡에 따른 현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는 다수의 문화 관련 사업에서 지방자치단체에 이른바 ‘5:5 매칭’을 요구한다. 정책을 기획하고 결정하는 권한은 중앙이 통제하는 가운데, 집행에 필요한 비용의 상당 부분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설계된 이 방식은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지 않는 비대칭적 권한 배분 구조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매칭 방식은 지역의 자율성을 확대하기보다는 중앙이 정책 결정권을 유지한 상태에서 지역을 비용 분담자이자 집행 주체로 편입시키는 통치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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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고유성을 가로막는 중앙의 잣대

이러한 구조는 지역문화 정책을 대표하는 사례를 통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역문화진흥법과 국고보조금 제도가 결합된 방식이다. 지역문화진흥법은 지역 고유의 문화적 역량을 강화하고, 주민 참여에 기반한 상향식 문화정책을 실현하겠다는 취지로 제정됐다. 그러나 제도가 실제로 운영되는 과정에서 중앙정부가 설계한 정책 목표와 사업 유형, 평가 기준이 국고보조금 제도를 매개로 지역에 전달되며, 이에 따라 지역의 정책 운영 전반을 규정하는 체계가 형성되어 왔다. 다시 말해,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시한 가치와 목표가 국고보조금이라는 재정 장치를 통해 중앙의 정책 설계 논리와 결합되면서, 지역이 자율적으로 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여지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구현되어 온 것이다. 이로 인해 지역문화 정책은 법이 표방한 자율성과 다양성보다는 중앙이 설정한 사업 구조와 재정 운용 방식에 종속되는 양상을 띠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는 대표적인 정책 사업인 ‘문화도시’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문화도시 사업은 국비 50%, 지방비 50% 매칭을 전제로 추진되었는데,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 국고 지원 없이는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중앙의 평가 기준과 공모 지침에 맞춘 계획서 작성에 행정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법과 정책은 지역의 고유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중앙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전략이 우선시되는 역설이 되풀이되는 이유이다.




단기성과 중심의 보조금이 위협하는 지역문화 생태계

현행 보조금 구조는 사업의 중앙화 경향을 더욱 고착화한다. 국비의 상당 부분이 보조금 형태로 내려오며, 지역은 이에 상응하는 재원을 매칭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이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은 축소되거나 중단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미 승인된 국비조차 집행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 결과로 재정적 부담과 집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와 현장에 전가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지역문화 생태계의 지속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한다는 점이다. 보조금 사업은 대개 단년도·단기 사업으로 편성되며, 이에 따라 지역 예술가와 단체들은 공모에 선정되기 위해 매년 새로운 기획서를 쓰고 단기성과를 압박받는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생활문화, 문화예술교육, 문화복지와 같은 토대가 되는 정책 영역조차 장기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문화 현장의 노동 역시 사업 단위로 쪼개진 단기 계약으로 채워지며, 안정적인 고용 구조는 형성되기 힘들어진다. 보조금 규모가 늘어나도 그것이 문화권의 실질적 향상이나 문화 자치의 강화로 체감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한계는 일부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지방이양 과정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국비 매칭 구조가 사라지자 관련 예산이 축소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중앙의 개입이 사라진 자리를 지역의 자율성이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사업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역설로 이어졌다. 지방세 비중이 약 25%에 불과한 재정 현실에서 ‘지방 이양이 곧 자치 강화로 이어진다’는 낙관적 공식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 사례가 여실히 보여준다. 요컨대 제도적·재정적 조건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추진된 이양은 자치의 확장이 아니라 책임의 전가로 귀결되기 쉽다.




문화 자치를 위한 새로운 설계

문제의 핵심은 재정을 어떤 원칙에 따라 배분하고, 누가 의사결정을 하며, 어떤 기준으로 지속성을 보장할 것인가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이 중앙의 사업 집행자가 아니라, 자율적 정책 주체로 기능할 수 있도록 재정 구조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


포괄보조금 방식은 중앙정부의 세부 통제를 완화하고, 일정 범위의 재원을 지역이 중·장기 계획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존 국고보조금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는 제도이다. 이는 단년도·단기 사업 중심의 집행 방식을 넘어서 지역의 경험과 인프라를 축적 가능한 정책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은 자율성의 확대에 그쳐서는 안 되며, 재정 운용의 책임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준 설정과 체계적인 정보 공개가 동시에 요구된다.


또한 3~5년 단위의 지역문화 중기계획을 전제로 계획–집행–평가–환류가 순환하는 체계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이때 평가는 단기성과를 계량화하는 지표에서 벗어나 지역문화 생태계의 지속성, 관계망의 안정성, 공공성이 축적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아울러 지역문화진흥법의 거버넌스 조항을 강화해 시민과 예술인이 자문이나 형식적 참여를 넘어서 실질적인 의사결정 주체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에는 분명한 위험도 수반된다. 포괄보조금의 도입과 자율성의 확대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지역 간 격차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재정 여력이 있는 도시와 그렇지 못한 지역 사이의 정책 기획·집행 역량 차이가 그대로 정책 성과의 구조적 격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괄보조금으로의 전환은 지역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동일한 출발선’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 지역의 재정력, 인구 구조, 문화 인프라 수준의 격차를 반영한 형평성 확보 장치와 보정 기제가 반드시 함께 설계되어야 하며, 자율성 부여가 책임의 전가나 정책 공백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공공성의 최소 기준과 취약 지역에 대한 지원책을 병행해야 한다.


나아가 재정 구조의 근본적 체질 개선이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앙정부가 지역을 대하는 태도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지역의 고유성을 존중한다면서도 실제로는 공모와 평가라는 동일한 틀로 지역을 표준화해 온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앙은 더 이상 단일한 해법을 설계해 내려보내는 주체가 아니라, 지역이 스스로 현장의 문제를 인식하고 각자의 조건에 맞는 해결 방식을 모색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고, 그 과정에서 책임을 함께 분담하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 글은 문화오늘 (Culture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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