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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타르트 Jan 18. 2023

파절이와 백김치

맛집 타이틀이 붙은 집이라면 한시간정도 줄 서는 것은 일도 아닌 우리 부부에게 ‘토담숯불구이’에서의 30분 웨이팅은 감사할 정도였다.

유튜브를 보다가 알게된 숯불 소고기집이었는데 요근래 마침 소고기가 먹고싶던참에 발견한 귀한 정보였다.


이 집의 메인메뉴는 당연 한우 소고기이지만 밑반찬으로 나오는 파절이와 백김치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주연배우 부럽지 않은 빛나는 조연이랄까..

무엇보다 고기와 밑반찬의 궁합이 너무도 환상적이었다.

그래서인지 고기를 먹는 내내 파절이와 백김치에 손이 많이 갔고 금새 바닥이 보였다.

고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맛있는 밑반찬을 포기할 수 없어 리필을 요청했다.

수북이 담겨온 반찬을 보며 속으로는 잠시 신이났지만 이내 후회하게 되었다.

리필 해주신 반찬을 남기기 죄송해 억지로 다 먹으려 하다보니 고기 한 점에 넘치는 반찬을 함께 입에 넣어야 했다. 

그랬더니 내가 처음 느꼈던 그 조화로운 맛은 균형을 잃고 변해버렸다.


욕심은 이렇게 후회를 낳는다.

파절이와 백김치 말고도 내가 부리고있는 욕심들이 머릿속을 채웠다.


내가 더 많이 먹고 싶어서 이웃에게 조금밖에 나누어주지 못했던 귤은 며칠이 지나도 다 먹지 못해 냉장고에서 시들어가고 있다. 


오래전 무료로 풀린 영화는 가장 완벽한 때에 가장 완벽한 컨디션으로 보고싶은 욕심에 미루고 미루다 아직까지도 보지 못했다.


온전히 소유하고 싶어서 상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내 감정만 앞세우다 망쳐버린 관계도 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그 ‘지점’은

아주 약간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그 ‘시점’에 찾아지는 게 아닐까 


나는 남은 파절이와 백김치를 꾸역꾸역 비워냈다.

다음에는 한접시로 충분할 것을 기억하면서

앞으로는 욕심부리는 대신 약간은 아쉽게 살아야지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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