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약 용량이 변했다. 약 중 한 알의 색깔이 회색에서 흰색으로 변했다. 다른 약도 흰색에서 녹색으로 바뀐 지 한 달이 안된지라 남편이 약을 먹이는 아침엔 헷갈릴 것 같아 미리 약통에 2주 치를 넣어둔다. '어떻게 매일 안 까먹고 약을 먹이지?'가 가장 큰 스트레스였는데(나를 아는 이들은 모두 나의 이 걱정을 이해할 거다) 올해 초 약이 하나 더 늘면서 나의 기억력에만 기대긴 더 이상 무리다 싶어 약통을 주문했다.
진즉 살걸.
2주 치 약통을 채우는데 새삼 조제실에서의 스냅을 기억하는 내 손이 느껴졌다. 약국 들어설 때 '통에 주세요'라는 멘트도, 다른 약통이랑 헷갈리지 말라고 위에 x표시 치고 큼직하게 약이름 쓰는 것도, 내 몸이 잊지 않은 내 과거다.
이 약을 보면서 참 장난감 총알같이 생겼다, 이거 먹는 사람 목에서 잘 넘어갈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아들이 약 먹는 걸 힘들어한 적은 없는 걸 보니 걱정은 접어도 될 것 같다. 그 약을 타러 오는 아이와 엄마를 조금 짠하게 바라봤던 어쭙잖은 내 시선도 같이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