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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Jul 19. 2017

19일, 한국언론의 민낯이 드러난 날

묘한 질투의 흔적들

네이버와 다음이 삼성 뉴스 논란에 휘말렸던 19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인사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별개로 보이는 두 사건은 의외로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많습니다. 서로 관련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언론 지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거든요.


이견의 여지가 있지만 전 국내 언론진영을 이렇게 구분합니다. 방송과 신문이라는 큰 카테고리를 세운 상태에서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지상파와 종이신문을 뿌리로 가진 유료방송의 종편, 종이신문, 인터넷 언론 그리고 플랫폼 사업자입니다. 이들은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뭉치고 흩어지는 이합집산을 거듭하지요.


네이버와 다음의 삼성 논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관련기사=이재용 기사, 삼성이 포털에서 내렸다?)


자. 여기부터 시작하죠. 전 이 논란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상파와 종편, 종이신문, 인터넷 언론은 네이버와 다음이 진짜 삼성 뉴스를 압박에 밀려 내렸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물론 위험한 생각이지만 만약 포털이 삼성이라는 거대권력에 밀려 기사를 내렸다면?


지상파와 종편, 종이신문, 인터넷 언론을 통칭해 언론으로 정의할 경우 이들과 포털의 관계설정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원래 언론은 콘텐츠와 플랫폼을 모두 가졌어요. 하지만 인터넷 시대가 시작되며 플랫폼...즉 유통 권력을 상실했지요. 그 권력은 고스란히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 즉 포털로 넘어갔습니다.


언론은 불만이 많습니다. 죽어라 만든 콘텐츠를 포털이 날로 먹거든요. 전재료를 받는 언론은 그나마 상황이 나아요. 검색제휴로만 걸린 이들은 아주 죽을맛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포털에게 주장합니다. 언론 트래픽이 낮다고? 기여하는 바가 낮다고? 그래도 언론이 있기에 포털 콘텐츠가 공신력을 가지는 거야! 참고로 통신사인 연합뉴스는 지난 1월 자체 취재결과 네이버가 지난해 무려 2조9500억원(추정치)의 광고매출을 올렸고 지난해 4분기에만 8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징징거림에 지친 것일까요. 포털은 지난해부터 외부위원회에 뉴스 편집 권한을 위임하더니 네이버의 경우 플러스 프로그램(Press-Linked User Support)을 도입했습니다. 뉴스 본문 내 ‘광고 수익 배분’과 온라인에서 사용자의 미디어 구독을 후원하는 ‘구독펀드’로 구성되며 네이버의 직접 기사 배열 영역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을 제외한 상태에서 광고 수익의 70%를 언론사에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죠.

......이건 말입니다. 시끄럽게 짖는 멍멍이한테 먹이를 던져주며 '좀 진정해 녀석. 쉿. 그렇지. 이제 만족해?'라고 말하는 겁니다. 네? 너무 나간 해석이라고요? 언론이 원했던 것을 고려해보세요. 그리고 이 펀드의 규모를 보세요. 답 나옵니다. 참고로 이 펀드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추후 전재료 인상의 여지를 못박기 위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자 결국 콘텐츠 제값받기에 나선 언론과, 또 언론의 영향력을 상회하기 시작한 1인 크리에이터의 등장을 동시에 연상하며 네이버의 행보를 보세요. 전 네이버가 너무 똑똑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르고 달랠 줄 알아요. 언론이요? 당연히 네이버와 다음이 밉죠...하지만 뚜렷한 대응책도 없을 뿐더러 그냥 끌려가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전제를 숙지한 상태에서 네이버와 다음이 얽힌 삼성 논란은 그 자체로 흥미롭습니다. 뭐 다른 뜻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재미있어요.


그리고 다음 이슈. 이효성 위원장 청문회. 통신관련 이슈가 많이 관심을 받고 있지만 사실 언론환경적 측면에서 흥미로운 것은 지상파와 종편을 대하는 후보자의 자세에요. 수신료 인상 긍정적. 지상파 UHD 확대 긍정적.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긍정적. 지상파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준다는 건가요....반면 종편에는 의무전송 숫자를 줄이겠다는 서늘한 말을 했어요.


이 부분은 지상파가 방송 플랫폼의 권력을 유료방송에게 빼앗기는 지점과 방송 공공성 강화를 위해 MBC를 털고있는 현 정부의 행보. 그리고 방송언론에 있어서 지상파와 대척점에 있는 종이신문을 뿌리로 가진 종편의 대결구도로 봐야 합니다.


뭐 사실 장황하게 말했지만 이들을 관통하는 키워드같은 것은 없어요. 그냥 우연히. 19일이라는 동일한 날에 우리나라 언론환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재미있는 사례가 총출동했다는 것이 흥미로와요. 여러분. 우리는 이런 재미있는 세상에 살고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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