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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Oct 01. 2017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이 마약을 파는 이유

범위를 넓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기존 메모리 사업부와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파운드리 사업부가 신설된다고 밝혔고 김기남 반도체 총괄사장이 지휘를 하게 됐습니다. 퀄컴 출신의 강인엽 부사장이 시스템LSI 사업부를,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정은승 부사장이 파운드리 사업부를 맡는 방식으로 전체 진용을 꾸렸어요.


SK하이닉스도 지난 7월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를 공식 출범시키며 파운드리 독립 사업부의 출발을 알렸습니다. 청주 사업장 M8라인과 제반 시설 일체를 1716억원에 양수받은 상태며,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 최고경영자(CEO) 김준호 사장이 지휘합니다. 그는 “공정과 기술서비스 역량을 강화하고 고객을 다변화해 수익성 기반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확보할 것”이라면서  “업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어요.


이들이 파운드리에 뛰어드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업의 특성상 독립적인 플랫폼이 필요하고 보안에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입니다. 팹리스 입장에서 동일한 파운드리 업체가 많은 수주를 받을 경우 기밀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거칠게 말하자면 하청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박수를 쳐야하는 일이고 승부수입니다. 그러나 가슴 한켠에는 미묘한 씁쓸함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꿈같은 이야기기는 하지만 저는 최소한 삼성전자는 팹리스에 진출, 큰 그림을 그리는 방향을 원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삼성전자가 팹리스 인프라를 일정정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삼성전자는 "시스템LSI 사업부를 팹리스 기능에 집중해 강력하게 육성하고, 파운드리는 별도의 부서로 키우겠다는 뜻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요.


음. 이것도 맞는 말이지만...그래도 아쉬웠습니다. 삼성전자는 이제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이 아닌, TSMC를 경쟁상대로 잡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돈 굴러가는 시장 선수들은 '파운드리 생각 잘 한거야!'라고 말하지만 저는 인텔과 퀄컴 등이 추구하고 있는 ICT 두뇌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그렇게 생각했다는 겁니다.


여기까지 이야기가 나오면 궁금증을 느낄 수 있을겁니다. 이 멍청한 기자는 도대체 무슨생각을 하는거야? 잘할 수 있는 것을 잘 해야지. 갑자기 팹리스 하자고 하면 무슨 수로....네. 다 인정하는데요. 저는 굳이 인텔이 크로스포인터로 메모리에 진격하고, 애플과 협력해 파운드리까지 맡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밥그릇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차치해도, 또 삼성전자가 인텔을 누르고 전체 반도체 시장의 1위가 되었다고 해도, 큰 틀의 전략은 여전히 팹리스를 강하게 잡고가야 한다고. 최소한 한 다리는 충분히 거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이건 전혀 다른 측면의 문제제기입니다. 바로 플랫폼 전략입니다.


종속, 그리고 종속
메모리 반도체 잘 나갑니다. 여기에 집중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아주 칭찬해. 그리고 이는 이병철 선대 회장부터 내려온 삼성의 오너경영이 가진 빛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 경영인이 먼 미래를 보고 막강한 투자를 하기는 어렵거든요.


문제는 시스템 판도체의 팹리스가 가지는 업의 속성입니다. 이들은 설계하는 자들이고, 당연히 특정 진영의 중심이에요. 영국의 암 진영을 보세요. 완전 마피아입니다. 당연히 이들은 설계하고 큰 그림을 그리며 스스로 플랫폼이 되며 생태계가 됩니다. 맞습니다. 전 이것이 아주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설계하는 자들은 세상을 그리는 법이거든요. 지난해 손정의 회장이 이재용 부회장과 만났던 배경이 '모바일 AP 영역에서 긴밀하게 협조했던 암과 삼성전자가 반도체 거인 인텔의 공습에 대비해 더욱 돈독한 협력을 추구하기 위함'이라는 말을 듣고 탄식했던 이유입니다.

물론 설계하는 자가 어떻게 플랫폼이 되느냐.하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조를 업으로 하는 자들은 물건을 잘 만들고, 하청을 잘 하는 길로 간다면 설계를 하는 자들은 큰 그림을 그리며 플랫폼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주도권은 누가 가지게 될까요? 당연히 설계를 하는 자입니다. 설계를 하는 자들은 자신들이 플랫폼을 만들고 제조를 잘...하청을 잘 하는 자들을 엮어 생태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만약 여기에 수요자에게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준다면? 예를들어 수요자가 필요로 할 때 공급자...아니, 하청을 잘 하는 자들을 엮어준다면? 이게 온디맨드 사업이죠. 경기불황의 시기에 나타난 노동시장의 적 그리스도인 온디맨드. 주도권은 플랫폼 사업자가 가집니다.


최근 아마존이 역직구 사업, 글로벌셀링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9월28일 신디 타이 아마존 아태지역 부사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러한 방침을 명확하게 밝혔습니다.


FBA(Fulfillment by Amazon)에 대해 설명하며 국내 업체들의 역직구 플랫폼 강화를 거듭 강조했다는 후문입니다. 쉽게 말해 한국의 매력적인 콘텐츠(상품)를 해외시장에 팔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것.  국내 오픈마켓 진출은 어렵겠지만, 역직구 플랫폼을 강화해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의 친구가 되겠다는 말입니다.

현재 아마존의 상황을 보고 넘어가겠습니다. 이들이 전자상거래 한국 진출을 할까요? '유로피안 풀필먼트 네트워크(European Fulfillment Network)'을 한국에서 재연할 가능성이 높지만, 직접적인 오픈마켓 진출은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왜? 일단 국내시장만 봐도 뻔해요. 작잖아요. 그러나 K팝 이야기까지는 하지 않겠습니다. 매력적인 콘텐츠를 가진 한국 콘텐츠 사업자에게 해외로 향하는 길을 마련하겠다고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범아시아 크로스보더 거점을 만들겠다는 거죠. 그 과정에서 국내 PG사와 협력을 타진하는 것은 FBA 플랫폼의 매력을 키우려는 포석인 것으로 보입니다. 왜? 대금결제를 빠르게 하겠다는 뜻이니까요.


결론적으로 아마존은 한국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해외로 향하는 길을 내어주고, PG사와 협력해 대금결제 당겨주고 혜택을 줍니다. 그러면서 (인천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군요) 한국을 일종의 물류거점으로 만들 생각 정도를 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국내 콘텐츠를 해외에 뿌려주겠다는 것. 많은 이들이 환호할 만한 일이죠. "와! 우리의 콘텐츠가 아마존의 간택을 받아 세상에 나간다고 하네! 신난다!" 그러나 이건 좀 위험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미래사업의 주도권은 플랫폼 사업자가 가져가는데, 이건 아마존의 생태계와 플랫폼에서 벌어지잖아요? 아마존은 한국을 포함해 많은 콘텐츠 사업자들의 이동, 즉 물류를 파악해 방대한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궁극적으로 숨통을 쥡니다. 까짓꺼. 온디맨드 사업을 한다고 상상하면 더 끔찍해요. 하청업자의 비애죠.


넷플릭스 상황도 재미있어요. 나르코스는 남미, 옥자는 한국 콘텐츠라고 부를 정도로 철저한 현지화 정책을 폅니다. 이들은 말해요. "콜롬비아 마약상 유명하고 매력적인 콘텐츠야, 봉준호 감독 칸이 주목한다며? 우리가 지원할테니 멋지게 만들어 봐. 영화상영공식을 깨고 넷플릭스가 유일무이한 플랫폼으로 작동할테니. 우리는 글로벌 전략 강화하고, 앞으로 키는 우리가 잡을 생각이야"


그러고보니 구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타트업 캠프 만들었어. 한국 스타트업 잘 하더라. 세계로 나가봐. 우리가 키워줄게. 좋지? 대신 너희들은 안드로이드 동맹군이야!"


카카오가 카카오톡이어야 하는 이유
콘텐츠가 왕이라고 합니다. 콘텐츠가 플랫폼의 질을 정하니까요. 그러나 세상은 플랫폼의 시대로 갑니다. 왜? 콘텐츠는 태생부터 지엽성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플랫폼은 태생부터 다양한 지역의 정체성을 포함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데이터가 모이고, 공급과 수급을 조절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립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요즘 수직계열화에도 눈독을 들인다는 점. 구글과 애플을 보세요. 메이드 바이 구글, HTC 일부 인수, 애플의 그래픽 야욕. 플랫폼하던 기업들이 모두 콘텐츠까지 만든다고 나오고 있어요.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주도권을 가지겠다는 겁니다.


카카오가 그러더군요. 카카오는 O2O 기업이 아니라, 카카오톡 기업이라고. 그러니까 플랫폼 사업자라는 뜻입니다. 인공지능마저도 그에 비하면 양념일 뿐입니다. 저는 이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때려 죽여도 플랫폼 해야합니다. 글로벌 진출 어려워도, 수수료 이상의 수익이 없어도 무조건 플랫폼 해야해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열심히 파운드리 돌리고 메모리 반도체 찍어내도, 큰 그림 그리는 기업들이 새로운 청사진 들고나와 세상을 바꾼다면? 아마존이 방대한 플랫폼 저력으로 각지에 물류거점 만들어 글로벌 콘텐츠를 조율하기 시작한다면? 온디맨드까지 나간다면? 넷플릭스가 유일무이한 영화 플랫폼이 되어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미디어 환경을 좌우한다면? 매력적인 스타트업이 죄다 안드로이드에서 초연결로 넘어가는 연료로 소모된다면? 뭐, 따지고 보면 메이드 바이 코리아 내세운 페이스북이 국내 중소기업들을 모두 품는다면? 중소기업 모바일 광고를 모두 페이스북에서만 하게 한다면? 이들은 플랫폼이 되어 콘텐츠 사업자에게 마약을 파는겁니다. 자신들에게 속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마약.


지나친 의심이고 비약이지만,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카카오가 모든 것을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더라도. 형편없어도. 최소한 다른 플랫폼에 흡수되더라도 지금은 플랫폼이 있어야 합니다. 크지는 않더라도 그림은 그릴 줄 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망해서 흡수당할때 개평값이라도 받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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