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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Oct 03. 2017

구닥과 스냅킼, 스타트업 업계 괜찮으시겠어요?

약간 다른 측면으로 보자면

추석연휴를 보내며 간만에 일을 놓고 쉬어보려고 했습니다. 일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복잡한 일이 너무 많아서 휴식이 필요한데다...뭐 그냥요. 그런데 연휴 첫날부터 스타트업 업계에 난리가 났더군요. 누군가 실수했고, 유명하신 분들은 미친듯이 비웃고 사냥하고...네. 구탁과 스냅킥 이야기입니다.


뭐 이와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건 짧게 넘어갈게요. 잘 나가는 구닥. 안드로이드 버전같은 캔디카메라 개발사의 스냅킼 출시. 이어진 법적 소송 이야기. 반론. 또 반론. 사과문.


따로 취재한 내용은 없고요. 그냥 일련의 벌어지는 일들을 보며 드는 생각들을 살짝 공유하려고 합니다.


#1. SNS는 위대해
예전에 읽은 기사인데요. 지역 토목업에 종사하는 하청업체 사장이 자살한 일이 있었습니다. 원청업체의 갑질에 괴로워하다 목숨을 끊었는데...이와 관련해 모 일간지의 사설을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사설에서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그렇게 억울했다면 청와대에 알리든, 투서를 날릴 생각을 하지 못했나. 아니라면 기자 친구라도 없었는가. 안타깝다"


이제 하나 더 추가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바로 'SNS에 올릴 수 없었는가' 네. 구닥은 일단 스타트업입니다. 아무리 인기가 많다고 해도 사회적 영향력을 냉정하게 고려하면 강려크하지 않아요. 하지만 SNS를 통해 이슈가 되면 문제를 키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론은 이를 받아써요. 저도 그렇고요. 세상이 변했네요. 페이스북 보면서 유명인이 글을 남기면 [단독] 붙이며 나가는 기사 자주 봤는데...이제 그런 세상이 왔습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시대. 그러고 보니 연휴 기간 모 스타트업 직원의 저격글이 큰 화제가 되었는데...같은 논리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구닥 논란을 구닥이 먼저 일으킨 것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해요. 구닥의 이용자들이 스냅킼 등장을 보고 자발적으로 이슈를 키웠거든요. 이 역시 팬덤의 위력이라고, 브랜딩의 순효과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나를 따르는 팬 10만명만 있으면 평생 먹고살 수 있다"고 말한적이 있는데...팬 10만 양병설. 이건 모든 콘텐츠 제작자는 물론 현존하는 모든 업계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죽어라! 죽어라!"
위의 글과 이어지는 대목입니다.

누누히 말하지만 이와 관련해 취재를 하지 않았습니다.(취재했다면 기사로 썼겠...) 그래서 저는 일단 유보적이에요. 다만 논란이 오가는 것을 보고 스냅킼의 반응을 보아하니. 음. 오마주의 의미를 너무 자의적으로 해석했더군요. 커피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아메리카노의 특성만을 따로 모아 카피하면서 '커피는 원래 있었 것'이라고 말하면 누가 이해할까요. 뭐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그런데 SNS의 반응을 보아하니...다들 구닥을 옹호하며 스냅킼 까기 열풍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아예 대놓고 원색적으로 비판하고 비난하고 있어요.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이 아닌가요. 물론 스냅킼의 최종 입장문을 보니 그들도 그들의 잘못을 일정정도 인정하고 있고, 요걸 깐다고 마녀사냥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왜? 사실일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으니까.


다만 좀 불편한 점은. 아무리 봐도 100% 잘못이라고 해도 이걸 무차별적으로 까고 공격하는 모습은 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정의를 구현하는 일. 중요하죠. 남의 것 카피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은 사업자를 응징하는 것. 용인될 수 있습니다. 일을 키워야 응징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논리도 인정합니다. 그런데 좀 지나쳐요. 제 배배꼬인 눈으로 보면 '나는 똑똑하고 깨끗해...스냅킼? 이런 0000 같은 놈들이!!!!!!'라며 외치면 속이 후련해지거나 내가 왠지 전문가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좀 자중합시다.


자중하지 않아도 불법 아니에요. 그리고 심혈을 기울여 만든 서비스를 카피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분명 응징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만일의 상황에 대한 여지를 남겨두고. 아무리 개인의 SNS지만 좀 차분해집시다. 특히 파급력이 있는 소위 셀럽들. 비판과 지적을 통한 업계 자정도 중요하지만 구닥 말고도 다른 일들도 있잖아요? 이를테면 성범죄라던가...조절하자고요.


#3. 스타트업 괜찮나?
제일 중요한 이야기. 

구닥 논란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소프트웨어 사용자 경험이란 얼마나 갈대같은가! 구닥이 사랑받는 이유는? 기존 일회용 카메라 컨셉의 앱 중 구닥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포인트는 분명 있을 겁니다. 그런데 스냅킼을 처음 다운로드 받은 사람들은 마치 이것이 구닥의 안드로이드 버전인 줄 알았다고 해요.


이거 엄청나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사람들은 말해요. "스냅킼이 괘씸한 이유? 그래. 일회용 카메라 앱 예전부터 있었지. 구닥도 이 부분은 카피했을 거야(요 부분은 나중에 따로 취재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스냅킼은 구닥이 성공시킨 부분만 따로 모아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이건 오마주가 아니라 카피라고!"

자...여기서 유심히 봐야하는 지점은 스냅킼이 구닥의 핵심적인 사용자 경험을 따라했다는 점. 즉 이게 너무 쉽게 가능했다는 점입니다. 구닥은 여기까지 오는데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가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걸 단숨에 따라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있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를 보면...소프트웨어 사용자 경험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여기어때, 야놀자, 다방, 직방 등등. 그런데 불안하지 않나요? 마음만 먹으면 이들의 기본 비즈니스는 비록 불법적이라고 해도 순식간에 따라갈 수 있습니다. 앱으로 음식을 배달하고 숙박 해결하고 집 알아보면 되니까. 이러니 정부에서 공공재 이야기가 나오고 글로벌 기업들이 진출하면 업계가 요동치는 겁니다.


물론 어렵기는 하죠. 스타트업 업계 분들을 만나면 말합니다. "단순히 음식배달, 숙박, 부동산을 온라인으로 연결한다고 따라올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동안 다져진 오프라인 인맥. 노하우. 고객의 익숙함 등 모든 것을 다 카피해야 하는데 어렵다" 맞는 말이에요. 다만 상대적으로 보면 진입장벽이 낮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도 합니다. 우버가 우버이츠와 우버쉐어, 우버택시를 연계한 통합 플랫폼으로 글로벌 서비스와 연계해 한꺼번에 들이닥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구닥 사태가 전혀 다른 의미지만...국내 스타트업 업계가 소프트웨어 O2O 영역 일변도에서 벗어나 하드웨어, 즉 제조의 영역으로 뻗어갈 수 있는 나름의 계기, 혹은 반면교사가 되는 일도 기대해봅니다. 뭐..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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