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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Dec 23. 2017

우는여인에 잡힌 라이언, 담배피는 배달의민족?

그냥 오랜만에 잡소리나 한 번 하려고 합니다. 두서없고 막 쓰는 말이니까 싫으시면 백스페이스 부탁드립니다.

기자 입장에서 하루하루 살다가 보면 취재원들만큼 자주 만나는 사람들은 홍보인들입니다. 정말 대단한 분들이 많아요.


물론 어떤 분은 '이렇게 살아도 회사에서 월급을 주나보다' 싶은 사람도 있어요. 귀찮은건 대행사에 다 몰아주면서 일을 아예 하지 하지 않거나. 핵심 이슈가 터져 궁금증이 폭발해 전화를 걸어도 뭔지 잘 모르는 사람도 많고...그러면서도 SNS를 보면 맨날 유명한 분들이랑 사진찍기 놀이나 하는 모습이란...ㄷㄷㄷ 물론 비슷한 기자들도 많지만.(저는 아니기를 기원하며 오늘도 불의 화신 아파르타 헤이스님에게 기도를...)


그러나 대부분의 홍보인들은 정말 존경합니다.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에 맹목적인 신뢰를 보이며(진짜 그럴 수 있고 아닐수도 있겠지만) 조목조목 설명하는 분들. 질문하는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꿰뚫고 있는 분들. 치고 나가려고(?)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최강의 방패로 원천봉쇄하는 분들은 정말이지 질렸...아니 너무 존경합니다. 자신의 자리에 믿음을 갖고, 뭣같은 기자들 상대해주면서 차분히 설명하는 분들도요. 가끔 다투거나 심할 경우에는 감정이 상하는 경우도 많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정말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요즘은 진짜 감성적인 부분도 중요한듯요. 별 이슈가 없어 연락이 잠시 소원해도 갑자기 전화나 연락을 하며 인사를 건내면 왠지 빚지는 기분이 듭니다...여러가지 의미로 기자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요...생각해보면 대다수의 이런 홍보인들, 존경받아야 마땅한 분들의 회사도 참 좋은 회사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각설하고, 오늘은 제가 잘 모르지만 홍보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아, 이건 정말 애매하고 어렵겠다'고 생각이 드는 부분입니다.


지난 22일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국회에 나타났습니다. 저는 정치적인 소신도 있고, 지지하는 정당이 있지만 이번에는 그런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드라이하게 말할게요. 제가 22일 류여해 최고위원의 등장 기사를 보며 가장 관심을 가졌던 대목은 딱 하나입니다. 네. 그 분이 주머니에 카카오의 라이언 (전무) 인형을 넣고 나타났습니다.


"외롭고 무서워서 인형을 가져왔다"고 말하시더군요. 진흙탕으로 치닫는 한국당의 상황은 다 알고 있을테니 넘어가고, 전 그 장면을 보며 이 생각을 했습니다. "카카오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사실 대응하기도 애매하고 그렇지 않기도 애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저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겠습니다. 먼저 '인형을 가져왔다'는 사실. 남성도 마찬가지 일 수 있지만 특히 여성에게 인형은 무슨 의미일까요?


유아기, 그러니까 아직 인격이 형성되기 전 특정한 사물에 인격을 부여해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중요한 객체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외로움과 두려움은 성인을 유아기의 포근했던 기억으로 안내한다고 하죠. 도피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합니다. 아마 류 위원도 그 점을 어필하려던 것 아닐까요. '외롭고 무섭다'. 혹은 '내가 외롭고 무섭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후자라면 유아기 퇴행이 아닌, 오히려 대중을 유아기 퇴행으로 이입시키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상상도 있습니다. 자. 인형이라는 객체가 '유아기로의 회귀, 힐링의 수단'으로 본다면 이 논의를 더 확장해보자고요. '일반적이고 정상적인가?' 만약 우리 회사에서 팀장의 지적을 많이 받는다고 다음날 커다란 인형을 가지고 와 '외롭고 무서워서요'라고 말하는 후배가 있다면 오히려 전 그 후배가 무서울 것 같습니다.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셈인데요. 아. 이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


마지막으로 '왜 라이언인가?' 여기서 아이러니함이 생기는데. 류 위원의 춘추는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2030은 아닌것으로 압니다. 만약 유아기의 회귀를 말하려고 했다면 키티 인형이나 미키마우스 인형이 맞았을거에요. 그런데 류 위원의 선택은 최근 2030은 물론 10대에 인기가 많은 라이언입니다.(정식 발매는 아니고 다른 브랜드와의 콜라보라고 하네요) 이건 또 다른 어필이 아닐까 합니다. 단순히 인형을 가져오는 것이 아닌, 최근 젊은층에 인기가 많고 자연스럽게 중장년층도 알게된 라이언을 가져온 것은 '인형'이라는 속성을 더 강조하려는 것이 아닌가...이렇게 되면 단순 회귀의 상징에서 정치적 포석에 더 가까워 지겠네요.


아, 제가 왜 갑자기 이런 글을 쓰고있죠? 이게 아니라 다시 카카오로 돌아오면...여튼 카카오 홍보팀은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걸 좋아해야 하나, 싫어해야 하나" 기자 생활 초반 국회를 짧게 출입한 적이 있는데 그때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정치인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말인데 "본인 부고기사만 아니면 어떤 것이든 기사에 많이 나오는 것이 좋다"는 겁니다. 카메라 마사지라는 말도 있어요. 여튼 어떻게든 공개되고 알려지면 장땡이라는 말인데...회사는 아니죠. 좋은 것에 나오고 좋지 않은 곳에 나오면 좀 손해가 있을 것 같습니다...이 이야기는 뭐 고민이 많으시겠다 정도로.


자. 다음 이야기. 23일 세계일보에 '밀착취재 학교 앞에서도 담배연기 피해 다녀야 하는 초등학생들'이라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학교 인근에서 담배를 막 피워대는 개념없는 어른들의 이야기인데...전 이 기사를 보다가 흠칫했습니다. 네. 예시 사진으로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배민라이더스가 나오기 때문이에요.


배민라이더스로 추정되는 사람이 학교 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진입니다. 얼굴은 모자이크했지만 오토바이 색이나 헬맷을 보면 다 알아요. 짐 실어두는 곳을 모자이크로 했지만 그곳에 어떤 글이 적혀있는지는 아는 사람은 다 알아버리는...그런 기사.

솔직히 말해 금연구역에서 담배피는 사람들은 문제입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하필이면 그 기사가 나온 사진에 배민라이더스가 등장하다니...기사의 댓글을 보니 가관이네요. "배민...."이라는 댓글도 있고 "너가 그러니까 배달이나 하는 인생인거야"라는 인신공격성 댓글도 보입니다.


이런걸 배달의민족이 대응해야 할까요? 어째야 할까요? 참...고민이 많겠습니다.


간혹 미담을 가장한 홍보 보도자료가 올 때 있습니다. 누군가 국내 최초로 아이폰을 일본에 가서 개통했다는 통신사 보도자료. 아이폰이 아직 국내에 출시되기 전 얼리어답터가 미리 일본으로 가 아이폰을 개통했는데 그 통신사가 L이라더라. 이건 사실 커뮤니티를 돌거나 우연히 취재가 되어 기사를 쓸 일이지...L 통신사가 보낼 내용은 좀 아닙니다. 그런데 보내요. 네. 이것 자체가 홍보니까요.


중동의 어느 테러현장에서 누가 총을 맞았는데 G 스마트폰이 막았다더라. 와. 튼튼하다. 혹은 낚시배가 뒤집혀 위험에 처했는데 G 폰은 GPS 기능이 강력해 해경에게 사고를 빨리 알렸다더라. 이 사례들은 별도의 자료가 없었지만 물어보니 이미 준비한 티가 확 나게 술술 말하더군요.


홍보와 우연. 그리고 의도하지 않은 노출. 이 모든 것은 마케팅과 홍보의 사이에서 왔다갔다 한다는 느낌입니다. 참...어렵고 미묘한 시대네요. 그냥 한번 생각남 김에 주절주절 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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