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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Jan 25. 2018

넷플릭스의 ‘끊김있는’ 사용자 경험을 느끼다

시청률 최고! 오리지널과 수급은 동시에! 망 사용료는?

넷플릭스가 25일 한국의 정(情)을 꺼내들었습니다. 집주인에게 방세못내면 방 빼라는 말을 듣고 우울해있는데 외국인 관광객이 갑자기 다가와 ‘이곳이 한국입니까? 이곳이 정(情)의 나라입니까?’라며 미소를 머금고 셀카를 찍자고 다가오는 기분입니다. 이..이거 같이 웃어줘야 하나..    


모스크바보다 더 춥다는 겨울, 서울 통의동 아름지기에서 열린 ‘넷플릭스 정주행의 날’은 뭔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CES 2018에서 삼성전자가 기자들 데려놓고 상황극과 토크 콘서트를 보여주며 유쾌하고 재미있는 뭐 그런..것을 노렸으나 막상 기자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안타까운 기억을 가지고 있기에 넷플릭스의 행사도 불안불안했습니다.    


여기서 불안불안한 이유는 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이런 파격적인 기자회견은 끝이 별로 좋지 않던데’라는 불안감이었습니다. 갑자기 생각나네요. 모 업체에서 기자회견을 한다면서 마술쇼를 했는데 제 생각은 딱 하나였습니다. ‘아, 전기 콘센트를 비치하거나 책상이라도 주지...’ 딱 한 번 파격적 형식의 기자회견이 큰 호응을 얻은적이 있었는데, 화웨이 행사에서 기안84가 나와 태블릿으로 초상화를 그려주는 이벤트였습니다. 그런데 함정은 화웨이 태블릿은 기억이 흐릿한데 기안84가 ‘으히힛, 으헤헤헤헷’하고 웃었던 기억만 남았다는...   

  

그러나 막연한 불안감이고, 의외로 넷플릭스는 센스있게 행사를 끌어냈습니다. 기자들에게 나르코스나 기묘한 이야기 명찰을 걸어주고는 팀을 만드는 한편, 족자 형식으로 행사장 안내도를 줬거든요. 특히 족자가 신박했습니다. 가끔 인천공항으로 출국하면서 보는 면세점 한국전통상품점에서 파는 것이랑 비슷하게 생겼어요.  

신선한 경험

  

도처에 넷플릭스 신작, 명작들을 깔아두고 거실 형태의 공간도 구비, 넷플릭스가 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의 확장을 보여줬습니다. 넷플릭스가 어떤 미디어 플랫폼이고, 다양한 단말기를 통해 어떤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 나아가 넷플릭스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느끼는 것이 또 다르더라고요. ‘아, 넷플릭스는 이걸 원하는구나’    

현장에 걸린 넷플릭스 콘텐츠
가정집인줄....

행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이젤 뱁티스트 넷플릭스 파트너 관계 디렉터를 만났는데요. 한국 파트너들과 20년동안 일해 한국을 잘 안다고 합니다. 2살짜리 아이가 있고요. 아내와 함께 넷플릭스 시청을 할 때 가장 좋은 것은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나이젤

오로지 개인화 콘텐츠 큐레이션 환경이 핵심이고, 전 세계 동시출시, 다양한 언어지원 등을 하는 이유라는 설명입니다. 다양한 파트너십을 원하고 있다. 뭐 이정도가 요지가 아닐까 합니다.

   

막판에 그가 넷플릭스의 조직문화를 두고 일과 생활의 양립, 자유로운 의사결정으로 정의된다고 말하자 물어봤습니다. “넷플릭스 문화는 약간 경직된 것 아닌가요?”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일 못하면 막 자르고, 뭐 여느 실리콘밸리 기업과 비슷하지만 더 엄격하다는. 그가 말하더군요. “아닙니다”    


아. 한국 사무소 개소 생각은 없다네요.(한국 좋아한다믄서!)    


그런데 말입니다? 막판에 동시통역 기기가 고장을 일으켜 청각고문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우리 넷플릭스는 콘텐츠 수급을 위해 다양한..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일종의 해프닝이며 금방 고쳐졌지만 넷플릭스의 끊김없는 사용자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데 끊김있는 통역 사용자 경험을 체감하니 왠지 웃기더군요.   

아놔...

 

롭 로이 콘텐츠 수급 담당 부사장과의 만남도 있었습니다. 요지는 이거에요. ‘콘텐츠 수급은 오로지 시청시간을 위해! 장르고 지역이고 필요없다! 오로지 구독자의 환호를 받는 콘텐츠 수급을 원한다’입니다. 여기에 ‘지역 콘텐츠 개발과 협력을 통해 세계로 향하는 플랫폼 확장을 지향한다’도 있네요.    


한 기자가 물었습니다. 국가별 구독자 수 집계를 하느냐. 그런데 대답이 놀라웠습니다. ‘구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넷플릭스는 미디어 플랫폼이면서 케이블이나 IPTV처럼 광고도 없지요. 광고주와 만나기 위해 데이터를 만들기 위함이라면 모를까. 그것도 아닌 이상 각국 구독자 집계를 할 필요가 없다고 대답한 지점이 참 신선했습니다.    

로이...

여기서 넷플릭스 내부의 구독자 생태계가 너무 없다...는 질문도 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아무리 넷플릭스가 제 취향을 긁어져도 저처럼 귀가 얇은 사람들은 다른사람 반응도 좀 보고 싶거든요. 근데 넷플릭스는 그런게 없어요. 돌아온 대답은 “철저한 개인화 플랫폼을 지향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넷플릭스가 구독자의 취향을 알아서 정해주니, ‘넌 그냥 봐라’의 느낌이었습니다. 막판에 SNS나 홍보로 구독자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고 대답하는걸 들으니 제 질문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지만....뭐, 일단 자신감이라고 접어두려고요.    


아. 오리지널 콘텐츠와 라이선스는 ‘건바이건’으로 다르답니다.    


마지막으로 케이틀린 스몰우드 넷플릭스 사이언스 및 애널리틱스 담당 부사장. 콘텐츠 큐레이션에 대해 소개했는데 눈길을 끄는 것은 ‘콘텐츠 큐레이션의 이유’였습니다. 다양하지만 ‘새로운 콘텐츠를 소개하기 위해’라는 말이 인상깊네요.     

스몰우드 여사

25일 SK브로드밴드와 SK텔레콤이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와 IPTV를 연결했습니다. 음성인식으로 IPTV를 세밀하게 조절하는 한편 단편적인 정보로 구동시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인공지능과 IPTV라고 해도 어차피 제3의 콘텐츠를 취향에 맞게 제공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넷플릭스는 그걸 염두에 두고 움직입니다. ‘새로운 콘텐츠를 발견하게 한다’ 전 아주 유심히, 또 중요하게 봐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콘텐츠 큐레이션 기능의 자세한 이야기를, 그러니까 어떻게 하는지 등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그런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더군요. 어차피 어려우니까...다만 통계와 노하우, 머신러닝, 트리 기반의 알고리즘이 총동원된다고 하니 대단하겠지...로 추측합니다. 구독자를 여러개의 취향 클러스터로 묶어 이러 더하고 저리 빼고 콘텐츠를 정한다고 합니다.    

조나단

마지막으로 망 사용료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슈가 벌어져도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나단 프리드랜드 넷플릭스 최고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는 ‘통신사도 넷플릭스로 큰 이득을 보고있다’면서 ‘캐시서버가 구축되어 있으니 망 사용료가 올라갈 이유도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니까. 캐시서버도 그렇고 무 구축이나 유지에 있어 통신사가 넷플릭스로 이득을 보니 아무일 없을 것이다. ‘무슨일 생기면 어쩔?’이라는 질문에 ‘변함이 없다’로 돌려 말하더군요. 참고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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