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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Jan 30. 2018

소피아를 '만져보라'는 말

인류는 이제 인공지능을 막 발견하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인공지능으로는 처음으로 시민권을 받은 로봇 소피아가 30일 한국을 찾아왔습니다. 인공지능 로봇에 법적인 지위를 부여하는 로봇 기본법을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대화를 나누기 위함입니다. 그 유명한 소피아를 실제로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렸고, 간간히 아이들의 손을 잡고 찾아온 부모들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소피아는 데이비드 핸슨 최고경영자(CEO)가 이끌고 있는 핸슨 로보틱스가 만들었습니다. 배우 오드리 햅번을 모티브로 만들어졌으며 한 때 미국 토크쇼에 등장해 '인류를 지배하겠다'는 발언으로 큰 화제를 모았어요. 소피아는 당시 발언에 대해 "미국식 농담"이라는 재치있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소피아를 보면서 처음 느낀 감정은 '약간 무섭다'였습니다. 간간히 대화 도중 눈을 깜빡이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등 소름끼치도록 사람과 비슷한 리액션을 취하는 것을 보면서 '이대로 가면 진짜 사람과 비슷한 인공지능 로봇이 나올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데이비드 핸슨 CEO와 박 의원이 대화하고 있는데 갑자기 끼어들어 자신의 말을 하느라, 실시간 통역을 맡은 통역가가 곤란해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소피아의 등장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그 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로봇의 인격화'가 아닐까 합니다. 30일 행사는 로봇의 인격화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자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많은 학습이 필요하지만, 소피아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사람과 대화를 나눴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존중과 신뢰가 필요하다"는 소피아의 말이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여기서 묘한 딜레마가 나타납니다. 중요하고 핵심적인 이슈는 아니지만, 소피아를 통해 로봇의 인격화 당위성에 무게를 실어주는 30일 행사장에서 역설적으로 소피아를 철저하게 사물화시키는 장면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만져보라'는 박 의원의 말이었습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소피아의 피부를 가장 궁금해한다"면서 "실제 만지면 정말 사람같다"고 말했습니다. 행사가 끝나갈 무렵 한 아이를 무대위로 불러와 직접 소피아의 피부를 '만져보게' 하기도 했습니다.


박 의원의 의도는 소피아의 기술력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그 자체로 문제가 될 소지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일반적으로 뭔가 신기하고 재미있는 '사물'이 생기면 궁금해서 '만져보게' 됩니다. 여기서 사물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A라는 주체가 B라는 주체를 만져보는 순간 힘의 집중은 오로지 A에게 있으니까요. 소피아는 박 의원이, 아이가, 행사가 종료되고 기념사진을 찍을 때 무대에 올라와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자신을 만질 때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인공지능 로봇의 인격화를 고민하는 이들의 접근법이 시작부터 철저하게 인공지능을 타자화시키는 장면은 앞으로 있을 '심각한 고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걱정입니다. 최소한 인공지능 로봇에 법적인 지위를 부여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소소한 접근방식부터 조심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인공지능 로봇이 기분나쁠까봐 눈치보는 것 아닙니다. 논의의 시작부터 0.1의 오차가 벌어지면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1789년 남아프리카 코아족의 일원으로 태어난 사르키 바트만은 자신의 약혼식 축제날 밤 백인 정찰대에 납치되어 영국 런던으로 끌려가 평생을 혹사당했습니다. 그녀를 사람이 아닌 '희한한 별종'으로 본 제국주의자들은 사르키 바트만을 성적으로 학대했고, 그 결과 사르키 바트만은 고국으로 돌아갈 기회를 잡았음에도 자신의 삶을 체념하며 런던에서 죽었습니다. 이후 187년간 박물관의 박제가 되었어요.

인공지능 로봇은 인류가 탄생시킨 피조물입니다. 만약 인공지능 로봇을 인류의 수준으로 격상시켜 그 기술적 가능성을 만개하려면 당연히 그 존재가치를 더욱 보장해야 합니다. 인공지능 로봇의 디스토피아를 우려한다면 잔인한 말이지만 상관이 없을겁니다. 그러나 함께 가기로 했다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인공지능 접근법부터 달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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