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진홍 Feb 14. 2018

카카오모빌리티+럭시, 성공할까?

다양한 시사점

카카오모빌리티가 14일 카풀앱 럭시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밝혔습니다. 최바다 럭시 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에 남는다고 하네요. 관련 기사는 [규제가 럭시를 카카오모빌리티에 달려가게 만들었다]에 담았습니다.

기사에 일부 반영하기는 했지만, 거기에 추가적인 단상을 녹여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럭시의 만남은 그 자체로 상징성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왜?
카카오모빌리티가 럭시를 품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모빌리티의 완성. 지난해 12월 기준 카카오 T 가입자는 1700만명을 돌파했으며 일 최대 카카오 T 택시 호출수는 240만건에 달하는 등 모바일 택시 호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문제는 실질적인 택시 공급이 받쳐주지 못하는 대목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부분에서 카풀앱 럭시의 인프라를 활용하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카카오 T로 택시를 호출했을때, 택시가 잘 잡히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간혹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지요. 승객 입장에서는 카카오 T의 사용자 경험이 중단되는 상황입니다. 이건 '단순히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가 아닌, 생태계 연속성의 문제입니다. 이 때 카풀로 승객을 유도하는 겁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승객을 놓치기 싫은겁니다. 택시로 커버하기 어려운 지점을 카풀로 메운다는 발상입니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탄력적인 수요를 맞추어 택시를 보유하기 어려운 입장"이라면서 "카풀은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움직이는 모든 것을 커버하려는 당연한 생태계 조성. 카카오모빌리티의 노림수입니다.

#불법, 그리고 규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카풀앱은 불법 논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풀러스가 지난해 유연근무제 도입에 따른 운행시간 확장을 추진했고, 택시기사들이 반발했기 때문입니다. 택시기사들은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실 주최 토론회에 난입했고, 서울시 토론회도 파행으로 끌고가는 한편 4차 산업혁명위원회의 해커톤 참여도 거부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업계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3일 진행한 '인터넷 산업 규제 혁신 현장 간담회'에서 스타트업 업계는 "규제만 없으면 우리가 세계 1등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이 부분을 아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논쟁의 시작은 어디일까요? 풀러스입니다. 이들은 현행 운수사업법의 카풀 영업시간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했습니다. 문제는 카풀 운행시간에 대한 법상의 가이드라인이 모호하기 때문에, 불리하게도 해석될 수 있다는 점.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접점 모색이 있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재미있는 것은 럭시의 입장입니다. 풀러스가 사고(?)를 치며 럭시는 도매급으로 택시기사들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묘한 것은, 럭시는 택시기사들 입장에서 보면 그나마 모범적인 기업이라는 지점입니다. 풀러스가 공격적으로 운행시간을 늘리고 비판을 받았지만 럭시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나중에는 따라가는 스탠스였지만)

논란 초기 럭시는 풀러스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을겁니다. 최소한 동종업계와 논의라도 하던가. 그렇지도 않고 무작정 판을 벌였으니까요. 럭시 입장에서 더 아찔했던 것은, 욕은 함께 먹으면서도 '카풀앱=풀러스'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것일 겁니다. 카풀앱 논란을 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풀러스만 논하고 있으니까 말이죠. 그런데 카카오모빌리티가 럭시를 250억원에 인수했으니, 극적인 반전이라고 할까요?


불법 논란을 다시 말하자면, 이 문제는 지극히 정파성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은 최근 자가용 유상운송 금지 예외조항인 출퇴근 시간대를 구체화하고 출퇴근 시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를 제외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어요. 이게 추진되면 카풀앱 서비스는 심각한 타격을 입습니다. 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택시기사 표심잡기로 보입니다. 별다른 고민도 없이요.


다른 곳은 어떨까요. 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왠지 체념하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해커톤을 통해 논의를 하자는 입장이지만 택시기사들이 반발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관료들의 규제 우선주의에 뜨악하는 느낌입니다. 카풀앱 시장이 살짝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모든 규제 완화가 최선은 아니지만, 아시잖아요? 우리는 지나치게 규제 일변도입니다. 이건 관료들을 탓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시스템의 문제, 더 나아가 근원적인 인프라의 문제입니다.


잘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최바다 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 피인수를 두고 "아시잖아요, 규제 문제가 커요"라고 말했습니다. 스타트업이 아무리 나서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 그나마 카카오는 다르지 않을까라는 믿음. 저만 슬픈가요?


#돌아와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어떻게?
카카오모빌리티와 럭시의 만남. 자. 이제 공은 카카오모빌리티로 넘어 왔습니다. 택시업체와 협상을 벌여야 해요. 왜 협상을 벌여야 하는지 살짝 의문이 들지만 일단 협상을 해야합니다.


카카오는 경험이 풍부합니다. 우버 택시 국내 진출 논란 직후, 카카오택시를 통해 택시기사들과 연합해 온디맨드 플랫폼을 만들었던 사례가 있어요. 안착했습니다.


문제는 카카오드라이버, 즉 대리운전 업계입니다. 대부분의 택시기사들은 택시회사에 속해있기 때문에 협상 통로가 일원화되어 있었지만, 대리운전 업계는 다릅니다. 기업과 대리운전기사의 연결고리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카카오는 초반 패착을 저질렀습니다. '낙후된 대리운전 업계를 개선하겠다'는 대의명분을 걸고 대리운전기사들과 협력한 것은 좋지만, 아뿔싸. 기존 대리운전업계에서 대리운전회사의 영향력이 너무 컸어요. 회사와 기사 모두가 만족하기 어려운 조건이 이어졌고, 파행은 꽤 심하게 벌어졌습니다. 지금은 잘 극복했지만.


카풀앱으로 돌아오면, 택시기사들의 반발을 무마해야 합니다. 뭐 그냥 '상관없어'라고 외치며 서비스를 강행해도 되지만 카카오가 그렇게 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타협점을 찾겠죠. 처음에는 카풀 서비스가 택시의 보완재라는 점을 강조할겁니다. 이 지점이 의외로 승산이 있는것이, 이미 카카오는 택시 서비스를 하고 있으니까요. 연계 플레이로 엮어버리고 상하관계를 뚜렷히 한다면, 예를 들어 택시 호출을 우선으로 하고 서너번 매칭이 실패하면 그때가서야 카풀을 실시한다...이런 방식으로 말입니다. 의외의 대타협이 나올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업계가 그렇게 주장했던, '카풀은 택시의 보완재'라는 주장이 먹혀들 소지가 충분합니다.


다만 택시업계 전반의 고질적인 문제, 예를 들어 높은 사납금이나 열악할 기사 처우가 감정적으로 흘러 카풀앱 시장을 물어뜯기 시작하면 골치가 아플겁니다. 여기에 시장 독과점 등의 이슈를 건 시민단체가 참전한다면 카카오 입장에서는 재앙이겠네요. 또 카풀이 아예 불법이 되면 뭐....이건 더 재앙입니다.


하지만 전 확신합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철저하게 카풀이 택시의 보완재라는 점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두 서비스를 같이하고 있으니까. 택시를 상위에 두고 100% 자회사인 럭시 경쟁력을 아래로 두고 설득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택시가 우선이다. 다만 몇 번 매칭이 않되면 그때 카풀로 돌리겠다" 이렇게 간다면 깔끔.


#그 외 단상
이번 현안을 보다가 불현듯 느낀 점 들.
-역시 국내 스타트업 최고의 모델은 엑시트. 이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살짝 있습니다.
-카카오는 스타트업 인수에 참 전향적이네요. 김기사의 록앤올 인수도 그렇고. 카카오의 스타트업 사랑은 참 보기가 좋다?
-택시업계의 근본적인 변화도 필요하다. 언제까지 ICT 플랫폼의 '배려'만 요구할 것인가.
-입법기관의 무조건적인 표심 잡기는 제발 네이버...
-규제 완화 필요하다. 속도 올리자. 다만 모든 규제 완화가 답은 아니라는 것도 스타트업 업계가 알아야 한다.
-뭔가 공격적이고 민감한 현안일 때, 제발 논의 좀 하자.
-디디추싱 들어오기 전, 카카오모빌리티가 완전히 장착했으면 좋겠다. 다만 경쟁자도 있었으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