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을 사랑한 현대백화점...화이팅!

아마존...좋죠

저만 그런가요? IT쪽 취재를 하면서 다양한 영역과의 콜라보를 보는데, 유통의 관점에서 현대백화점 관련 이야기는 잘 들어보지 못한것 같습니다. 현대페이 이야기는 들어봤는데...뭐 어쨋든.

현대백화점이 아마존과 손을 잡았다고 합니다. 관련 기사가 주르륵 뜨길래 함 봤어요. 요약하면 ‘미래형 유통매장 구현을 위한 전략적 협력 협약(SCA·Strategic Collaboration Agreement)’을 맺었고, 여의도점에 아마존고 같은 멋드러진 공간을 채우는데 아마존과 손을 잡았다 뭐 이런 내용이더군요.

오늘은 여기와 관련된 소소하지만 뭔가 웃픈 에피소드를 기록할까 합니다.

현대백화점이 20일 '아마존과 손잡고 미래형 유통매장 만든다'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난리가 났더군요. 아마존은 국내에 AWS는 들어왔지만 이커머스는 직접 진출하지 않았어요. '우리 아마존님 언제 들어오실까' 생각하던 분들은 현대백화점과 아마존의 만남에 무릎을 탁 치더군요. 오! 이거슨 아마존 이커머스의 국내 진출 신호탄?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 저는, 21일 경 우연히 이쪽 사정을 잘 아는 분을 만났습니다. 그 분의 말. "현대백화점이 오바했던데" 뭔가 싶어 캐물어도 별 말은 하지 않는데...카더라 통신발로 이렇게 말해줍니다. "현대백화점이 AWS 코리아하고는 명확한 교류도 없이 보도자료를 쫌 심하게 냈다던데"

요거 요거 웃겼습니다. 일단 녹색창에 관련 키워드를 넣어 기사를 검색해보니 대부분 현대백화점과 아마존이 협력한다고 나오더군요. 다음은 보도자료를 봤습니다. 아마존과 손잡고 미래형 유통매장 만든다는 제목. 자료 초반에 아마존이 부각됐더군요.

유통기자의 도움을 받아 현대백화점에 문의를 해봤습니다. 좀 과장된거 아니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합니다. 현대백화점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아마존 AWS와 협력을 하고, 보도자료를 낼 때 미국 본사와 AWS 코리아와 협의를 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진짜 여의도에 아마존고 '같은' 시스템을 구비한다고 말했어요. 내부에 드론도 띄운다고 하더군요??!!

이해되지 않는 점이 좀 있습니다. 먼저 보도자료 제목을 왜 아마존을 부각했냐 물었습니다. AWS와 협력하는것 아닌가. 그러자 돌아온 답. 'AWS가 아마존의 자회사니까, 보도자료에 충분히 설명을 했다'고 합니다. 크으. 뭐 틀린말은 아니네요. 주차 스타트업이 카카오 모빌리티와 협력하며 뭐..카카오와 협력했다고도 볼 수 있으니까?

현대백화점과 AWS가 어떻게 협력하냐고 물었습니다. 클라우드 시스템 도입과 분석툴을 제공받는다고 하더군요. 그걸로 신개념 유통 공간을 마련한다고 하더군요....그래서 물었습니다. 어차피 AWS는 국내에 들어왔다. 많은 기업들이 AWS와 협력하는데, 그거랑 걍 비슷한거 아니냐? 너무 거창한데? 돌아온 답. 유통업체 중에서는 최초라서 의미가 있답니다.....

정리하자면 현대백화점은 ICT 실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한국에 이미 진출해 민간은 물론 공공의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AWS와 손을 잡았고, AWS의 클라우드와 분석툴을 활용한다고 합니다. 그걸로 아마존고와 같은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인겁니다. 그러니까....극단적으로 말하면 건설사가 전원주택단지 건설하는데 벽돌을 어디서 좋은거 하나 구해온겁니다. 그 벽돌은 이미 국내에 많이 쓰이고 있으나 전원주택에는 처음 사용된...뭐 이런 분위기.

현대백화점은 대화 도중 뭔가 격하게 반응했습니다. 제가 '너무 의미가 과잉됐다'고 말하자 펄쩍 뜁니다. AWS와 협력하고 IT 실험을 하는건 사실이라고 합니다. 아니. AWS와 협력하는 것과 IT 실험을 한다는 두 장면의 간극이 너무 큰데요...마지막으로 현대백화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자들이 너무 과대해석했다' 음. 이건 인정.

아마존 핫하죠. 베조스 멋지죠. 다들 한국의 아마존이 되고 싶어하죠. 그러나 좀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도 있습니다. 걍 기록 차원에서 적어둡니다. 현대백화점 화이팅.

PS) 기사가 있네요 '현대百-아마존 손잡는다' 과대홍보 논란…아마존 이의 제기

PS-2) 걍 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