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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Oct 12. 2018

대한민국이 IT 스타트업에 강요하는 3가지 숙제

가짜뉴스, 플랫폼 비즈니스, 규제

모바일 시대가 열리며 플랫폼 비즈니스가 발전하는 한편,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려는 기업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최근 대한민국이 IT 스타트업에 강요하고 있는 3가지 숙제가 있어 짚고 넘어가려 합니다. 이 숙제는 대한민국이 온전히 부담해야 하는 책임을 IT 스타트업에 강제로 떠넘긴다는 점과, 매우 풀기 어렵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숙제 하나. 가짜뉴스 논란
구글 유튜브를 통해 주로 유통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 해외에서도 많은 논란을 키우던 가짜뉴스 논란이 대한민국도 강타했습니다. 급기야 이낙연 국무총리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총리는 "유튜브와 SNS를 비롯해 온라인에서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가짜뉴스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면서 "사생활과 민감한 정책현안을 비롯해 남북관계를 포함한 국가안보나 국가원수와 관련된 가짜뉴스까지 나도는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가짜뉴스는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짜뉴스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가짜뉴스 대책 만드는 일에 국가 권력이 총동원됐다"면서 "무슨 권한으로 그런 일을 하는 것이냐"고 지적했으며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도 "정권을 잡기 전에는 가짜뉴스에 관대하더니, 정권을 잡으니 무슨 알고리즘을 만들겠다고 한다. 이는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10일 논평을 통해 "소위 가짜뉴스 처벌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특정한 규제대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가짜뉴스 대책을 국회와 시민사회를 통한 사회적 논의에 맡기고 한 발 물러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가짜뉴스 처리에 대한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견의 여지는 있지만, 현재의 기조는 "가짜뉴스를 처벌해야 한다"로 흐르고 있습니다. 여론 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3.5%가 가짜뉴스 방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가짜뉴스가 사회의 '공적'으로 부상한 가운데, 온라인 콘텐츠를 다루는 IT 스타트업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가짜뉴스의 정의란 무엇일까요? 언론사의 오보? 악의적인 의도로 만들어진 지라시? 명확한 개념의 정의도 없는데다 기준도 모호합니다. 여기에 가짜뉴스를 어떻게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부재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가짜뉴스 방지법이 통과되고 뉴스의 진위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IT 스타트업 업계는 비상입니다. 가짜뉴스가 횡행하는 현실을 제대로 고치려는 시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갑자기 '정체와 정의도 불분명한 가짜뉴스를 근절해야 한다'는 숙제만 받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네이버는 모바일 첫화면 개편안을 공개했습니다. 그린닷 등 다양한 인터페이스 변화가 눈길을 끄는 가운데 첫화면에서 뉴크 콘텐츠를 걷어내 눈길을 끕니다. 한성숙 대표는 부정하지만 소위 드루킹 사태로 촉발된 플랫폼 공공성 논란을 수습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드루킹 사태가 촉발된 계기인 '매크로'의 책임 소재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 당시의 논란은 모두 네이버가 감당해야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논란이 불거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순간, 왜 모든 책임과 해결책을 100% ICT 플랫폼이 감내해야 할까요? 당연히 책임은 져야겠지만, 이 사회가 현재의 고질적 문제를 너무 쉽게 ICT 플랫폼에 맡겨버린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숙제 둘. 플랫폼 비즈니스
배달앱을 운영하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을 비롯해 숙박의 여기어때와 야놀자, 부동산의 직방과 다방은 모두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거물이자 플랫폼 비즈니스의 대표적인 상징들입니다.


최근 이들의 플랫폼 비즈니스가 융단폭격을 당하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협회는 배달앱을 정조준했습니다. 1일 국회 토론회를 열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발언을 완전히 배제한 상태에서 사실상 융단폭격을 시도했습니다. 이성훈 세종대학교 경영학 교수는 "전체 배달시장은 2019년 2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배달앱 시장 규모도 수년 내 10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면서 "배달앱은 소상공인들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부담시키는 한편 약탈적 광고영업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 우려, 체제에 따른 유통 권력 집중, 광고를 많이 한 가맹점 정보 상위 랭킹으로 정보의 왜곡, 미가입가맹점 영업침체 등의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배달앱 업체들이 일부 수수료를 받는 것은 사실이며, 입찰식 광고 방식에 많은 이견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에 처한 것도 사실이며 폐업률이 90%를 넘나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문제는 배달앱을 비판하는 이들이 진지한 고민은 배제하고 오로지 눈에 보이는 결과들에만 천착하며 벌어집니다. 사람들이 왜 배달앱을 찾는지, 왜 배달앱 시장이 커지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습니다. 여기서 소상공인들이 어렵고 폐업률이 높다는 현실과 무리하게 연결하려고 합니다. 논리의 비약이 큽니다. 배달앱 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배달앱 플랫폼 비즈니스가 엄연히 선택을 받았다는 점을 의미하며,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에 배달앱이 결정타를 날린다는 주장도 빈약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12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으로 가볼 필요가 있습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가 출석한 가운데 그는 식당 폐업률이 높은 이유로 "겁없이 뛰어들어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현재의 소상공인들은 배달앱의 플랫폼 비즈니스로 타격을 받겠지만 일부 도움을 받아 매출 상승효과를 누리고 있습니다. 소상공인들의 진짜 어려움은 배달앱이 아니고, 과포화 상태의 외식업 비중과 자영업자들을 양산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 나아가 '겁없이 창업에 나서는' 일부 창업주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미친 임대료 인상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최저임금인상을 두고 벌어진 논란에서,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인상으로 우리 다 망한다'는 절규를 봤습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하자고요. 소상공인들이 정말 아르바이트생 월급이 올랐다고 최악의 고통을 겪을까요? 단순하게 생각해도 미친듯이 오르는 임대료와 재료비가 더 큰 영향을 줍니다. 그런데 모든 언론과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마치 최저임금인상으로만 소상공인들의 절망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건 모종의 의도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절규는 거짓일까? 아닙니다. 소상공인들 입장에서 임대료 인상과 재료비 폭등은 당장 자기가 제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아르바이트생 월급은 쉽게 체감할 수 있고 어느정도 운영의 여지가 가능합니다. 절규의 속살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소상공인들이 어렵고 그들이 배달앱으로 더 힘들어진 측면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배달앱은 소상공인과의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여지가 있으며,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곧 배달앱의 등장으로 설명되기에는 논리의 헛점이 너무 많습니다. 마치 최저임금상승으로 소상공인들이 당장 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러한 논리는 진짜 구조적인 문제를 가리며, 진짜 문제를 일으키는 이들의 기득권을 보호하는데 악용됩니다. 


특히 기득권 보호라는 측면에서 한 발 더 나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프랜차이즈협회는 왜 배달앱을 저격했을까요? 간단합니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고객과 바로 연결되던 프랜차이즈협회가 배달앱 플랫폼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골목 치킨집과 같은 '원 오브 뎀'입니다. 이렇게 되면 신나는 돈벌이인 가맹점주 확보에 어려워지고, 일종의 콘텐츠 경쟁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포털 플랫폼에 언론 유통 권력을 상실한 대형 언론사들의 '짜증'이 연상됩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자영업 폐업률 90% 시대를 연 사람들. 여기에 책임을 져야 하는 정책 입안자들. 이들은 현재의 자영업 어려움에 떨어질 책임소재를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합니다. 이 부분에 집중해야 합니다.

과거로 돌아갑시다. 주 5일제 근무가 시작됐을 때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당장 국가 경제가 망할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으나 그렇지 않았습니다. 배달앱 시장이 팽창하면 소상공인들이 망한다고요? 호들갑의 무한루프입니다. 


비단 배달앱의 문제가 아닙니다.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사회가 풀어내지 못하거나, 혹은 풀어낼 생각이 없거나, 혹은 풀어낼 방법도 없는 숙제를 억지로 안으며 고통받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 플랫폼 비즈니스 업체들이 마냥 '선'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들을 무작정 희생양으로 삼으며 미친듯이 공격만 전개하면, 그건 분명 옳지 않다는 뜻입니다.

숙제 셋. 규제
IT 스타트업의 규제 문제는 이제 말하기도 지칩니다. 가상통화와 블록체인 논란을 비롯해 카풀 논란까지 다양합니다.


특히 카풀의 경우, 정부의 직무유기는 이제 선을 넘었습니다. 그냥 아무런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과실을 얻으려는 택시업계의 반발과 IT 업계 사이에서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있습니다. IT 업계는 보통 심각한 숙제를 떠안은것이 아닙니다. 사업을 하려면, 직접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결해야 하니까요.

이 분야의 문제를 보면 이런 생각도 듭니다. 최근 서울시와 제주도가 블록체인을 활성화시켜 탈 중앙화를 중심으로 직접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고 하는데, 죄송합니다만 전 엄청 비웃었습니다. 지자체가 탈 중앙화를 추구하는 것은 결국 지자체가 사라져야 한다는 뜻인데, 그걸 본인들이 하겠다고? 네이버와 카카오가 블록체인 한다는 것 수준으로 재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변했습니다. 서울시와 제주도의 블록체인 의지를 응원합니다. 별 의지도 없어 보이는데..극단적이지만 걍 사라져주셔도 괜찮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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