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가지가지 한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폭행 파문에 휘말렸습니다. 사실 휘말린건 아니고, 그냥 '삐리리'네요. 요즘 이런 사람이 아직도 있구나. 정말 어매이징한 한국입니다. 특히 폭행하는 영상이 누군가 몰래 촬영한 것이 자신의 소장용이었다니. 뭔가 더 혼란스럽습니다. 이에 대한 분노는 당연히, 후속조치도 당연히 지켜보는 것으로 하고..전 이번 파문을 보며 드는 쓸데없는 잡생각을 좀 늘어놔 보겠습니다.
1. 웹하드 업계..진짜 방치하면 곤란하겠다
최근 몰카의 공포가 한국을 뒤덮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디지털 장의사까지 가담한 미친자들이 미친 비즈니스를 한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관련해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법적 절차도 가동되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아직은 조금 부족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웹하드 업계가 모두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업종의 성격 자체가 이미 퇴색됐다면 근본적인 쇄신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제가 개인적으로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지만, 웹하드 업계는 선을 약간 넘은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웹하드 업체와 관련된 다양한 산업군을 파봐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주 심각한 이슈인데, 뭔가 스리슬쩍 넘어간 느낌이 강합니다. 이 참에...
2. 서글픈 우리의 자화상
뉴스타파의 보도를 보면 폭행영상이 있는데...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양 회장의 무차별 폭행이 벌어지는데 말리는 사람은 딱 한 명. 그것도 제대로 말리지 못하는 장면입니다. 일반적으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주변에서 뜯어 말려야 정상일텐데. 그렇지 않더군요.
내부인이 아니라 쉽게 말할 수 없겠지만, 역시 사풍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그들 모두 직장인이고, 생활인이지요. 양 회장의 막나가는 폭행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직원들을 보며 저는 이상함을 넘어 슬픔을 느꼈습니다.
여담이지만 오늘 차이나랩에서 중국인이 본 한국이라는 글을 봤는데. 거기에는 대기업과 공무원들은 청렴하지만 일반인들은 그렇지 않다는 글이 있었습니다. 중견기업 회장님의 갑질이 더 상상을 초월하는 현상이 떠오르더군요
3. 보기에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은 정말 둘 중 하나구나
저는 양 회장을 잘 모릅니다. IT업계 기자 생활을 하면서 가끔 이야기만 들었을 뿐. 다만 기억에 남는 것은 언론보도를 통해서..그가 로봇 산업에 관심이 많다는 겁니다. 실제로 그가 이끌고 있는 한국미래기술은 로봇제조 기업이기도 합니다. 상당히 특이해서 기억이 남네요.
..참 희한하다고 생각했는데. 뭐 그 비전까지야 폄하하고 싶지 않지만 하나 배우기는 배웠습니다. 보기에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은 정말 둘 중 하나군요. 몽상가이면서 시대를 바꿀 혁명가이자, 걍 도라이거나.
4. 탐사보도의 가치
보도를 이끈 박상규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양 회장을 2년간 추적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저널리즘의 가치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언론사들은 대규모 언론사는 닷컴을, 나머지는 자체 온라인 전략을 크게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실은 엉망입니다. 모두 희한한 방식을 고수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 언론사의 온라인 전략은 마치 기존 일간지 시스템을 온라인으로 옮겨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기존 종이신문 일간지에 익숙한 이들은 세상의 변화를 모두 담아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고, 소위 낙종을 두려워합니다. 남들이 쓰는데 우리가 안쓰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종이신문 마인드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주류 언론계를 장악하다 보니, 이들이 전개하는 언론의 온라인 전략도 희한하게 굴러갑니다. 말로는 온라인 퍼스트를 외치면서 걍 종이신문에서 온라인으로 수단만 변했을 뿐, 기존 일간지 스타일을 고수하기 때문입니다. 일간지를 최고의 미디어로 인정하는 사회의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겠죠. 그러나 이러다 보니 어뷰징이나 내실없는 천편일률적 기사들만 넘쳐납니다. 기자들은 죽어나고요.
저는 경제주간지 기자인데요. 우리나라는 주간지 기자를 약간 낮게 보는 성향이 있습니다. 뭐 여러가지 이유도 있고 주간지 업계도 고쳐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가장 큰 이유는 역시 주간지 본연의 강점을 풀어내지 않고 걍 일간지 스타일로 가려는 것도 원인이라고 봅니다. 주간지가 아니라 빠르고 멋진 온라인 매체를 지향하면서도 걍 일간지가 되려고만 합니다. 빠르고 신속하게, 모든 정보를 담아내려고 하지요. 그걸 온라인에서 풀어낸다고 온라인 전략이라고 생각하는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경제 주간지의 경우 일간지의 자회사이고, 그 주간지의 수뇌부가 일간지에서 내려오는 이들이 많아 자체적인 전문 주간지 기자의 인력풀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변해야 합니다. 외국의 경우 주간지의 힘이 상당히 강한데, 그것 주간지 특유의 장기취재, 심도있는 밀착취재 문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의 이슈를 정리하는 일간지와 달리 주간지는 긴 호흡을 가지고 들개처럼 요리조리 시간을 두고 철저하고 잔인하게 물어 뜯어야 합니다. 온라인 퍼스트를 지향하며 걍 주간지를 온라인 일간지로 만들지 말고. 주간지만의 본능을 살려야 합니다. 그 가치를 이번 뉴스타파 보도가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인 꿈은, 제가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탐사취재 TF를 만들어 보는 겁니다. 상상속에서 이름도 미리 정해봤습니다. 일명 스트라이크 팀. 미군이 전 세계 어디에도 타격할 수 있는 여단을 스트라이크 여단이라 부른다길래 혼자 찌질하게 상상해 봤습니다. 세상에 어떤 이슈가 있어도 무시하고. 오로지 하나의 이슈만 파고들어 2주, 3주 물고 뜯는 겁니다. 아이템이 잡히면 마치 영화에 나오는 요원들처럼 코드명을 받고 집중 몰입. 그리고 일주일 휴가. 크으.
5. 네이버..정말 이럴거야?
좀 씁쓸한 지점인데요. 최초 뉴스타파의 보도가 나온 후 포털 뉴스에서 양진호와 위디스크 등을 검색하면 바로 원본 기사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다른 미디어가 이를 받아쓰니 뉴스타파 콘텐츠가 검색에 밀리더군요...
열심히 취재를 한 뉴스타파와 셜록에 위로를 전합니다. 이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