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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Apr 05. 2020

배민 오픈서비스, 혁신, 그리고 내 피같은 세금

아무나 만든다?

지난해 딜리버리히어로의 품에 안기며 국내 ICT 스타트업 업계에 충격을 안겼던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이 이번에는 오픈서비스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이와 관련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역시나 예견됐던 위험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논란은?
배달의민족은 출범 당시 대부분의 O2O 스타트업이 그렇듯 수수료 과금 모델을 택했습니다. 다만 이 방식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에 직면했고, 그 결과 우아한형제들은 2015년 8월 수수료 0%를 선언하는 파격을 보여줍니다. 온디맨드 플랫폼의 유일한 수익원처럼 여겨지던 수수료 매출을 포기하는 대신 슈퍼리스트와 울트라콜이라는 광고상품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구성했습니다.


당시 우아한형제들은 수수료를 폐지한 이유에 대해서 “단기적인 수수료 수익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용자 확대 및 고객 창출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확신해 내린 결정”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효과적이었습니다. 수수료 0%를 선언하며 소상공인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당장 배달의민족은 수수료를 포기한 후 2016년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 9억 원을 달성하며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2016년 7월 약 500만 건이었던 월 주문 수는 2017년 8월 기준 약 67% 증가한 830만 건까지 치솟았고 같은 기간 전국 배달의민족 등록업소수는 약 18만 개로 1년 전보다 38%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축제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수수료 0%를 선언하며 슈퍼리스트와 울트라콜이라는 광고상품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이 광고상품 들이 업주들의 과당경쟁을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우아한형제들은 2019년 3월 슈퍼리스트를 전격 폐지합니다.


슈퍼리스트를 접었으나 여전히 논란은 이어졌습니다. 특히 울트라콜의 경우 깃발꽂기가 문제가 됐습니다. 깃발꽂기는 월 정액(8만원) 광고료 방식이며, 자금력이 있는 업주들이 자신의 상호가 있는 지역 인근에 여러 개의 울트라콜을 등록하면서 배민 앱 화면을 중복 노출로 차지하고 인근 지역의 주문까지도 독차지하는 폐혜를 낳았습니다.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 소상공인들은 배민 앱 화면에서 노출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주문 증가 효과도 누릴 수 없었습니다.


그 결과 1일부터 오픈서비스가 시작됐습니다. 쉽게 말하면 수수료 0% 선언 이후로 돌아가겠다는 뜻이며, 주문이 성사되는 건에 대해서만 5.8%의 수수료를 받는 요금 체계로 볼 수 있습니다. 일부 '큰 손'들의 깃발꽂기 폭격 논란을 걷어내는 한편 주문이 많이 성사되는 업주는 더 많은 수수료를, 더 적게 성사되는 업주에게는 더 적은 수수료를 받겠다는 취지입니다. 오픈서비스에서는 돈을 많이 내는 업체가 아니라 주문자와 가까운 곳에 있는 식당이 상단에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왜 논란이 되는가?
우아한형제들이 오픈서비스를 시작하자 커다란 반발이 일고 있습니다. 특히 오픈서비스가 가동되면 점주들의 고통이 더 커진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는 우아한형제들을 '점주들의 고혈을 짜는 나쁜 기업'으로 만드는 한편, 시장 독과점에 대한 우려까지 번지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딜리버리히어로와의 합병에 대한 반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며 '배달의민족을 거부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이어집니다. 더 나아가 '배달의민족은 존재가치가 없는 기업이다'는 비토와 함께 '아예 배달의민족을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에서 '공공 배달앱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로 전개됩니다.


정리하자면

1. 오픈서비스는 점주들의 고혈을 짜는 악독한 정책이다.
2. 배달의민족이 합병 과정을 거치며 수수료 올리지 않겠다고 했는데, 거짓말했다. 게르만민족 되더니 온갖 나쁜짓은 다 한다.
3. 배달의민족이 악독한 오픈서비스를 마음대로 가동하는 것을 봐라. 역시 시장 독과점은 무서운 것. 딜리버리히어로와의 합병 거부되어야 한다.
4. 솔직히 말해서, 배달의민족이 뭐 그리 대단한 플랫폼이냐.
5. 배달의민족 대신 공공 배달앱을 만들어서 배달의민족을 혼내주자.


....라는, 5개의 논리가 등장합니다. 자,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1. 오픈서비스, 악독한 정책이다?
오픈서비스가 발표되자 소상공인연합회, 외식업중앙회는 당장 "점주들의 고통을 배가시키는 정책"이라고 비판했으며,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4일 SNS를 통해 "독과점 배달앱의 횡포를 억제하고 합리적 경쟁체계를 만드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중소상공인 보호공약을 발표하며 "온라인몰과 중소유통상인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까지 내놨습니다.


오픈서비스는 과연 점주들의 고혈을 짜내는 악독 정책일까요? 먼저 5.8%의 수수료를 살펴보면, 세계의 배달앱 플랫폼 수수료와 비교하면 가장 낮은 수수료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여기서 오픈서비스를 두고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올려 폭리를 취하려 한다'는 주장은 상당부분 설득력을 상실합니다.


무엇보다 오픈서비스가 거래가 발생하는 빈도에 따라 매겨진다는 점도, 상당부분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기존 깃발꽂기 논란 당시 큰 손들의 무차별 공습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강했고, 이에 배달의민족이 그 폐혜를 걷어내고 최저 수준의 수수료를 그것도 주문수에 비례해 책정하겠다는 정책은 지극히 정상적입니다. 결론적으로 오픈서비스는 상식적인 정책입니다. 수수료 0% 선언한 후 광고모델로만 매출을 꾸렸으나 여기에 폐혜가 크다고 했으니 다시 수수료 정책으로 돌아간 후 최저 수준의 수수료를 책정하고 주문수와 연동하겠다는 정책의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여기에 동일한 가게명이 많게는 수십개씩 노출되던 울트라콜 중심제에서는 고객의 가게 선택권이 제한됐으나 새 요금체계에서 고객들은 나와 가까워 빨리 배달 받을 수 있는 가게, 다른 고객들이 재주문을 많이 하는 가게 등을 먼저 볼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모두가 바라던 것 아니었나요?


물론 정책이 정상적이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쪽의 타격이 커진다면 다른 측면의 시각도 필요하지요. 여기서는 양측의 의견이 갈립니다. 우아한형제들의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 입점 업주의 52.8%가 배민에 내야하는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내부 시뮬레이션이라 이 말을 100% 믿을 수 없지만 '연매출이 3억원 이하인 영세 업주의 경우엔 약 58%가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또 울트라콜 같은 정액제 광고는 지출대비효과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웠으나 오픈서비스는 확실하게 데이터로 보여줍니다.


우아한형제들은 "입점 업소의 깃발 개수는 평균 3개"라면서 "홀 매출 등을 제외하고 배민 앱을 통해서 들어오는 매출만 따졌을 때 월 465만원 이하인 분들은 앞으로 비용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당연히 수수료 부담이 낮아지고, 그 외에 깃발을 다수 꽂고도 더 많은 깃발에 밀려 매출 증대효과를 누리지 못하던 분들도 비용 감소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다만 반대쪽에서는 월 매출 3000만원 기준을 적용할 때 울트라콜 체제에서는 30만원의 수수료만 냈으면 되지만 오픈서비스에서는 최대 170만원을 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매출 155만원 이하의 업체에만 오픈리스트로 이득이 돌아오고 나머지 업체들은 타격이 크다는 말도 나옵니다. 즉, 오픈서비스는 점주들의 고혈을 짜는 정책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에 당분간 울트라콜은 이어지니까, 점주들의 고통이 당분간은 더 클 수 있다는 말도 타당성이 있습니다.


양측의 이러한 주장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일단 오픈서비스를 통해 울트라콜 깃발꽂기 폭격이 가능했던 큰 손 업주들은 오픈서비스로 타격을 보고 깃발꽂기 폭격을 하지 못했던 업주들은 오픈서비스의 수혜를 받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이 수혜의 절대량을 두고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우아한형제들은 52.8%라 반박하는 모양새입니다.


누구의 주장이 맞을지는 솔직히 현 상황에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시간이 정해줄 것이고, 그 때 틀린 주장을 했던 쪽이 책임을 지면 됩니다.


다만 이 첨예한 주장의 충돌현장에서 재미있는 시각 하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주로 오픈서비스에 반대하는 진영에서 나오는 '배달의민족과 같은 배달앱이 정책을 바꿀 때 무조건 우리(점주)에게 유리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배달의민족도 이러한 주장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으나, 냉정하게 보면 이러한 시각도 참 독특합니다. 점주로 대표되는 골목상권의 붕괴를 막아야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 맞지만, 굳이 '시간을 두고 다퉈봐야 하는 사안'을 두고 강력한 주장의 기저에 '무조건 점주들에게 피해가 아닌 이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가 깔리는 이유는 뭘까요? 우아한형제들이 공익법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다소 무서운 격언을 뒤로하고 다음 이슈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이 재미있는 시각은 앞으로 논의될 4개의 이슈에서도 위력을 발휘하니까요.


2. 수수료 올리지 않는다더니
배달의민족이 수수료를 책정하자 일각에서는 "수수료 올리지 않겠다더니 역시 거짓말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봉진 전 대표와 김범준 대표가 별도의 간담회를 열어 수수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 했는데 결과적으로 5.8%의 수수료를 전면에 건 오픈리스트가 등장했으니까요.


그런데 이 지적은, 2015년 8월 이후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0%를 선언한 상태에서 광고모델을 고집하다 다시 5.8%의 수수료를 책정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입체적으로 봐야 합니다. 2015년 8월 이전 약 9%의 수수료를 매겼던 것과 비교하면 5.8%의 수수료는 오히려 내려간 셈입니다.


그런 이유로 '수수료가 올라갔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사실 '점주들의 비용이 올라갈 수 있다'로 정정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앞에서 다뤘다싶히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습니다. 52.8%가 혜택을 본다는 우아한형제들의 주장이 사실인가. 기다려집니다.


참고로 오픈서비스의 전신인 오픈리스트는 지난해 4월 1일에 이미 도입됐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정액제의 문제점, 수수료 모델의 합리성에 대해 그만큼 오래 고민해왔다. 합병 이슈와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역시, 시간의 인과관계를 봐야겠네요. 답은 나왔지만.

3. 시장 독과점 무섭다..합병 위험하다
배달의민족의 오픈서비스가 점주들의 고혈을 쥐어짠다는 비판이 한 단계 더 나아가 우아한형제들의 민감한 아킬레스건을 건드는 순간입니다. 기업결합 심사에 나선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부분을 유심히 본다고 밝힌 가운데 우아한형제들 입장에서는 참 가슴이 아픈 논지의 전개입니다.


일단 시장 독과점이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를 포함하게 될 거대 사업자가 오픈서비스와 같은 강력한 정책을 마구잡이로 가동한다면 이 역시 신중하게 살피고 따져봐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과연 시장의 기준을 어디로 잡아야 하는가'라는 상황판단이 중요합니다. 백번 양보해서 오픈서비스가 죄악이라면, 오픈서비스와 같은 악독한 정책을 추구하는 우아한형제들은 과연 시장 독과점 기업인가.

우아한형제들은 어떤 기업일까요? 배달의민족이라는 배달앱을 운영하면서 우아한청년들과 같은 물류 사업도 하고, B마트도 가동하며 다크 스토어 실험도 이어가는 기업입니다. 인공지능 데이빗은 떠났으나 그 자리를 푸드테크의 비전을 채우며 딜리의 손을 잡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앱에 기반을 둔 푸드테크 기업으로 봐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아한형제들이 위치하고 있는 시장은 단순히 배달앱 시장이 아닌, 푸드이동시장 전체 나아가 이커머스의 영역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쿠팡도 쿠팡이츠를 가동하고 네이버, 카카오도 배달시장에 뛰어들지만 이들이 모두 배달앱 사업자는 아닌것처럼 우아한형제들에게도 비슷한 잣대를 들이대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아한형제들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여러 플레이어가 혼재되는 판을 분석한 후 딜리버리히어로와의 손을 잡았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시장은 입체적으로 몸집을 불리고 경쟁자는 다양해지는데 언제까지 국내 시장에 발목이 잡혀야 하는가'라는 고민이 일본계 자금이라는 불필요한 수식어와 함께 딜리버리히어로와의 연합을 끌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장은 넓어지고, 합쳐지며 경계는 흐릿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시장의 크기에 집중하자면, 국내 배달음식 시장은 2017년 15조원에서 2018년은 20조원을 넘었습니다. 여기서 배달앱 시장은 3조원에서 8조원 수준으로 커졌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배달음식 시장의 팽창 중심에 배달앱이 있고,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는 3조원에서 8조원으로 커진 시장의 99%를 장악하고 있어 시장 독과점 기업으로 불립니다.


배달음식 시장은 커지고, 중심의 배달앱 시장도 커지는 상황에서 경쟁자도 다양해지는 지금 이 순간을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 천하'로 볼 수 있을까요? 시장 독과점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 매우 중요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만약 그럼에도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의 천하가 천년만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 다른 사업자의 파괴력을 무시하거나 시장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4. 배달의민족, 뭐 대단하냐?
'배달의민족은 대단한 플랫폼도 아니다'는 말. 오픈서비스를 비판하는 진영이 주로 하는 '위험한 목소리'입니다. 오픈서비스에 분노해서 배달의민족 본연의 정체성을 공격하겠다는 의지는 충만해 보이지만 사실 지나친 주장입니다.


배달의민족을 혁신기업으로 볼 수 있을까요? 아니면 요즘 핫하다는 공유경제 기업으로 볼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이제 세상은 스티브 잡스 이후 혁신의 시대와 멀어졌고, 당장 세상을 감동시키고 흔드는 혁신은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누군가 혜성처럼 나타나 우리의 삶을 마법처럼 바꿔줄 것이라는 기대는 접어두는 편이 좋습니다.


대신 세상은 '파격적이지는 않지만 서서히, 그러나 조금씩 우리 삶에 도움을 주는 조용한 조력자의 시대'를 맞았습니다. 5G와 클라우드가 좋은 사례입니다. 소비자인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무수한 기기에 일상적으로 스며들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기간 인프라.  이를 통해 조금씩 세상은 더 살기에 편해지고 있습니다.

배달앱 플랫폼, O2O 플랫폼도 마찬가지입니다. 혹자는 이들을 두고 '혁신이 없다'며 '혁신도 없는데 왜 큰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나'고 비판합니다. 그러나 O2O 플랫폼은 모바일이라는 온오프라인 연결의 매개체를 통해 우리가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구사업을 더 편리하고 간편하게 바꾸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쏘카 VCNC 타다에 한때 열광했던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고, 젠리를 통해 스스로 위치추적을 당하는 것을 즐기는 10대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무언가를 원하는 사람이 간편한 작업을 통해 원하는 것을 쉽게 이루는 순간 세상이 변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와 동시에 산업이 변하고 시대가 조금씩 나선을 그리기 시작하며 지금까지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굴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 순기능이나 악기능을, 혹은 후폭풍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플랫폼 사업자에 불과한 배달의민족으로 점주와 고객은 얻은 것이 무엇인가. 거래가 쉬워졌는가? 거래가 늘어났는가? 믿고 거래를 할 수 있게 되었는가?


배달의민족이 없어도 포털에 검색을 하면 쉽게 거래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온라인과 모바일의 사용자 경험이 다르고 무엇보다 전용 모바일 앱 플랫폼의 강점은 다른 각도에서 봐야 합니다. 거래가 늘어났는가? 늘어났습니다. 당연히. 배달시장의 크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배달앱 이전에도 믿고 점주와 거래할 수 있었으니 배달앱이 필요없어 보일 수 있겠지만, 배달앱 플랫폼은 배달이라는 하나의 플랫폼에 집중해 그 사용자 경험을 비약적으로 키우는데 성공했고 신뢰를 얻었으며, 그렇기에 거래가 쉬워지고 늘어나는 자양분이 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배달의민족, 아니 전체 O2O 플랫폼들은 대단한 혁신이 아닙니다. 그러나 신석기 시대 인류가 날고기를 먹다가 프로메테우스의 도움을 받아 불을 알게되어 고기를 익혀먹었던 장면을 되돌아봐야 합니다. 불은 인류의 혁신적인 능력으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당연한 자연현상을 발견됐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 불의 발견으로 인류는 고기를 익혀먹으며 지능을 높이는 한편 집단생활을 시작하며 문명을 열었습니다. 경천동지할 무시무시한 혁신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우연한 발견으로 인해 기존의 습관들이 비약적으로 변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문명의 발전으로 이뤄지는 순간.


혁신은 우리 생각처럼 대단한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무언가를 바꾸는 순간 혁신이 됩니다. 이미 그 혁신을 택한 사람들이 절대다수며, 인터넷 사업 자체가 사람(트래픽)을 모으는 방식으로 출발해 지금의 새로운 세상을 창조했다는 것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공유경제 기업. 배달의민족은 공유경제 기업이 아닌 온디맨드 기업입니다. 플랫폼 사업자가 수수료를 받는 순간 공유지의 비극이 벌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사익을 추구하는 공유경제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여담이지만 우버의 경우 한때 스스로를 공유경제 기업으로 포장했으나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최근까지 스스로를 공유경제 기업으로 포장한 기업은 위워크가 거의 유일합니다. 그리고 업의 본질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위워크는, 무너지고 있습니다. 직접 확인되지는 않지만, 만약 우아한형제들이 스스로를 공유경제 기업이라 주장한다면 이는 엄청난 실책입니다.


5. 공공 배달앱 만들자
오픈서비스 논란을 거치며 나온 가장 위험한 주장입니다. '배달의민족이, O2O 플랫폼이 무슨 혁신이냐'고 비판하는 이들의 주장인데, 이는 이들이 O2O 플랫폼의 작동 방식을 얼마나 가볍게 치부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재명 지사가 언급한 군산의 명수라는 공공 앱이 있습니다. 큰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가능하다면 이러한 실험이 계속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수수료가 없다는 군산의 명수라는 플랫폼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수수료가 없지만, 그 비용은 고스란히 세금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앱을 각 지역마다 만들자? 오프라인 점주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시장을 개척한 기업들의 고난을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치트키'일 수 있겠지만, 현실성이 없습니다. 누군가 공공앱을 통해 배달할 때 모든 시민이 세금을 낸다? 이상합니다.


이러한 주장이 나오는 것 자체가 O2O 플랫폼을 가볍게 보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시장에 안착한 이들을 세금으로 가볍게 물리칠 수 있다는 관치적 발상입니다. 앞으로 나올 모든 온오프라인 연결을 국가가 세금으로 해결한다는 주장. 다시는 이런 주장을 만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마치며
우아한형제들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솔직히 우아한형제들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있습니다. 일련의 변화가 과연 합병과 관련이 없는가? 그리고 이왕 장담했다면 과연 오픈서비스가 점주들에게 도움이 되는가? 시간이 답할 것이며, 이는 우아한형제들의 무거운 책임입니다. 이 지점에서 실수하면 우아한형제들은 신뢰를 상실한 대가를 치를 겁니다.


...다만 가슴 한 켠은 착착합니다. 글로벌 배달앱 플랫폼들은 인수합병 및 구조조정으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세금 만능주의에 살고 있는것 같습니다. 이러한 시각이 곧 인터넷 스타트업 창업자를 경시하는 풍토의 원인이자, 미친 규제의 근원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얼마나 우스웠으면.

비록 윈윈하기를 바랍니다. 점주들도 살아야 하고 플랫폼도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선을 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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