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과 만난, 사막의 강
크라우드펀딩, 라이프 스타일 투자 플랫폼 와디즈라는 기업을 안 것은 꽤 오래된 편입니다. 당시에는 크라우드펀딩이라는 단어가 생소할 때였고,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아무래도 경제지 기자를 하다보니 경계심부터 들어 어떤 사기를 치려는 신박한 기업인가 싶은 호기심이 생겨 들여다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랬던 와디즈가 쑥쑥 성장해 이제는 크라우드펀딩이라는 단어를 보편화시키고 나아가 라이프 스타일 투자 플랫폼으로 발전했습니다. 덩달아 이 시장에 뛰어든 라이벌들은 대부분 역사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제 와디즈는 사막의 별이자 저놈은 카리만이 되어 마스터 키튼이 도나우강 문명을 발굴해 헤어진 아내와 만났고, 이제는 오프라인 공간 와디즈까지 빚어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읽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면 그건 착각입니다.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사막의 무료 와이파이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오프라인 기피 현상이 심해지는 가운데 왜 와디즈는 공간 와디즈를 빚었을까. 우선 공간 와디즈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공간 와디즈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가 처음 시도하는 온오프라인 연계형 사업의 일환으로 협력적 소비라는 관점에서 메이커와 서포터의 소통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첫 오프라인 공간’이라고 합니다. 전용면적 343평(1133㎡) 규모로 지하1층부터 루프탑을 포함해 지상 3층까지 총 4개 층으로 구성됐습니다.
지상 1층(Space)은 현재 와디즈에서 펀딩 중인 제품을 만나볼 수 있도록 테크·가전부터 패션·잡화, 홈리빙, 뷰티, 푸드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구성, 메이커는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수 있고 서포터는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형태로 꾸며져 있으며 2층(Place)은 대중의 지지를 받아 성공적으로 펀딩을 마친 제품을 현장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메이커 스토어’, 1인 창작자나 창업자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워크스테이션’까지 메이커와 서포터가 서로 공존하고 협력하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고 보도자료에 나와 있습니다.
3층 루프탑은 영화 시사회, 네트워킹 파티 등 성수라는 공간에서 메이커와 서포터가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장소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역시 보도자료에 친절하게 나와 있습니다.
위치는 들은 것 같은데 여튼 뭐 대충 보면 뚝섬역과 성수역 사이에 애매한 어딘가입니다. 그래서 찾아가면서 ‘여기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22일 와디즈 공간 미디어 데이가 열려 찾아가면서 골목을 지나다가 쓰레기 버리는 할머니를 만나고, 왠 철조망이 가득한 공터가 나오더니 자동차 공업사를 지나쳐 이리 꺾고 저리 꺾어서야 간신히 도착했습니다. 사실 분명 미디어 데이에 참석하려고 하는데 저처럼 위치를 찾지 못해 헤매는 누군가의 뒤를 조용히 밟아 따라가 찾은 것은 안비밀.
건물 자체는 빈티지 카페처럼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무슨 종이공장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재미있는 것은 누가 와디즈 공간 아니랄까봐 입구 도처에 공간 와디즈 간판이 무수히 붙어있는 장면입니다. 나름 느낌은 있습니다.
넓은 마당에는 캠핑용품이 늘어져 있어 고기나 구워먹으면 좋을 것 같지만 사실 펀딩 메이커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옆에는 투명 실험실을 닮은 공간에 푸른색 탱탱볼들이 보이더군요.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뭐 희망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요.
1층 스페이스. 넓은 공간에 지금 펀딩이 진행되고 있는 메이커들의 상품이 보입니다. 상남자의 드라이빙도 있고 고양이 화장실에 놀이터, 5만원대 천연 다이아몬드링, 마약 수제화가 보입니다. 꿀빠는 시간도 있고 타자기를 닮은 레트로 기계식 키보드도 인상적입니다.
뭔가 심상치 않은 제품들입니다. 네. 역시 펀딩이 진행되는 메이커의 작품들이라 포스가 장난이 아닙니다. 실제로 만져볼 수 있고 체험도 할 수 있는 공간이라 더 재미있고요. 5만원대 천연 다이아몬드링을 몰래 가져가 아내에게 선물해 칭찬을 받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면 더 좋겠지만, 비상벨 울리고 미디어 오늘에 나올까봐 참았습니다. 그 만큼 핫하고 힙한 제품들이 많더군요.
1층 스페이스에 있는 제품들은 말 그대로 펀딩이 진행중이라 당장 살 수는 없다고 합니다. 대신 QR코드나 기타 온라인 플랫폼 접속을 통해 펀딩에 참여할 수 있지요. 서포터 입장에서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미지와 설명만 보고 펀딩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눈으로 보고 체감할 수 있는 제품을 통해 펀딩을 할 수 있으니 당연히 좋을 것 같습니다. 메이커 입장에서도 더 많은 펀딩을 받을 수 있으니 역시 윈윈이고요. 참고로 메이커가 스페이스에 제품을 전시하려면 수수료는 내야 한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죠.
2층 플레이스는 메이커 스토어, 즉 펀딩이 종료된 제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당장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요. 다만 초창기라서 그런지 몰라도 전시되어 있는 제품은 1층 스페이스와 비교해 적었습니다. 뭔가 디피한 것을 봐도, 1층 스페이스 제품들은 체험하기에 딱 좋은 날씨지만 2층 플레이스는 갈 때 가더라도 느낌입니다.
대신 2층에는 1인 창업자를 위한 워크스테이션이 있습니다. 이건 상생을 위한 좋은 장치로 보이고요. 무엇보다 카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무료 와이파이도 있더군요. 아. 노트북 하나 들고 방랑하는 기자일을 하면서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누군가 저에게 ‘기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라 물었던 적이 있는데, 저는 당연히 언제 어디서나 전기 콘텐트를 찾을 수 있는 본능과 무료 와이파이를 동물적으로 찾아내는 후각이라 답했습니다. 네. 와디즈 공간은 모든 것이 갖춰진 곳이었습니다. 무료 와이파이는 사막의 강처럼 소중하면서 용기있는 스팟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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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디즈는 왜 공간 와디즈를 만들었을까. 먼저 위치선정. 처음 한남동 K하우스를 차리려다 강남을 물색했는데 궁중족발 사장님을 만날 것 같아 성수로 왔다고 합니다. 너무 세련되지도, 그렇다고 죽은 동네가 아닌 한국의 브루쿠울륀 성수동을 낙점했다고 하는군요. 메이커와의 협력 차원도 고려됐고, 돈 문제도 그렇고. 생각해보니 참 절묘한 위치선정입니다. 그래요. 낡아있지만, 그리고 조용하지만 뭔가 신선하고 힙한 원들이 파편처럼 흩어져 속삭이는 동네. 성수. 펀딩을 넘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기업을 현실로 끌어내는 간달프에게 딱 좋은 현자의 탑이죠.
신혜성 대표는 미디어 데이를 통해 와디즈 공간의 이유로 여러 가지를 설명했습니다. 특히 소통이 중요합니다. 와디즈 신혜성 대표는 “공간 와디즈는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펼쳐 나가는 메이커와 이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참여하는 서포터의 만남과 소통이 이뤄지는 곳”이라며 “앞으로도 메이커와 서포터를 잘 연결할 수 있는 쌍방향 소통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하여 다양한 도전이 지속되는 창업 생태계 마련에 힘 쓸 계획”이라고 보도자료에 적혀 있거든요.
펀딩이라는 온라인의 매개를 오프라인으로 끌어내는 순간 이러한 전략은 더욱 선명해집니다. 무엇보다 오프라인은 곧 신뢰의 공간이고, 이는 와디즈의 매출과 투명성에도 큰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불필요한 논란도 아마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다만 와디즈 공간의 가장 큰 가치는, 의미는 약간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프라인을 통해 모두가 만나고 호흡하는 교류를 통해 완전한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 그리고 그 강력한 오프라인의 생태계가 언젠가 온라인 플랫폼의 위력을 덮거나 상승시키는 것.
와디즈라는 이름 자체가 사막의 강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도전을 의미합니다. 그 연장선에서 와디즈는 와디즈 공간을 통해 온라인의 감수성을 오프라인으로 뻗어가는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제품 전시하고 사람들 만나 정보 교류하는 장소는 아닐 것 같아요. 스타트업의 메이커의 성지가 되어 자기들끼리 쑥덕이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 자체가 브랜드가 되는 것. 그 어떤 크라우드펀딩 업체도 생각하지 못한 신선한 시선. 근처 지나시는 분들은 한 번 들어가 보세요. 괜시리 에너지를 얻는 것 같은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