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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Jun 04. 2020

트위터가 틀렸고, 페이스북이 옳다

콘텐츠 판단은 객체에 맡겨야

트위터가 트황제와 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내부 직원들과 싸우고 있지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또 누가 옳은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다만 이 문제는 의외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심정적으로는 트위터를 응원하지만, 트위터가 틀렸고 페이스북이 옳습니다. 언제나처럼 사견이니까, 뭐 너그러이 살펴주세요.

무슨 일?
트황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금 광전사 모드입니다. 중국과 싸우고 야당과 싸우고 시위대와 싸우고 이제는 자국 국방장관과 싸우고 있지요. 미합중국의 찬란한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지자의 위로운 싸움이겠지만, 격렬하게 물어뜯으며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방안은 권력을 지키기 위한 가장 오래되고 역사적인 전술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미 대선이 별로 안남았군요.


여튼 요즘 예민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기어이 SNS와도 싸우고 있습니다. 그것도 본인이 키운것이나 다름이 없는(?) 트위터와요.


시작은 미 대선 방식입니다. 코로나199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워싱턴 정가에서는 집단이 모이는 투표보다 집집마다 우편을 보내 투표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반발합니다. 절대 본인을 싫어하는 젊은층들이 적극적인 투표인이 되는 것을 두려워한 것이 아니라 투표조작 우려가 크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팔로우 더 파티(follow the party)...' 뭐 이런 논란이 생길 수 있다 그런 거죠.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이러한 주장을 지난달 26일 트윗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트위터는 '사실 확인이 필요한 주장’이란 딱지를 떡 붙여 버립니다. 우편투표가 조작일 수 있다는 대통령의 트윗을 방치할 경우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가 퍼질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당연히 난리가 났지요. 트럼프는 “트위터는 가짜뉴스인 CNN과 아마존 워싱턴포스트의 팩트체킹을 토대로 우편투표와 관련된 내 주장이 부정확하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트위터가 2020년 대통령 선거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의 행동력 갑 트황, 아니 트럼프 대통령은 말로만 윽박지르는 것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28일 아예 이용자들이 올린 콘텐츠에 대한 소셜미디어 회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의 ‘행정 명령’에 서명하며 칼을 휘둘렀습니다. 누가 봐도 트위터를 겨냥한 조치입니다. "너희들이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어"


그럼에도 트위터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당장 “우리는 부정확하거나 논란이 되는 정보들을 계속 선별할 것”이라며 날을 세웠습니다. 미니애폴리스 흑인 사망 항의 시위자들을 ‘폭도’(thugs)라고 지칭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아예 가려버리기도 했어요. 이어 스냅챗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며 논란은 증폭되는 중입니다. 심지어 트위터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미 시위대에 기부까지 하는 광역 어그로를 끌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무대 위 오르다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의 신경전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페이스북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트위터는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가렸는데, 페이스북은 그대로 노출했거든요. 사람들은 묻기 시작합니다. "페이스북, 너희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 주장일 수 있는 콘텐츠를 어떻게 할 생각이야?"


페이스북의 결정은 명쾌했습니다. "응, 우린 그냥 냅둘거야" 실제로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와 통화한 뒤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면서 “즉각적 위험을 유발하지 않는 한 최대한 많은 표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트위터와 반대의 길을 걷기로 한 겁니다.


난리가 났습니다. 마크 저커버그의 결정에 반발하는 내부 직원들이 속출했고, 지난 2일에는 마크 저커버그에 실망해 두 명의 소프트 엔지니어가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직원들은 파업 가능성까지 시사했고, 마크 저커버그는 즉각 사내 설명회를 열어 "트럼프의 게시물이 페이스북의 정책을 어긴것은 아니다"고 말했으나 내부의 비판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결정, 왜 달랐을까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같은 SNS면서 왜 다른 결정을 내렸을까.

아주 현실적인 점을 꼽자면, 트위터는 아쉬울 것이 없고 페이스북은 아쉬울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복스의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정부의 반독점 심사를 직전에 두고 있으며 막대한 정부 광고비를 받고 있으나, 트위터는 그까이꺼 별 신경쓰지 않는 매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최순실 사태때 삼성은 승계라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유교덕후 LG는 그까이꺼 필요없었기 때문에 비선실세에게 돈을 찔러줄 이유가 없었던 것과 비슷하죠.


마크 저커버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한때 날을 세우며 그가 대선후보 시절에는 대놓고 싸우기도 했으나, 의외로 현실주의자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10월 트위터가 정치 광고를 금지했을 때, 페이스북은 이를 허용했던 장면이 단적인 사례입니다. 게다가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자 중 하나이자 현 이사인 피터 틸이 누구입니까. 트럼프 덕후7. 제로 투 원(ZERO to ONE)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사랑하는 그가 페이스북의 이러한 행보에 영향을 줬다는 말도 나옵니다.


반면 잭 도시는 지난해 10월 정치광고 금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의외로 반 트럼프, 아니 정치와의 거리를 최대한 줄이려는 인물에 가깝습니다. SNS를 통해 정치인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퍼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돈을 받고 광고를 싣는 행위는 하지 않겠다고 밝힌 강단이 있지요. 여기에 초월적인 삶의 태도가 영향을 준 것도 있지 않을까라는 개인적인 추측을 합니다. 트위터 코리아의 한 직원은 저에게 "잭 도시는 사업가라기 보다는 현자, 수도승과 같은 느낌을 준다"고 말한 적 있는데 왠지 딱 어울립니다. 그가 명상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런건 아닙니다. 그냥 생긴것도 좀...여튼 선을 향해 구도하는 선인?

이제 고민을 해 봅시다
이제 본질에 대한 고민을 해 봅시다. 솔직히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좀, 아니 조금 많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압니다. 심지어 마크 저커버그도 지난달 29일 본인 계정을 통해 "우리가 대통령 게시글을 두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불쾌해한다는 것을 안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SNS, 플랫폼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가. 트위터의 길을 가야 하는가 페이스북의 길을 가야 하는가.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다만 직관적인 선택을 하라면 트위터의 길을 가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얼핏 듭니다. 생각해보세요. 쿠팡을 통해 큰 마음먹고 정판 피규어를 구매했는데 알고보니 짝퉁이라면 분노할 것이고, 중고나라에서 신발을 샀는데 벽돌이 날아오면 그 벽돌로 판매자 대가리를 깨면서 중고나라 사옥에도 힘껏 던져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지 않습니까? 그때의 일차적 분노는 어디를 향합니까. 플랫폼으로 향합니다. 그러니까 플랫폼은 최소한의 자정활동을 해야하며, 그것은 일종의 의무지요.


SNS도 비슷해보입니다. 만약 내부 플랫폼에서 불순물이 유통된다면 당연히 걷어내어야 합니다. 이건 플랫폼이 해줘야 하는 일입니다. 물론 플랫폼은 약관 어쩌고 하면서 약을 팔겠지만 이건 도의적인 문제이기도 하기에, 여튼 플랫폼이 기본적으로 내부의 콘텐츠에 대한 최소한의 보증은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카카오택시로 택시를 불렀는데 산적단이 탄 택시가 온다면 당연히 카카오택시가 조치를 취해야겠죠.


그런데 여기서 전 약간 다른 생각을 해봅니다. 수요와 공급, 그리고 중간의 플랫폼이 존재하는 플랫폼 사업도 사실 그 연결고리의 간격에 따라 그 정체성이나 작동 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하는데요, 예를 들어 플랫폼이 공급자로 직접 활동하거나 그에 준하는 공급단을 꽉 틀어쥐고, 심지어 수요자에 흘러가는 콘텐츠의 흐름까지 제어한다면 어떨까요. 롯데가 만든 과자를 롯데마트에서 판매하며 롯데마트 포인트를 가진 고객에게 전달한다면. 롯데라는 플랫폼은 수요와 공급으로 이어지는 모든 콘텐츠를 매우 정교하고 빡빡하게 운영해야 할 책임이 상당히 큽니다.


반면 플랫폼 사업자가 수요와 공급을 느슨하게 유지한다면 어떨까. 공유경제 기업같은 개소리는 집어치우고 온디맨드 기업을 예로 들 수 있는데요. 이들은 강력한 플랫폼이 후진적이고 오프라인에 가까운 방식으로 운영하던 사업을 모바일로 가져와 느슨한 수요와 공급을 통해 생태계를 유지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플랫폼 입장에서 공급자는 잘 모르고, 수요자도 잘 몰라요. 제어하려면 하겠지만 딱히 강하게 틀어쥘 논리나 방식도 여의치 않아요.


타다같은 플랫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SNS가 딱 이런 상황에 들어 맞습니다. 플랫폼은 공급자와 수요자를 잘 몰라요. 알기는 아는데 딱히 그들을 세밀하게 핸들링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수요자와 공급자가 막 뒤섞여있어요. 왜? SNS에 글 남기는 것은 공급자에게 엄청난 노력을 요구하지 않으니까, 비용이 낮으니까 누구나 수요자가 될 수 있고 공급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플랫폼이 공급자의 메시지를 강하게 제어하거나, 혹은 그런 마음을 먹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온디맨드 사업자들의 경우에도 결국 플랫폼이 강해지면 노동시장의 경직화 등 문제가 나오지 않습니까. 특히 느슨한 연대의 플랫폼은 내부의 강력한 통제를 가질수록 무시무시한 권력을 가지면서 생태계의 방향성을 완전히 바꿔버릴 위험성을 내포합니다.


여기서 '불순물이 가득한 콘텐츠가 파급력있는 인물을 통해 퍼지는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해도 가만히 있을 것이냐'고 묻는다면, 네. 그래야 합니다. 기회비용의 문제입니다. 연결고리가 약한 플랫폼을 통해 떠도는 콘텐츠의 주도권은 온전히 연결고리가 약한 공급자와 수요자가 가져야 하며, 이들이 그 권한을 광범위하고 러프하게 가지고 있는 것이 플랫폼 권력 집중화가 주는 폐혜보다 덜하다고 봅니다.


네. 압니다. 이것도 위험한 말이지요. 특히 시시껄렁한 미친것들의 쑥덕임 정도로 부되던 온라인의 가짜뉴스가 역사를 막 바꾸는 위험한 흉기가 되는 상황에서 이들을 방치하면 지옥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이 문제를 플랫폼의 권력을 강화하면서 해결하면 당장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플랫폼 독재자의 탄생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으며 시끄럽고 느리게 가는 것이 짜증난다고 절대선의 마음을 품은 낭만 독재자에게 모든 권력을 쥐어주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그는 지금이야 절대선의 낭만 독재자일 수 있지만 권력이 커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이를 명분삼아 제2, 3의 낭만 독재자들이 나타나는 비극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 불순물들을 그냥 냅두는 것은, 아무리 연결고리가 느슨한 플랫폼이라도 문제가 된다면. 한가지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그 플랫폼이 망하는 겁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 되는겁니다. 그리도 단언하지만, 이를 결정하는 것도 역시 수요자와 공급자로 대표되는 생태계의 객체들이 결정해야 합니다. 집단지성이라는 두루뭉실하고 아름다운 개념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망해야 하고 그 결정과 책임은 모두가 지는 것이지요. 만약 안 망한다? 우리 모두는 존재할 필요가 없는 생물체가 될 뿐입니다


Ps 아무리 느슨한 플랫폼이라도 만약 치명적이고 범죄사실이 명확하다면 다른 고민도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다만 매우매우 신중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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