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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Feb 06. 2016

지상파 CPS 논쟁에서 언론의 미래를 보다

콘텐츠와 플랫폼의 전쟁

지상파와 케이블의 전쟁이 점입가경입니다. 지상파 방송사가 지난 1일부터 케이블에 대한 신규 VOD 공급을 중단하자 케이블 업계는 12일부터 지상파 광고 송출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준비했습니다. 다행히 정부의 중재로 최악의 사태는 지나갔지만 불씨는 여전합니다. 이에 앞서 지상파가 지난 1월 VOD 공급을 중단하자 케이블이 지상파 광고 중단을 의결했고, 실제 광고 중단 몇 시간전 방통위의 중재로 최악의 상황을 면한 바 있습니다.


지상파와 케이블의 전쟁에는 콘텐츠 대가를 바라보는 양극단의 시선이 전제로 깔려 있습니다. 살펴보겠습니다.


왜 싸우는 거야?
지상파 VOD 논란은 큰 틀에서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CPS 전쟁의 전초전이에요. 무슨 말이냐. 제 기사 일부를 공유하겠습니다.


[CPS는 유료방송 사업자가 지상파 콘텐츠를 받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이며, 통상적으로 280원에 맞춰져있다. 하지만 지상파는 CPS 가격을 최대 400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방침이고, 유료방송은 이에 불복하며 오히려 내려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법적으로 정해진 가이드 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위성방송 출현 당시부터 시작된 사업자간 협상의 부작용이다]


[이번 VOD 협상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상파가 VOD에도 CPS 정산 방식을 고집한 상황에서 지난 1월 일정정도 해결국면으로 접어들었으나 ‘VOD 문제에서 밀리면 추후 CPS 협상에서 밀린다’는 의식이 양측에 팽팽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 그러니까 CPS 분쟁은 지상파의 콘텐츠 가치를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있다는 겁니다. 280원이 적절하냐, 아니면 높냐, 아니면 낮냐! 여기에 광고매출이 떨어지고 있는 지상파의 고민과, 플랫폼 경쟁력으로 어떻게든 살아남아 보려는 케이블의 치열한 수 싸움이 개입된 분위기입니다.


그 논쟁의 역사는 엄청나게 복잡해요. 장군멍군. 법적인 다툼의 연속이죠. 지상파는 어떻게든 콘텐츠의 제 값을 받겠다는 입장이고 케이블은 거부합니다. 그 과정에서 VOD 정산도 큰 틀에서는 합의가 끝났지만 세부적인 협상의 파열로 문제가 불거진거에요. 


하지만 전 여기서 매우 중요한 지점, 아니 예시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콘텐츠와 플랫폼의 전쟁적인 측면을 언론의 상황과 연결한다면?


영원한 전쟁
언론사는 콘텐츠로 승부합니다. 하지만 플랫폼이 있었어요. 인쇄매체시절 언론사 등록기준 중 윤전기 보유 여부를 따질 만큼 플랫폼의 가치도 중요했습니다. 덕분에 전통적인 언론사는 콘텐츠와 플랫폼 모두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했습니다. 딱히 대체할만한 수단도 없었고요.


하지만 온라인의 등장으로 포털이 플랫폼 역할을 자처하자 상황이 변합니다. 언론사에게는 콘텐츠만 남게 되었어요. 플랫폼 종속 현상이 발생한겁니다. 자체 플랫폼, 즉 종이신문의 매력은 반감됐고요. 이런 분위기는 페이스북이 인스턴트 아티클스 등을 발표하며 더욱 꼬여갑니다. 이제 언론사들은 포기했습니다.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에서 벗어나 차라리 '포털보다 나은 SNS'를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보입니다. 카드뉴스가 대표적이에요. 흐름에 부합하려는 언론사의 몸부림이죠. 모바일의 명동, 피키캐스트를 애증의 눈으로 바라보며 벤치마킹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CPS 논쟁과 언론사의 분투가 비슷하다는 겁니다. 지상파가 언론사, 케이블이 포털 및 SNS라고 상상해보세요. 절묘하게 맞아떨어집니다. 여기서 CPS 논쟁을 따라가면 뭔가 언론사의 미래도 보이지 않을까요? 실제로 지상파는 직접수신율 제고와 같은 노력을 기울이며(언론사의 자체 플랫폼 확보 노력) 콘텐츠(기사)를 케이블(포털 및 SNS)에 제공합니다. 여기서 콘텐츠 가격을 두고 싸우기 시작합니다.  


먼저 CPS부터 볼까요. 결판은 나지 않았지만, 양측이 나름의 합의점을 찾아가며 타협하고 있어요. IPTV처럼 뉴미디어 플랫폼에 가까운 이들이 콘텐츠 협상에 더 전사적이라는 점이 미묘합니다. 제 기사 일부 공유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유료방송 내부의 사정이다. 최초 유료방송 업계는 케이블과 IPTV, 위성방송(KT 계열)이 똘똘 뭉쳐 지상파에 대항했으나 최근의 분위기는 다소 변했다. IPTV는 모회사인 통신사와 지상파의 주파수 할당과 달리 미디어 플랫폼 측면에서는 지상파와의 대립에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반면, 케이블은 유료방송협회를 중심으로 여전히 강공모드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접시없는 위성방송인 DCS에 있어 케이블이 반발하는 현상도 감지되었으며 케이블은 IPTV의 성장에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플랫폼 당사자 중 이해조건이 맞은 이는 콘텐츠 대가산정에 조금 더 적극적입니다. 게다가 IPTV는 굳이 미디어의 미래를 위해 IPTV를 하는게 아니죠. 미디어를 자신들의 큰 그림에 맞는 수단으로 여긴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SKT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해 더 큰 꿈을 꾸는 것처럼요. 당장의 생존을 위해 뛰는 케이블과 다른 부분입니다.


결론적으로 언론과 포털 및 SNS의 구도도 비슷하게 흘러갈겁니다.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며 콘텐츠 제공자 입장에서 선택지가 늘어났고, 그 대가를 먼저 인정하는 쪽과 손을 잡을 겁니다. 그리고 언론사의 콘텐츠도 해당 플랫폼에 더욱 천착할 가능성이 높아요. 그렇게 되면 콘텐츠와 궁합이 맞지 않는 플랫폼은 당장의 생존을 걱정해야 할겁니다. 전자는 SNS, 후자는 포털이 아닐까요?


물론 이 두개의 안건을 단순하게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따릅니다. 하지만 CPS 논쟁에 있어 유료방송 진영의 접근도가 갈리는 대목과, 그에 부합하는 콘텐츠의 변화를 전제한다면 앞으로 언론사도 특정 플랫폼에 맞는 콘텐츠의 변화를 우선적으로 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미래는? 아무도 모르지만, 최소한 지상파와 케이블의 분쟁과 언론 및 플랫폼 사업자의 결론은 같을 확률이 99%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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