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대 구글 크롬캐스트와 크롬캐스트 오디오가 2일 국내에 출시됐습니다. 그 따끈한 현장을 찾아갔어요. 재미있는 장면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처음 보도자료를 받았을 때 푸르지오 밸리로 오라고 하더군요. 주택전시관이에요. 대충 감은 잡았습니다. 그러니까 실제 가정환경에서 크롬캐스트의 구동환경을 보여주겠다는 의지죠.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하며 첫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회견장 뒷 편에 실제 가정의 거실을 재연해놓고 서비스를 보여줬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이건, 앞으로 설명할 크롬캐스트의 강점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2세대 크롬캐스트와 만나다
푸르지오 밸리로 가기 위해 삼성역에 내렸는데 담배연기가 자욱하더군요. 지하철 역 근방에서 흡연하면 불법이라는 기사를 본 것 같은데...
여튼 자욱한 아침안개 대신 '담배연기'를 뚫고 푸르지오 밸리에 도착했습니다. '크롬캐스트' 간판이 세워져 있더군요. 안으로 들어가니 붉은 2세대 크롬캐스트 조형물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행사장은 2층. 기자회견 예상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더니 구글 직원들의 포토타임이 한창이더군요. 건내주는 커피를 마시며 기다렸더니 회견장으로 안내하더군요. 예상대로 가정의 모습을 재연한 곳에 2세대 크롬캐스트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기다란 쇼파에 기자들이 앉자 구글 아시아태평양 크롬캐스트 파트너쉽 총괄 미키김(김현유) 상무가 나타났습니다. 딱딱하고 엄숙한 임원이 아닌, 번쩍이는 갈색 가죽구두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TV의 본질적 상징성을 시작으로 구글 크롬캐스트를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미키김 상무의 멘트를 일부 인용하겠습니다.
"TV는 아날로그 시절에 만들어진 기기입니다. 하지만 시대는 스마트TV의 시대로 발전했어요. 우리는 스마트폰 콘텐츠를 TV를 통해 보여주는 사용자 경험에 집중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내 스마트폰에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매우 쉽고 간단하게 TV로 보여주자는 것으로 진화했어요"
크롬캐스트의 시작에 대한 구글의 자세를 보여주는 대목이죠? 참고로 구글에 따르면 1세대 크롬캐스트는 세계적으로 2000만대가 팔렸다고 합니다. 이번에 국내에 출시된 것은 2세대고, 1세대는 단종된다고 하네요. 2000만대라는 카운팅은 2세대가 지난해 미국에서 출시되는 순간까지고요. 2세대가 출현했다고 1세대 가격을 깎거나 그러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2세대 크롬캐스트, 왜 좋은가?
크롬캐스트는 스마트폰의 콘텐츠를 TV 등으로 볼 수 있게 만드는 기기입니다. 1세대와 달리 2세대의 큰 차이점은 디자인과 이용방법이에요. 디자인적인 부분에서는 색상이 3가지로 늘어났으며, 기기가 동그랗게 변하고 연결선이 생겼습니다. HDMI에 쉽게 꽂을 수 있도록 고안했다고 하네요. 미키김 상무는 "예쁘게 보이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고 부연했습니다.
1세대나 2세대나 크롬캐스트의 강점은 역시 간편함이죠. 와이파이만 있으면 매우 간편하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처음 사용하는 사람은 크롬캐스트를 연결하고 기다리면 알아서 업데이트 됩니다. 스마트폰으로 앱을 다운받고 1분 남짓의 영상을 기다리며 업데이트를 마치면 끝!
하지만 명색이 2세대인데 디자인만 좋아지고 말면 아쉽죠. 상당히 많은 개선점이 보였습니다. 먼저 일반적인 미러링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 1세대도 마찬가지지만 일반적인 미러링만 제공하는 유사기기와 달리 크롬캐스트는 콘텐츠를 TV에 쏘면서도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어요.
매우 강력한 차별점입니다. 미러링만 지원되면 TV로 영화보다가 부장님 카톡을 큼지막하게 보게 되거든요. 와우. 상상만 해도 오한이...디테일한 측면에서 2세대는 더욱 매끄럽게 구동되는 느낌입니다.
여기서 구글의 클라우드 기술력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크롬캐스트는 기본적으로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유사기기의 미러링과는 차별점을 가지거든요. 그 단적인 사례가 미키김 상무가 보여준 게임이었습니다. 크롬캐스트 전용 파이널판타지 게임을 현장에서 구동했는데 엄청나더군요. 클라우드 게임에서 발견되는 일반적인 딜레이 현상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매끄럽게 구동되다니! 참고로 구글은 크롬캐스트 API를 공개했습니다. 다양한 생태계 우군이 등장할 여지가 있죠. 참고로 스마트폰을 콘솔로 활용해 게임도 한답니다.
와이파이를 잡아내는 실력도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2세대는 안테나가 3개라고 합니다. 구글이 만든 알고리즘을 통해(구글은 복잡한 내부 기술력의 흐름을 그냥 알고리즘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장 좋은 신호를 알아서 잡고, 또 강하게 끌어당긴다고 합니다. 적용형 안테나 적용으로 가능한 일입니다. 안정적인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요.
2세대를 통해 소프트웨어도 업그레이드했다고 합니다. 앱을 일종의 콘텐츠 허브로 포지셔닝하려는 느낌이에요. 유튜브까지 있는데 못할 것도 없겠죠. 앱은 지원되는 앱과 기기상태, 그리고 지원되는 앱을 권유하는 란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크롬캐스트 앱을 새로운 콘텐츠 저장소로 만들려는 것!
그 외 미키김 상무는 다양한 설명을 해줬습니다. 다만 아쉬운 대목은 2세대도 1세대처럼 풀HD만 지원한다는 겁니다. 넷플릭스의 4K는 아직 무리라는 거죠.
크롬캐스트 오디오, '허허허'
2세대 크롬캐스트 못지 않게 관심을 받았던 것이 바로 크롬캐스트 오디오입니다. 스피커에 연결해 와이파이를 통해 스트리밍 들을 수 있게 만든 제품입니다. 사용방법은 2세대 크롬캐스트와 동일하며, AUX 헤드셋 단자를 스피커와 연결하고 와이파이 한번만 연결하면 됩니다.
블루투스 오디오 시장을 정조준했다는 느낌입니다. 최근 음원 스트리밍 업체들이 무손실 음원을 제공한다고 하는데, 이러한 가능성을 와이파이가 주축이 된 크롬캐스트 오디오가 100% 재연할 수 있다고 주장하더군요. 게다가 블루투스 오디오의 치명적인 단점. 오디오 미러링 방식은 스마트폰의 모든 소리가 전송되죠? 크롬캐스트 오디오는 그럴 걱정이 없습니다.
현장에서 재미있는 시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멀티태스킹 능력을 보여주며 2개의 오디오를 서라운드로 배치해 음악을 들려주는 거에요. 구글이 노린 것은 크롬캐스트 오디오가 무손실 음원을 멀티태스킹으로 서라운드처럼 제공할 수 있다는 거였겠죠? 웅장하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나봐요. 그런데 현장의 반응은 영...제가 10시 1차 회견이었는데 11시 2차 회견에서도 이 시연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멀티태스킹, 서라운드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좋지만 고품질 음원에 익숙한 기자들을 감동시키기는 무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만 크롬캐스트 오디오 자체는 상당히 의미심장한 지점이 많습니다. 블루투스 오디오들이 점점 몸값을 낮추며 시장에 진입하는 상황이잖아요. 이 대목에서 와이파이의 강점을 살려 클라우드의 존재감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참고로 2세대도 마찬가지지만, 크롬캐스트 오디오는 최초 1회 접속한 다음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동해도 여전히 작동이 된다고 합니다.
크롬캐스트의 핵심, 와이파이와 클라우드
2세대 크롬캐스트와 오디오 버전의 경쟁력은 와이파이와 클라우드에 있습니다. 2세대의 경우 강력한 와이파이 기능에 클라우드로 무장해 미러링 이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합니다. 오디오 버전의 경우 이러한 존재감은 더욱 배가되어 "단순한 미러링이 아니라는 것이 얼마나 좋으냐! 멀티태스킹에 우리집을 극장으로 만들어 보자!"라고 외칩니다. 설명회 사이사이 묘하게 블루투스를 하수로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제 착각이겠죠?
이는 단언하건데 크롬캐스트의 경쟁력을 극적으로 보장합니다. 여기에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참 대단합니다. 앱을 콘텐츠 허브로 만들겠다는 욕심은 정말 박수를 치고 싶은 전략입니다.
다만, 생태계 이야기를 더 해보겠습니다. 미키김 상무는 앱의 콘텐츠 허브화를 강조하며 유독 '뽀로로 TV'와의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유아용 콘텐츠 당연히 킬러 콘텐츠죠. 그런데 이를 유독 강조하는 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것밖에 없나?'라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물론 유튜브의 구글이 그럴리 없겠지만 국내는 사정이 다르거든요. 하우스 오브 카드의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없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이 아닙니까. 게다가 티빙과의 협력도 없어졌으니.
그런 이유로 생태계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미키김 상무는 "티빙이 없어도 우리 콘텐츠 전략은 탄탄하다"고 자신하며 "다양한 파트너와의 협력은 당연히 기다린다"고 말했습니다. 전형적인 답변이죠. 별 대책은 없지만 지금 상태도 만족하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자, 이제 결론입니다. 2세대 크롬캐스트와 크롬캐스트 오디오는 단순한 미러링이 아닌, 클라우드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정교한 콘텐츠 허브의 지위를 노리기 시작했습니다. 넥서스 플레이어와 겹치는 것 아니냐는 제 유치한 질문에는 "넥서스 플레이어가 크롬캐스트의 개념을 포함한다"고 말했으니 끝난 이야기죠. 이세돌 9단과의 승부를 앞둔 알파고도 클라우드, 구름 위에서 바둑을 둔다죠? 역시 구글의 저력입니다. 와이파이 만능론을 내세우는 것도 최소한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라면, 크롬캐스트의 전략도 훌륭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마음에 걸리는 대목도 있습니다. 콘텐츠 허브로 앱을 발전시키겠다고 했지만 티빙과의 협력이 불발되는 등 국내 콘텐츠 수급이 변수입니다. 국내 시장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면 어쩔 수 없지만 외국도 사실 마찬가지에요. 스마트TV의 대항마를 노리지만 그 이상의 생태계 확장 정책도 필요해 보입니다.
이 부분을 극복하지 못하면 크롬캐스트는 그냥 재미있는 유튜브 용 미디어 플랫폼 장난감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장난감에 목숨을 걸지 않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