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시각을 찾아서
안정환 MBC 해설위원이 예능 프로그램인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해 올레 군나르 솔샤르의 포지션을 두고 ‘미드필더’라고 답하자, 축구팬들의 반발이 일어나 눈길을 끈다. 이게 뭐라고 그렇게 야단일까 싶지만 그건 차치하고, 깊숙이 들어가보자.
안정환 위원의 ‘생각’
솔샤르는 현역 시절 동안의 암살자로 불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수다. 맨유에서 1996년부터 2007년까지 활약하면서 366경기에서 126골을 터뜨렸다. 주로 조커로 기용되어 극적인 순간에 골을 뽑아내던 선수인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선수시절의 안정환 위원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이견이 있지만 안정환 ‘선수’는 테크니션이 아니었을까? 풀타임을 뛰며 경기를 지배하는 플레이어라기보다는, 결정적인 순간을 위해 한 방을 노리는 킬러.
다시 이야기로 돌아오면, 안정환 위원은 솔샤르를 미드필더라고 지칭했다. 그러자 많은 축구팬들이 ‘솔샤르는 공격수!’라고 반발하며 한 때 포털 검색 상위권에 솔샤르가 올라가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음, 솔샤르가 미드필더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냥 있는대로 말하면 솔샤르는 공격수가 맞다. 축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디테일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안정환 위원이 틀렸을까? 안정환 위원은 현역 시절 자신의 포지션을 설명하며 미드필더라고 불렀다. 엥? 2002 월드컵의 영웅 안정한 위원이 기성용과 같은 미드필더였어? 그런데 이게 맞는 말일 가능성이 높다. 미드필더에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세부 포지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정환 위원은 처진 공격수, 혹은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움직였다.(구자철 선수보다 약간 위? 날개는 손흥민 선수!) 무엇보다 본인이 미드필더라는데, 인정해야지 뭐.
이렇게 보면 현대축구에서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는 프리롤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맞다. 타겟형 공격수가 아니라 약간 아래에 내려와 공격을 전개하는 선수라면 안정환 선수는 미드필더다. 이 관점에서 그가 솔샤르를 미드필더로 봤을 가능성이 생긴다. 축구 전문가인 그가 보기에 솔샤르는 상대 골대 주변에서 움직이는 인자기 같은 공격수가 아니라, 공격형 미드필더인 셈이다.
전문가의 관점, 기자의 관점
뉴스를 보니 박지성 선수도 이 논쟁에 뛰어들었던데(!) 사실 이러한 일련의 ‘이벤트’는 꽤 묵직한 영역에서도 곱씹어볼 가치가 있어 흥미롭다. 바로 전문가의 속성. 무슨 말인고?
기자생활을 하면서 많은 전문가를 만나는데, 100%는 아니더라도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철저하게 자신의 세계관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온디맨드 전문가라면 모든 사회방식을 철저하게 ‘시키고 받는’ 플랫폼에서 이해하고, 스마트폰 전문가들의 관심이 디바이스의 서비스 방식에 매몰되어 있는 것과 비슷하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하나의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의 시선이 천차만별로 갈리는 경우다. 각자 쌓아온 세계관이 같은 전문 분야라고해도 엄연히 다르니 발생하는 일이다. 안정환 위원이 솔샤르를 미드필더라고 규정해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전문가는 유용하고, 또 위험하다. 핵심적인 인사이트를 던지지만 그 결과가 파편적이이기에. 아마 이런 부분을 균형있게 담아가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 아닐까.
그런데 여기에서 묘한 생각이 고개를 든다. 이제 기자도 전문가가 되어 나름의 시각을 가져야 하는데, 어쩌면 여기에서 기자의 강점이 발휘될 수 있지 않을까? 기자는 많은 전문가를 만나니, 얇고 넓은 전문지식을 쌓을 수 있고, 균형을 찾기위한 최소한의 의식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당연히 쉬운일은 아니지만 그런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안정환 위원 ‘논란(?)’을 보며 느끼는 생각 몇 개. ‘마리텔 열풍이 장난이 아니구나’ ‘파급력을 고려하면 미디어의 양방향은 이제 대세!’ ‘전문가도 무던히 노력을 해야 하는구나’ ‘기자는 기회를 볼까?’ ‘패스 마스터는 사비 알론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