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 돌입
이마트와 쿠팡의 가격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드는 분위기입니다. 한 달 정도 지났죠? 누가 이기고 있을까요? 미묘한 문제지만 쿠팡이 이기고 있다에 한 표 던집니다. 물론 신세계가 선전포고를 한 이후 쓱의 방문자는 2월 15일부터 21일까지 19만1402명 수준이었으나 2월 29일부터 3월 5일까지 31만8383명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이마트몰도 같은 기간 약 15% 정도의 방문자 유입 상승을 기록했어요.
하지만 쿠팡은 더 대단했습니다. 신세계의 공습이 시작되었으나 오히려 평균 모바일 방문률 420만명이 470만명으로 더 많아졌어요. 일단 양쪽은 기저귀와 분유 등 특정 상품을 기점으로 전선을 유지하는 선에서 치열한 신경전만 펼치고 있으나, 결론적으로 쿠팡이 이기고 있는 게임입니다.
그렇다면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요? 그걸 알면 제가 여기서 기사 쓰고 있겠습니까. 뭐라도 차렸죠. 다만 조심스럽게 쿠팡의 손을 들어봅니다. 하. 지. 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닐 것 같지 말입니다?(여보 미안) 지금부터 이마트가 쿠팡을 이길 수 없는 배경과, 이길 수 있는 방법을 한번 제안할까 합니다. 네? 신세계도 못하는 것을 유통기자도 아닌 놈이 무슨 개소리냐고요? 에이, 이건 기사가 아니잖아요. 그리고 솔직히 말해 제 말이 틀려도 남산에 끌려가 코렁탕 먹는 것도 아닌데 좀 어떻습니까!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죄송합니다)
신세계가 쿠팡을 이길 수 없는 배경
눈치채셨겠지만 이제부터는 제 철저한 사견입니다. 지금 이 방법으로는 신세계가 쿠팡을 이길 수 없습니다.
그 이유의 첫 번째 배경은 바로 쿠팡을 정면으로 저격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쿠팡이 소셜커머...아니 이커머스의 돌풍이기는 하지만 사실 쿠팡만 이 바닥에 있는 것은 아니죠. 전선이 쓸데없이 좁아지다 보니 운신의 폭이 좁아졌고, 시야가 편협해진 느낌입니다. 물론 신세계가 '쿠팡을 죽이겠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잖아요? 신세계는 쿠팡을 노리고 있고, 쿠팡만 정리되면 자신들의 경쟁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틀렸어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 중국 샤오미만 타깃으로 삼아 중저가 라인업만 만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초반에는 승수를 딸 수 있을 겁니다. 언론도 도울 거예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혁신의 삼성전자, 선택과 집중을 단행하다'같은 기사가 나올 거고, 뭐 저도 그렇게 쓰겠죠. 하지만 이는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브랜드에 대한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고 실제 벌어질 가능성도 낮아요. 전선이 쓸데없이 넓어도 골치지만 너무 좁아지면 상대방이 원하는 전장에서만 싸우게 됩니다. 당연히 불리하죠.
쿠팡을 봅시다. 신세계와 전쟁이 벌어지자 오히려 방문률이 늘었잖아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신세계가 가격을 내려치니 쿠팡도 한다고 그러던데? 오호, 쿠팡 가야지'라는 의식이 깔려있을 겁니다. 마지막 '오호, 쿠팡 가야지'가 중요해요. 쿠팡은 소셜커머..아니 이커머스 시장에서 이미 브랜딩이 끝났습니다. 아직 더 구축되는 분위기지만 이미 입지가 단단해요. 잘 아는 전장이고, 대응했을 경우 이미 쿠팡에 중독된 사람들이 어디를 찾아올지 너무나 잘 알고 있죠. 아마 마케팅적 측면에서는 반사이익도 있었을걸요?
명심해야 합니다. 신세계는 유통시장의 공룡이지만 '오프라인'에 충실해요. 전혀 다른 전장에서 이를 활용한 전술이 가능하지만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쿠팡을 정조준하는 순간 패러다임 측면에서 이미 진 겁니다. 사람들은 스타벅스에서 제일 저렴한 아메리카노를 가장 많이 마신다고 해요. 그 사람들은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스타벅스를 마시고 있는 겁니다. 신세계와 쿠팡의 전장은, 분명 쿠팡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여기에서 최저가에만 집중한 신세계의 패착도 보입니다. 이건 사용자 경험을 원하는 최근의 기조가 가장 빠르게 닥쳐오고 있는 ICT의 분위기를, 이와 결합하고 있는 유통 및 물류 전반의 기조를 무시하고 개별적인 부분에만 집중한 전형입니다. 저렴하면 좋죠. 그런데 전장은 이미 쿠팡의 것이라니까요?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은 물론 구매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겁니다. 그런데 쿠팡은 일정 부분 이 대목에 대응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전투에 임하는 신세계의 행보는 말 그대로 모바일 유통의 장악에만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이 역시 전선을 좁히는 바람에 발생하는 문제로 이해하는데요. 2013년 10월 테크 투자 전문가 릭 해즈만의 멘트를 봅시다. 그는 '테크 회사들은 유통업이 큰 돈이 되지 않지만, 이들이 막대한 서비스를 통해 유통을 장악하려는 이유는 잠재적인 고객의 지불 정보를 수집하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신세계도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겠죠. IT업계 정의와 질서의 수호자 최진홍 기자의 간편 결제 기사를 약간이라도 읽었다면 알 수 있습니다. 결제는 그 자체가 아니라 빅데이터의 제반 작업이 가능하게 만드는 소스입니다. 그 걸고 뭐든 할 수 있어요. 신세계는 요 부분에 특히 신경을 써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습니다. 가격 낮추는 거 보니 그냥 쿠팡만 저격하고 있어요. 마케팅적 측면에서라도 대내외적으로 필요한 천명입니다. 부가 서비스적인 측면도 고려하고, 정보를 활용한 흥미로운 사용자 경험의 방법론까지는 끌어냈어야 합니다. 전투를 벌이기 전에 말이죠.
결국 이 문제를 살피려면 신세계의 거대함이 주는 위압감을 걷어내고 그냥 가산점 정도만 준 상태에서 쿠팡이 지배하고 있는 전장에서의 전황을 보아야 합니다. 이마트의 시가총액 이런 거 큰 전제조건이 아니에요. 모바일에서는 모바일 구매자만 움직입니다. 쿠팡이 갑이에요. 이 지점에서 신세계는 지나치게 쿠팡에만 집중해 시야를 스스로 좁혔고, 그 과정에서 최저가에만 집중하는 심각한 패착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예상되는 질문, '신세계의 ICT적 행보가 좋아지고 있지 않는가?' 맞습니다. 그래서 오프라인 공룡 신세계가 쿠팡과의 전장에서 가산점을 더 얻을 수 있어요. 쓱 광고 보세요. 좋더라고요. 옴니채널 전략 보세요. 훌륭합니다. 하지만 여기도 문제가 보입니다. 기존 신세계의 이미지와 쓱으로 보이는 깔끔하고 모던한 신세계의 ICT 적 강점은 그 괴리감이 너무 커요. 범삼성가의 일원이자 국내 경제를 장악한 대기업과, 무표정한 얼굴의 배우들이 보여주는 깔끔한 ICT적 경쟁력. 그 연결고리가 너무 흐릿합니다. 차라리 어느 쪽이든 비슷하게 했어야 합니다. 어려운 문제겠지만요. 물론 인정합니다. 이건 대외적인 이미지 측면에서 말한 겁니다.
결론적으로 신세계는 이번 전투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더 신경 쓰고 있습니다. 당장 쿠팡 털어봤자 뭐 하겠습니까? '그냥 지금 이 정도에서 밟아야겠어'라는 뉘앙스. 지금까지는 가능했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전투에서 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전선이 좁아서 시각도 좁고. 제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이기려면?
신세계가 쿠팡에 이기려면, 가장 우선적으로 전제 되어야 할 것이 바로 전장을 바꾸는 겁니다. 아직 모습은 드러내지 않았으나 LG전자의 LG페이가 매우 극단적인 형태로 전장을 바꾸는 개념 같습니다. "간편 결제를 모두 한다고 하니 우리는 뻔한 전장을 거부하겠어. 카드를 없앤다고? 우리는 하나 더 만든다! 어떤가 닝겐들!" 따지고 보면 모듈식 스마트폰 G5도 설마?
.....더그 맥밀런 CEO 이후 변하고 있는 월마트의 전략을 먼저 볼까요. 그는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지금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그래서 월마트의 속살을 누구보다 잘 알죠.
맥밀런은 별도의 디지털 전략이 없어 보이지만, 그리고 지금 월마트 사정이 바닥을 기고 있지만 매우 기본에 충실한 옴니채널 로드맵을 보여줍니다. 그냥 오프라인 월마트처럼 월마트닷컴에 더 많은 제품을 때려 넣고, 또 빠르게 배송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어요. 월마트 픽업 그로서리도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제품을 즉시 오프라인으로 받는 겁니다. 월마트랩(Walmart Labs)의 방향성도 포인트에요. 월마트 키오스크를 비롯해 매장에 실시간 가격 시스템 디스플레이를 구축했죠. 이게 뭘 말할까요? 오프라인 권력을 더 실어버리는 겁니다. 월마트는 오프라인 강자니까, 온라인에도 이 전략을 매우 촘촘하게 담아내어 전선을 바꾸는 거죠.
물론 신세계 이마트도 비슷한 서비스합니다. 하지만 월마트 정도의 사용자 경험을 담보하지는 못해요. 그냥 일반적인 중소형 마트에서 제공하는 배달 서비스 수준이에요. 그 간극을 좁히는 겁니다. 오프라인 경쟁력 뒀다가 뭐해요. O2O 시대잖아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더 당겨요. 요식적인 마케팅이라고 해도 상관없어요. 이런 소소한 변화가 전장을 바꾸는 겁니다. 사용자 경험을 담보해요.
아마존도 좋은 사례예요. 오프라인 서점까지 만들잖아요? 미국에 있어 가보지는 못했지만 오프라인 서점은 온라인을 위해 만들고, 또 온라인에서 느낄 수 없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고 합디다. 이런 게 필요해요. 조심스럽게 제안하자면 몇몇 동네에 실험적으로 이마트 신선제품 시식코너를 만드는 건 어떨까요? 온라인에서는 누끼 빠진 그림만 보는데. 시식코너는 직접 먹어볼 수 있는 겁니다! 온라인이 할 수 없는 오프라인 강점.
O2O 이야기가 나왔기에 말인데, 우리나라는 카카오가 너무 강렬해서 O2O의 방향성을 너무 온라인에서 시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고젝처럼 오프라인이 온라인으로 뛰어들어도 좋아요! 오프라인의 업력과 경험을 온라인에 맞게 사용자 경험을 바꾸면 무지막지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카카오는 온라인 기업이라 오프라인에 손을 뻗으며 플랫폼 사업자를 자임하잖아요?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택시업계를 잘 모르니까! 그런데 신세계는 달라요. 오프라인 잘 알잖아요.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자고요.
데이터도 활용합시다. 이는 파생 서비스를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거시적으로 사용자 경험 확장을 위한 것이며 대대적인 오프라인 홍보를 권합니다. 그런데 그 홍보는 온라인 홍보예요. 이를 바탕으로 거리에 떠도는 사람들을 끌어당깁시다. 데이터를 확보해서 온라인과 쉽게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전국 이마트 매장에 특정 시각에 사진으로 찍어 앱에 접속하면 할인하는 방법. 비슷한 거 있죠? 더 통 크게 해봐요. 가격경쟁보다 더 짭짤한 소득일 겁니다.
더 현실적인 문제를 보자면, 지금 제조업계는 살얼음이에요. 이번 전투의 부작용... 가격 인하 요구 등이 아직은 없지만 미래는 모르는 거죠. 게다가 지금 내려간 가격이 정가가 되면 전투가 끝났을 때 제조업계는 총격과 공포에 빠집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모두가 우려하죠.
이 대목은 몸집으로 신세계가 이깁니다. 오보였지만 쿠팡이 유동성 위기가 있다는 말이 있죠? 아직 투자금이 넉넉해 걱정할 수준은 아니지만... 신세계는 분명 쩐의 전쟁에서 우위에 있습니다. 상장기업이라 주주의 압박이 있겠지만. 제조업계의 공포를 안심으로 바꾸기 위한 진정국면에 돌입했을 때 더 큰 결단을 해야 합니다. 손해를 봐도 싸워서 정상화해요. 명분싸움이지만 정치적인 노림수도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최근 쿠팡은 로켓배송 외 파트너 배송에 있어 문제가 포착됩니다. 제보를 받았는데요. 쿠팡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0월 0일까지 배송합니다라는 문자를 받잖아요? 그런데 최근 배송 당일이 되면 업체에서 구매자한테 전화가 와서 '죄송한데 며칠 지나야 해요'라고 전화가 옵니다. 황당한 고객이 이유를 물으면 '쿠팡에서 정한 날짜라서요. 죄송해요' 이러더라고요.
쿠팡에 확인해 보니 배송날짜는 쿠팡과 업체가 합의한 것이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전후 사정을 들으니 대충 감은 옵니다. 아마 기계적으로 주문 접수 후 배송일이 정해지는데...파트너 배송은 늦는 일이 좀 있는 거 같더라고요. 제가 여실히 체험했습니다. 왜냐고요? 제보자가 제 아내거든요. 파트너 업체와의 전화도 녹취했고, 쿠팡에 정식으로 문의까지 해봤습니다. 매우 단편적이지만, 쿠팡은 완벽하게 자신의 업무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어요. 규모의 경제 문제가 아닐까..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사견입니다. 사견
신세계와 쿠팡 모두 대단한 기업입니다. 팬이에요. 그리고 둘이 경쟁하며 발전적인 방향성을 가질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습니다. 화이링. 우리를 위해 열심히 싸워줘요. 서로의 가슴을 찔러 죽는 게 아니라...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상대의 행보를 읽어 더 멋진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기대합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 글을 신세계나 쿠팡 관계자분이 본다면 제 사랑하는 마음을 꼭, 반드시, 매우 처절하게 인지하셨으면 합니다!!(막 고소하고 그런다고 말하면 앙대요!ㅠㅠ) 저 코리아블플때 이마트서 티샀어요. 제 아내는 퇴근하며 들어오는 제 발걸음만큼 쿠팡맨 발걸음에 집중합니다. 사.랑.해.요. 코리아! 사.랑.해.요.쓰으윽! 쿠우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