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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Mar 31. 2016

옐로모바일과 테라노스, 속도와 내실을 말하다

"어차피 한끗차이"

대한민국 경제의 건전한 파수꾼 이코노믹리뷰는 매주 수요일 편집국 회의를 하는데요, 회의 마치고 집에 갈라고 짐을 주섬주섬 싸는데 후배기자가 달려와 외치더군요. "옐로 실적 떴어요!" 퇴근길에 실적을 날리는 적절함이라니. 뭐 기자는 출퇴근 없는 직장이니 상관은 없어도 오늘 아내가 돈가스 6판 구워준다고 했는데(돈무룩)..후배기자 교육을 빙자해 기사를 지시하려다 그냥 간단하게나마 제가 썼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 돈가스 6판을 처묵처묵하고 컴터앞에 앉았습니다. 원래 폭스콘의 샤프 인수 분석을 하려고 했는데 옐로모바일 기사를 쓰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포..폭스콘도 쓰겠습니다 대표님..ㄷㄷㄷ) 근데 워낙 잡생각이 많아져서..기사형으로 쓰다가 몇번을 지우고는 그냥 편하게 생각도 정리할 겸, 브런치에 흔적을 남겨봅니다.

[전제할 점은, 이건 기사가 아닙니다. 기사라면 이렇게 안 씁니다. 사견이고, 바라는 점(?)입니다]


옐로모바일 기사는 '참 재미있어'
지난해 4분기 옐로모바일 실적이 발표됐습니다. 매출액은 1018억 원에 영업이익은 11억 원입니다. 흑자로 전환했어요. 지난해 총 매출은 3182억 원, 영업손실은 468억 원, 당기순손실은 839억 원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 전, 옐로모바일 관련 기사를 보는 재미(?)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뭐 다른 기업도 비슷한데요. 네이버에서 '옐로모바일 실적'을 검색하고 뉴스란을 한 번 보세요. 기사가 주루룩 나오잖아요? 그런데 어떤 기사 제목은 '매출이 얼마다'고 되어있고 어떤 기사는 '영업이익이 얼마다'로 되어있습니다. '적자폭 커졌다'는 제목도 있고 '흑자전환'이라는 제목도 있지요. 눈치 채셨나요? 매출은 크고 영업이익은 낮은 옐로모바일의 특성상, 기사의 야마(핵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논조가 달라요. 매출에 주목하는 이와 흑자전환에 주목하는 언론사가 있고 지난해 적자폭이 커진 대목에 집중한 곳도 있습니다. 물론 사견입니다만, 좋든 나쁘든 영업이익이 핵심이겠죠. 그냥 이건 뭐 각 언론사가 옐로모바일을 대하는 자세? 혹은 분위기?를 읽는데 가벼운 척도 중 하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ㅎㅎㅎㅎ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옐로모바일은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 했습니다. 11억 원이에요! 지금까지 적자를 계속했다는 점을 보면 고무적입니다. 따지고 보면 흑자전환 대단한겁니다. LG전자 MC본부는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 2억원 냈어요...그 돈을 G5 슈퍼볼 광고 1초에 다 소진했다는 슬픈 전설이...

시..실적은?
오늘 왜 이렇게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지...여튼, 옐로모바일은 이유야 어떻든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반등을 쳤어요. 아마 삼성전자가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저력의 삼성, V자 반등에 성공하다'는 기사가 나왔을 겁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은 것이. 지난해 총 영업손실은 468억 원, 당기순손실은 839억 원을 기록한 대목입니다. 총 매출은 3182억 원으로 전년 913억 원에 비해 248.6% 늘어났으나 영업손실이 무려 468억 원을 기록해 전년 77억 원과 비교하면 506.8%나 늘어났습니다. 


SMATO를 볼까요. 쇼핑미디어(S) 192억 원, 미디어&콘텐츠(M) 13억 원, 광고&디지털마케팅(A) 334억 원, 트래블(T) 102억 원, O2O(O) 379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가운데 성장세로만 보면 트래블과 O2O가 동력이 휘청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미디어&콘텐츠는 볼륨을 키우지 못하고 있고요. 나머지는 매출로만 보면 괜찮아 보입니다. 쇼핑미디어와 미디어&콘텐츠는 2014년 4분기에 비해 각각 293%, 490% 매출이 늘어났습니다.


정리하면 지난해 4분기 간신히 헐떡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1년 실적을 보면 옐로모바일에 쏟아지는 우려를 제대로 보여준 셈입니다. 뭔놈의 마케팅 투자 비용이 그렇게 많은지 544억 원이나 썼어요.

반면교사 '테라노스'
2000년대 초반 광풍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 닷컴버블의 공포가 세상을 휘감은 후, 현재 우리는 스타트업 대부흥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두 시기가 비슷할까요? 아닙니다. 2000년대 초반과 지금은 달라요. 그때는 소위 묻지마 투자를 남발하며 개인들까지 집문서 들고 눈이 뒤집혔으나 지금은 정교한 스마트머니가 스타트업 열풍을 주도했어요. 사모펀드나 VC 형님들이 냉철한 분석과 판단을 바탕으로 투자를 이끌었죠. 양적양화라는 스위치가 눌러지자 돈은 있는데 투자처를 찾지 못한 막대한 자금이 스타트업 업계에 폭풍처럼 쏟아졌어요.


아주 오래전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님을 인터뷰한적이 있는데요.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과 지금의 스타트업 열풍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습니다. '또 망하지 않겠느냐'는 의문에 임 센터장님은 "그때와 지금은 투자의 기조가 다르다. 확실한 사업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에 정교한 투자가 단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스타트업 업계를 바라보면, 뭔가 기묘한 균열이 감지됩니다. 당장 스타트업들이 자금을 제대로 유치하지 못하는 사례가 왕왕 보여요. 임 센터장님이 말씀하셨던 확실한 사업모델과 정교한 투자의 기조도 흐릿해지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정교한 투자 부분...다들 유니콘이 되기 위해 눈이 뒤집히더니 무리수를 남발하지만 성장의 벽에 걸리는 상황입니다. 우버정도를 기점으로 딱히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 사이 가치가 IPO 규모도 크게 줄었고, CB인사이트는 2015년 이후 가치 하락한 스타트업은 56개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트위터로 돌아온 잭 도시가 창업한 스퀘어만 보면 답이 나와요.


여기에 확실한 사업모델에 대한 의구심도 자본시장 선수들 사이에서 퍼지는 것 같습니다. 테라노스 사태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아닐까. 월스트리트저널에서 테라노스의 기술력에 의구심을 품은 후 이번에는 뉴욕타임스가 비수를 꽂았죠. 테라노스는 피 한 방울로 질병여부를 저렴하고 빠르게 측정할 수 있는 어마무시한 기술 스타트업이고요. 창립자 엘리자베스 홈즈는 여자 스티브 잡스로 불릴 정도로 대단한 인물입니다. 유니콘 0순위에요. 


그런데 그 기술력에 의문부호가 달린겁니다. 마운트 시나이 병원의 아이칸 의대 팀의 연구결과 혈액검사 결과가 비교군보다 정상 범위를 더 자주 벗어났다고 합니다. 에러율이 높다는 뜻이에요. 22가지 일반 검사 항목을 비교 및 분석했다고 합니다. 물론 테라노스는 이에 반발하고 있으나 올해 1월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연방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는 테라노스의 부정확함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사실 테라노스의 추락은 테라노스가 스스로 자초했습니다. 결정적인 패착은 뭘까요? 다급함입니다. 다급함의 함정에 빠져 최고의 인재가 설립한 최고의 기업이지만 서비스에 실패하면 말짱 꽝이라는 기본적인 현실을 자각하지 못했어요. 그저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장을 선점하고 기존 플레이어들을 몽골기병처럼 압도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무리수를 남발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iOS에서 버그 발견되면 대충 수정하면 그만이지만 바이오 헬스 스타트업은 이야기가 다르죠. 사실 테라노스의 실패를 설명할 수 있는 별다른 배경은, 이 부분 외에는 없습니다.


정리합시다. 테라노스는 작고 용맹한 스타트업이 기존 거대한 강자와 싸우기 위해 무리하게 속력을 냈고, 그 과정에서 완급조절에 실패한 느낌입니다. 또 하나, 기존 강자들을 과소평가한 분위기도 살짝 연출됩니다. 사방이 적인 상황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고, 이를 엘리자베스 홈즈의 화려함으로 뒤덮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서둘렀어요. 너무.


옐로모바일, 이제 어떤 순간?
테라노스 이야기를 한 이유는 과거와 지금, 그리고 미래의 옐로모바일과 관련이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옐로모바일과 테라노스가 집중한 최고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공통적으로 속도입니다. 옐로모바일은 주식스왑을 바탕으로 기업을 빛의 속도로 흡수했고, 테라노스도 작고 요맹한 스타트업의 속도에 천착했어요.


이 지점에서 테라노스는 너무 급한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시장의 혹독한 검증을 받고 있죠. 그럼 옐로모바일은? 비슷합니다. 너무 급하게 몸집을 불리자 사람들은 "이제 뭘 보여줄거야?"라고 묻고 있습니다. 이걸 시너지라 부릅니다. 


둘 다 속도를 바탕으로 기존의 강자를 쓰러트리는 존재감을 부여주려 합니다. 테라노스에게 그 존재감은 기술력. 옐로모바일은 시너지로 인한 가시적인 성과에요. 그리고 테라노스는 확실히 마지막 순간에서 실패하고 있습니다.


그럼 옐로모바일은 어떨까요? 성공하고 있나요? 지난해 4분기를 보면 서광이 비치지만 지난해 전체로 보면 실패하고 있는게 맞습니다. 시너지를 약속했지만, 몸집을 불리는 시간은 빨라졌어도 시너지의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시간은 너무 깁니다. 그 사이에 연료가 소진되면 어떻할까요? 끝입니다.


사실 제가 시간적인 의미로 옐로모바일의 위기를 설명했으나, 그 외에도 변수가 많다는 것 알고 계실겁니다. '경영진이 검증되지 않았다'와 '얼라이언스의 착시현상이다'는 말, '업계 1위가 없다'와 '자금이 마르면 끝이다'는 주장까지 실로 다양하죠. 도덕성 문제도 있었죠 아마?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4분기 흑자를 기록한 것은 솔직히 의미가 없습니다. 거대한 호수에 떨어진 작은 조약돌이에요.


하지만, 하지만 말입니다. 저는 옐로모바일에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부정적인 생각이 많지만 긍정적인 여지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시간이 없는거 맞습니다. 시너지? 거의 나오지 않아요. 자본시장에서는 별 흉흉한 소문이 다 돌더라고요. 


그런데 여기서 되짚어 보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부정적인 견해를 언제 각인했나요? 처음부터 옐로모바일이 탄생하던 순간? 아니죠. 옐로모바일을 둘러싼 무수한 루머가 나왔을 무렵, 옐로모바일이 적극적인 진화에 나서지 않았던 지난해부터에요.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지 않은 옐로모바일의 패착이지만 이건 일단 차치한다고 해도, 옐로모바일은 지나치게 외롭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공포가 지나치게 극대화되는 감이 없지 않은가 싶습니다. 이걸 걷어보자고요. 경영진이 검증되지 않았다? 그 검증의 잣대는 무엇인가요? 얼라이언스의 착시현상이다? 스타트업이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 뭉치는 것을 시도하는 것은 당연한겁니다. 업계 1위가 없다? 업계 1위가 왜 뭉치겠어요. 자금이 마르면 끝이다? 원래 회사는 자금이 마르면 끝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시너지. 우리가 생각하는 시너지와 옐로모바일이 생각하는 시너지는 개념부터 다르더군요.


그 위기의 정도는 심한게 사실이지만, 우리는 옐로모바일에 대해 너무 지나친 공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리타워텍 생각하면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제가 누차 강조하는 것은, 옐로모바일의 약점은 크게 부풀려졌고 장점은 철저하게 가려졌다는 겁니다. 옐로모바일의 실수지만, 우리가 그걸 이해해줄 필요는 없지만 냉정한 게임만 보자고요. 당신은 뭘 보고 있나요?


이제 결론입니다. 옐로모바일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했다고 좋아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아직 위기일발입니다. 시간도 없고 돈도 없어요. 하지만 기회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닙니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시너지, 그놈의 중장기적 관점의 시너지가 당신들의 생각대로 뭔가 해낼 수 있다고 본다면 당당하게 보여주세요. 더 적극적으로, 격렬하게. 대기업이 자회사 일감 몰아주는 시너지와 다르다는 옐로모바일만의 시너지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전제로 말하는 겁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시너지와 옐로모바일의 시너지가 다르다는 뜻입니다. 그걸로 투자를 받든 뭐하든 이제 정말 시간이 없어 보여요!


여기까지만 사실이라면, 옐로모바일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요?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반드시 살아야 한다는 말은 하고싶지 않습니다. 리타워텍의 재림은 끔찍한 재앙이었고, 옐로모바일로 인한 고통을 우리가 겪을 필요는 없으니, 부디. 뭔가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기자가 아닌,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응원하는 30대 중반의 배나온 아저씨로서 말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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