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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May 19. 2016

카카오 O2O, "이건 어때요?"

비나이다..비나이다

카카오의 전방위적 O2O 진출, 이제 뭐 화제도 아니죠. 너무 당연해져서 무뎌지고 있습니다. 택시부터 대리운전, 주차, 홈클리닝에 미용, 결제, 주차까지. 대충 보면 카카오톡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카카오내비를 중심에 둔 상태에서 교통 O2O에 집중하는 분위기지만 최근에는 그 스펙트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분위기입니다.


자연스럽게 논란도 커지고 있습니다. 골목상권부터 부당한 정보탈취, 카피캣 논란은 물론 수익성에 대한 담론부터 실제적인 성공 여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갈립니다. 음. 정말 말이 많죠.


그래서 몇 자 적어보려 합니다. 논란에 대한 유형 세가지를 살펴볼께요. 전제하자면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고요. 취재 과정에서 느낀 잡생각을 바탕으로 떠올린, 기사로 옮기기 어려운 주관적인 견해임을 밝힙니다.

1. 골목상권
카카오 O2O는 택시, 고급택시, 대리운전, 대중교통, 주차 등 교통 O2O와 홈클리닝, 미용, 쇼핑, 제조 등의 일반 O2O로 임의로 나눌 수 있어요. 모두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삼는 가운데 일단 주력은 교통 O2O입니다.


김기사를 인수한 후 카카오내비로 변신시켜 교통 O2O 생태계에 유기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이를 기점으로 카카오페이와 같은 결제단 서비스를 붙이는 방법론을 보여주고 있어요. 데이터를 얻고, 생활밀착형을 지향하는 분위기를 노골적으로 보여줍니다. '교통, 즉 이동이 곧 우리 모두의 삶'이라는 전제도 있습니다. 로엔의 콘텐츠도 적절히 써 먹겠죠. B2B 사업에 혈안이 되어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교한 타겟 마케팅 플랫폼을 제공하려는 페이스북과도 비슷해요.


일반 O2O도 비슷합니다. 그냥 생활밀착형이라는 코드를 교통이 아닌 다양한 삶의 방식과 연결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사실 처음 카카오택시 나왔을 때 기타 O2O로의 확장은 시간이 걸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의외로 빠르게 움직이더군요.


여기서 첫 번째 논란이 생깁니다. 바로 골목상권이에요. 카카오택시가 등장하자 리모택시는 폐업했고, 기타 카카오가 다양한 영역에 깃발을 꽂을 때마다 모바일에 집중한 O2O 기반의 스타트업들은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논란은 여기에 집중합니다. '다 같이 먹고 살아야 하는데 너무 하는거 아뇨?'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 지점에서 골목상권 논란은 의미가 없습니다. 싸가지 없게 들릴지 몰라도, 냉혈한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야기할께요. O2O는 시작단계의 비즈니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강력한 무기를 가진 사업자가 공격적인 사업 다각화를 노리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어요. 네? 다 같이 먹고 살아야 한다고요? 일견 타당하지만 만약 이러한 전제를 최우선으로 둘 경우 대한민국은 사업적 성공을 용인할 수 없는 나라가 되어 버립니다. 개인적으로 승자독식이라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아도, 저는 골목상권 논란이라는 말 자체가 경제에서 어폐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노력하고, 더 강한 자가 이기는 거에요.


대형마트가 들어서 재래시장이 죽어간다고 합니다. 골목상권을 외쳐요. 하지만 생각해야 합니다. 왜 사람들이 재래시장에 가지 않는지, 왜 대형마트에 몰리는지.


하지만 골목상권 논란이 전혀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두 가지 측면의 전제가 있어야 해요. 첫 째는 부당한 경쟁이 없어야 합니다. 순수하게 실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만약 대기업이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골목상권을 부당하게 공격한다면? 소기업의 아이디어를 탈취해 자신들의 아이디어로 삼는다면? 이 때는 골목상권 문제를 따져야 합니다. 지랄해야 합니다. 꺼지라고 소리질러야 합니다.


두 번째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성공여부에 대한 담론인데요.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골목상권을 죽이고 대기업이 승리하는 것. 용인한다고 칩시다. 그런데 초반 물량을 박리다매로 돌려 체급사움을 벌인 후 골목상권이 죽자 갑자기 가격을 올린다던가. 방금 말한 부당한 경쟁에 이어 생태계 자체를 파괴한다는가. 이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만약 이런 조짐이 보인다면 또 지랄해야 합니다. 꺼지라고요.


이 두 가지 전제만 충족되면 골목상권 진출,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새로운 사업기회가 열리는 상황에서 골목상권이 자체적인 사용자 경험을 키울 수 있도록 유도하고, 때로 협력하는 그림이 좋겠네요. 긍정적인 경쟁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어요. 물론 이런 이상향이 펼쳐질 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흐름이라도 이렇게 가야 합니다. 무조건 '골목상권은 보호해야 해!'라는 주장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2. 오프라인을 잘 몰라염
카카오는 인터넷 사업자이기에 오프라인 사업을 잘 모릅니다. 그래서 플랫폼 사업을 펼치면서 자사의 온라인 경쟁력을 오프라인 파트너에게 제공하는 방법론을 사용하는데요. 사실 이게 법적인 측면에서 옳습니다. 카카오가 택시회사를 운영하면 법에 걸려요.


여기에서 때로는 파열음이 나고, 때로는 파열음이 나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차이는 뭘까요? 협력과 대의명분입니다.


우버가 한국에서 왜 허덕일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날것 그대로 말하자면 투표권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자 거대한 이익집단인 택시기사들 밥그릇이 걸려 있기 때문이에요. 물론 우버는 자율주행차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공유경제적 담론에 묶어두려고 하지만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죠. 당장 택시기사 입장에서 보면 '이런 호****'이라는 욕 나와요.


카카오는 달랐습니다. 택시기사들과 협력했습니다. 편리한 교통 O2O의 중요한 파트너로 기존 플레이어를 잡았어요. 아주 똑똑한 선택이며, 탁월했지요. 물론 문제는 있습니다. 혁신적인 서비스라고 보기에는 어려워요(다른 영역도 마찬가지지만). 그러다 보니 택시와 얽힌 오래된 문제들이 크게 개선되거나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약간 편리해진 수준입니다. 뭐 그것도 좋다면 좋겠지만.(사용자 경험에 대한 내 기대가 너무 컸나...)


이런 전략은 카카오택시 블랙까지 무리없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카카오 드라이버부터 문제가 불거져요. 기존 플레이어와 협력하는 패턴은 동일한데 그 대상을 분리했거든요. 대리운전업체와 대리운전기사를 분리해 기사들과 손을 잡았습니다. 왜 카카오택시처럼 대리운전업체와 손을 잡지 않았을까요? 그럴 필요가 없었고, 나름의 자신이 있었다는 쪽에 걸겠습니다. 대리운전업계는 택시운전업계와 달리 회사와 고용인의 관계가 느슨하고 복잡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리운전업체와 손을 잡고 플랫폼 사업을 하느니, 차라리 기사들과 협력해 새롭게 판을 짜는 쪽을 선택했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행보를 골목상권 논란에 대한 대응책으로 해석하면 무리일까요? 저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리운전업계의 나쁜관행은 이제 국민의 상식입니다. 여기서 카카오는 카카오택시와 달리 카카오 드라이버를 준비하며 업체에 비해 약자로 평가받는 기사들을 택함으로써 일종의 공익적 패러다임을 가져갑니다. 심지어 보험도 대납해요! 이 과정에서 대리운전기사들도 떨떠름하게 넘긴 지점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카카오가 공익적인 가치를 지향한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대목입니다. 똑똑해...


그런데 이 문제도 새로운 난관에 직면합니다. 19일 카카오 홈클린 서비스 사업설명회가 열리자 한국YWCA연합회, 전국가정관리사협회, 한국가사노동자협회가 반발한 것인 단적인 사례입니다. 무슨 일일까요? 이들 3단체는 카카오 홈클린 서비스가 최근 등장하고 있는 가사서비스 제도 개선 등 공공성 강화 논의를 부정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쉽게 말하면 법의 사각지대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가사 도우미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노력이 한창인 가운데, 카카오가 일종의 온라인 중개업자로 나타나면 모든 논의가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공유경제가 생각이 나네요. 현 시점에서 공유경제는 소비의 방식인 공유보다 수익을 올리는 플랫폼 사업체의 굴러가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온디맨드의 특징만 부각되며 소위 경제적 불평등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공유경제라는 아름다운 마약이 노동자 모두를 비정규직 노예로 만든다는 주장인데요. 이들 3단체가 걱정하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카카오가 가사 도우미를 직접 고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막강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현 업계를 장악하는데 그친다면? 처우는 개선되겠지만 이건 좀 문제죠.


이 대목은 카카오가 매우 무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온라인 사업자가 플랫폼을 자임하며 오프라인 플레이어와 협력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비슷한 논란은 계속 재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최근 우버의 뉴욕기사들이 노동조합 비스므레한 것을 최초로 만들었다죠? 공유경제적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노동자 처우에 대한 담론은 추후 카카오 O2O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선택을 매우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3. 성공하겠냐?
네, 사실 이게 중요해요. 카카오 O2O가 성공하겠냐? 요즘 보면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고 미래비전을 성급하게 말하며 투자로 연명하는 기업들이 많은데요. 진짜는 발전하겠지만 당연히 가짜는 역사속으로 사라질겁니다. 

여기에서 카카오는 O2O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 실적이 반토막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가장 근원적인 수익성 문제. 내수용 카카오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마지막, 제언
마무리 할께요. 카카오는 골목상권 논란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자신들 스스로 의제설정능력이 탁월한데다 무조건적인 골목상권 보호는 파쇼적 발상이니까요. 반칙만 하지 않으면 됩니다. 만약 반칙하다 걸리면 카카오를 해체하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모두가 물어 뜯어야 합니다.


그러나 생각해볼 지점은, 과연 카카오 하나의 색으로 얼마나 다양하게 지속가능한 서비스를 영위할 수 있느냐에요. 어렵다고 봅니다. 카카오의 선택이지만 카카오를 위해서라도, 협력을 조심스럽게 제안합니다. 몽땅 인수하거나 차지하려고 하지 말고 유기적인 생태계를 만들어 카카오톡을 그 중심에 뙇! 박아버려요! 메인은 카카오입니다. 기간산업화 시키라는 뜻입니다. 진짜 플랫폼을 깔아서 다양한 친구들이 뛰어놀게 만들어요. 사용자 경험적 측면에서도 분명 얻는 것이 많을겁니다.(물론 카카오게임처럼 하지는 말고요)


오프라인 파트너 선정에 대한 프레임은 뭐 알아서 잘 하겠죠. 여론전 중요하니까 잘 챙기고, 새로운 영역에 진출할 때마다 무조건 다수의 약자와 협력해야 합니다.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담론은 매우 민감하게 생각하고, 무엇보다 업종에 맞게 파트너를 선택해야 합니다. 공익재단이 아니니까 특정사업의 모든 불합리함을 해결할 수 없겠지만, 최대한의 성의를 보이는 편이 지속가능적 측면에서 카카오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수익성 문제. 이건 저도 몰라염. 망할 수 있고, 아닐 수 있고. 솔직히 당장 글로벌 진출하기는 본인들도 어렵다고 생각하는것 같으니(때가 되면 하겠지만) 그저 다양한 생태계 전략으로 데이터 열심히 모아서 정말 훌륭한 사용자 경험을 발굴하기를 기대합니다. 전화거는 것을 스마트폰으로 대체하는 수준의 사용자 경험은 개나 줘버리고요. 그 이상의 사용자 경험이 있어야 돈을 벌든 데이터로 장사를 하든 뭘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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