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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Jun 30. 2016

페이스북, 언론집단을 해체하다

"방황하는 언론사를 미지의 땅으로"

페이스북이 29일(현지시각) 친구와 가족 등이 직접 게시한 콘텐츠를 뉴스피드 상단에 배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친구 및 가족의 콘텐츠가 뉴스피드 상단에 노출되고 콘텐츠 노출도보다 공유수에 가중치는 두는 대목이 골자입니다. 뉴스피드 제품 담당 애덤 모세리 부사장(VP)은 "이용자에게 제일 중요한 콘텐츠를 놓치지 않게 만들기 위함"이라며 "이런 게시물들을 최상단에 배치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다양한 기업이 광범위한 영향을 받을 전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사'로 논의의 핵심을 좁혀보겠습니다. 사실 이러한 페이스북 알고리즘 변경은 지난 4월 단행된 바 있지만 언론사들이 받은 충격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의 29일 알고리즘 개편소식이 알려지자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이를 속보로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왜 언론사들이 충격을 받았을까요? 뼈아픈 과거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플랫폼 상실하다
기본적으로 언론사, 특히 신문사의 경우 전통적으로 플랫폼과 콘텐츠를 동시에 보유했습니다. 여기에 정보의 근원에 더욱 빠르게 접근하며 황금시대를 누렸어요. 하지만 인터넷, 온라인의 발전으로 언론사의 기반이 흔들렸습니다. 바로 플랫폼 권력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오프라인 플랫폼이 존재가치를 서서히 상실하는 상황에서 온라인 플랫폼 권력은 포털에 접수되고 말았어요. 현재의 지상파 방송사와 비슷하면서 다릅니다. 지상파는 유료방송플랫폼이라는 동종업계의 공세에 플랫폼 지위가 흔들렸다면, 언론사는 동종업계가 아닌 새로운 플랫폼 권력자에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물론 반격을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언론사들이 뭉쳐서 포털에 대적하기도 하고 자체 온라인 플랫폼(홈페이지)을 공격적으로 런칭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언론사들이 제대로 뭉치지 못하기도 했으나, 이미 시대는 변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페이스북을 필두로 SNS가 등장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새롭게 북적이는 장터가 생겨났어요. 언론사들은 일제히 기회로 봤습니다. 플랫폼 권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고무적인 지점은 포털과 언론사의 관계를 물건을 납품하는 하청업자와 백화점으로 규정한다면, SNS와 언론사의 관계는 조금 다르다는 겁니다. SNS라는 장터에 언론사로 바로 향하는 입구를 설치하는 격이었으니까요. 네. 언론사는 SNS를 자사 플랫폼 권력의 기회로 봤습니다. 포털과의 싸움에서 얻어내지 못한 직접 유입을 노릴 수 있는 변종 플랫폼 탈환 기회입니다.


물론 약간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아직 포털 권력이 강력한 상태에서 SNS에 집중하자니 그 효과를 장담할 수 없었고, 이렇게 중독되어 가다가는 그 주도권을 빼앗겨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으니까요. 게다가 SNS를 통해 언론사 직접 유입을 추구하다 보니 연성적인 콘텐츠들이 넘쳐나기 시작했습니다. SNS는 이용자들의 장터였으니까요. 개인들이 북적이는 현장은 활기차고 건강했으나 고급스럽지는 못했습니다. 포털 뉴스의 어뷰징 및 선정적 낚시가 페이스북에서 콘텐츠를 소개하는 언론사의 이름으로 다수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언론사들은 '이거라도 어디냐'는 마음으로 점점 SNS에 천착하기 시작했습니다. 몇몇 성공사례, 즉 SNS를 통해 홈페이지 직접 유입 증가의 마법을 체감한 언론사들의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고 모두들 흥분했어요. 포털처럼 전재료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전재료를 받아 포털에 입점하는 언론사들은 소수. 그런 이유로 뉴스검색이나 혹은 포털의 플랫폼 수혜를 받지 못하는 언론들은 점점 SNS에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폐쇄형 SNS가 유리하다는 점도 발견했고, 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도 체득했어요. 불과 2년 전입니다.


그러나 불안의 시대는 너무 빠르게 찾아왔습니다. 이견의 여지는 있겠지만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이 언론사 입장에서 불안의 전조곡으로 생각됩니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페이스북 가두리 양식장으로 진입하면 '모두가 해피해진다'던 마법의 주문. 언론사들은 기로에 섰습니다. 장터에 가게 입구만 세워둘 것이냐, 아니면 수익도 쉐어하며 장터의 깊숙한 지점으로 진격할 것이냐.


대부분 후자를 택했습니다. 그 순간 언론사의 목에는 단단한 철쇄가 채워졌고, 언론사들은 자신의 목에 채워진 철쇄를 서로 자랑하며 "내가 금철쇄, 너는 은철쇄"라며 비교하기 시작했습니다. 변종 플랫폼 권력이라도 추구하려고 노력하던 짧은역사가 완전히 꺾인 셈입니다.


이 대목에서 참 오묘한 일들이 발생하는데, 비단 인스턴트 아티클 외 다양한 방법론으로 언론사들이 친 SNS 정책을 펴며 재미있는 부작용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걸 허세라고 해야 할까요? 중앙일보의 페이스북 페이지 팬수 증가 미스터리와 같은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는 겁니다. 아직 플랫폼 권력에 대한 일말의 아쉬움이 남아있는 일부 언론사들이 현실을 망각하고 보여주기식 퍼포먼스를 펼쳤다는 뜻입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재미있습니다.

페이스북 알고리즘, 바이라인을 연결할까
단언하자면 이제 언론사들은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에서 플랫폼적 관점에서의 권력 비슷한 것도 건지지 못할 겁니다. 포털에서는 전재료를 받는 일이라도 있었고, 뉴스검색은 나름 홈페이지 유입자를 보장했는데 SNS는 이 모든 것이 시계제로 상태입니다. 돈이요? 인스턴트 아티클로 얼마 벌고 있나요? 홈페이지 유입이요? 알고리즘 변하면 또 출렁입니다. 그 주도권은 300% 페이스북에 있습니다.


사실 언론사 소속으로 이번 페이스북 알고리즘 개편은 약간 야속하지만,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입니다. 페이스북은 자신들의 플랫폼이 언론사를 비롯한 회사들의 비즈니스 창으로 변질되어 이용자들이 떠나는 상황을 원하지 않습니다. 대학교 동창회라는 본원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개인에 방점을 맞추는 것은 이용자 확보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면 데이터도 확보하기 싶습니다. 페이스북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고요. 플랫폼에 '000 대박 이벤트'라던가 '000이 반값!'이라는 콘텐츠가 넘실거리는 것과, 이웃집에 사는 A가 "어제는 골목집 브런치가 맛있더라"라는 콘텐츠의 가치를 비교할 수 없어요. 후자의 경우 귀중한 정보이며, 페이스북은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화 서비스를 나서고 싶어합니다.


정치적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어요. 막말의 대가이자 미친 코스프레의 일인자 트럼프와의 '언쟁'과 최근 벌어진 정치적 편향성 논란은 페이스북이 뭔가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의심에서 출발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에 '강력한 의지'를 가진 페이지들만 넘친다고 생각해보세요. 당장 걷어버리고 싶지는 않더라도, 일정정도 거리는 두고 싶을 겁니다.


B2B 사업에도 강점일겁니다. 이용자 권리따위는 개나 줘버리고(표현이 격해 죄송합니다) 기업간 거래를 통해 수익창출에만 혈안이 되어 본사에 돈 열심히 송금하고 싶은 유한회사인 페이스북 코리아를 보면 대충 각이 나옵니다. 개인 중심의 콘텐츠 비중은 결국 페이스북에서 기업이 사업하기 어려워진다는 뜻이고, 이는 페이스북을 떠나지 않는 한 울며 겨자먹기로 '더 고도화된 서비스'를 추구하게 만듭니다. 글쎄요. 음모론이지만..."힘들지? 우리가 그렇게 바꿨어. 이해해줘. 그래도 방법은 있어..지갑 더 열어봐" 뭐 이정도?


자, 여기서 언론사를 봅시다. 이제 쥐뿔도 없게 생겼습니다. 돈 주고 좋아요 늘려봤자 공유가 확실히 되는 콘텐츠를 중심에 두고 '수질관리' 들어간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에는 속수무책입니다. 철저한 개인 집중에 나선다는데 언론사가 뭐 어찌할 건가요? 단합해서 공격? 솔직히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현명한 생각은 아니죠. 권리도 없고요. 


아마 언론사가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계속 활용하려면, 필연적으로 언론조직을 해체해야 할겁니다. 아니, 고작 이런거에 조직을 해체해? 진짜 조직을 해체한다는 것이 아니라 SNS에 관심이 있다면 이 대목에서는 해체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개인이 우선이라고 하잖아요. 그러면 언론조직이 아닌 개인이 움직여야죠. 기자 개인이 각개전투를 벌이는 겁니다. 개인이 콘텐츠 만들어 뿌리고 반응을 살피고, 총체적인 검수와 전략은 느슨한 연대로 움직이는 겁니다.


현재도 1인 기자들이 속속 보입니다. 아마 최소한 SNS에서는 1인 기자들이 느슨한 연대를 통해 활동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들이 동영상 라이브도 하고 자신의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정보를 개방합니다. 처음에는 한 조직에 속한 다수의 기자들이 움직일거겁니다. 그러나 이런 작은 변화가 플랫폼 전략에 있어 변화를 강요받는 언론사의 전통적인 아웃라인을 다소 바꿀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기존 언론사가 아닌 완전한 초연결 언론사가 등장해 MCN처럼 기자들을 '느슨하게' 관리하고, 기자들은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쌓아가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


물론 하나의 가능성이며 시나리오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이제 기자는 점점 파편화되어 자신만의 색을 가져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 같습니다. 여기에 인플루언서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와 맞물리면, 우리는 더 재미있는 세상을 살고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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