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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Jul 31. 2016

라인의 고향을 말하는 네이버의 속사정?

한국이야? 일본이야? 아시아야? 글로벌이야?

네이버 라인의 기세가 대단합니다.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과 일본에 동시상장된 이후 나름의 존재감을 뽐내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상장 주식수는  미국과 일본 각각 1750만주가 풀린 가운데 미국 상장의 경우 공모가격 32.84달러보다 26.6% 오른 41.58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장중 한 때 공모가격보다 35%나 높은 44.49달러에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어요. 일본 상장에서도 공모가보다 45.8%나 오른 4900엔에 첫 거래가 시작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물론 다음날 거품이 다소 빠지며 뉴욕증시 상장 2일째 4.6% 주가가 하락하기는 했으나 일단 분위기 자체는 좋습니다. 시총 10조원의 모바일 메신저가 돌격하고 있습니다!


이에 힘입어 네이버는 스노우를 제2의 라인으로 키워내겠다는 야심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김상헌 대표는 웹툰과 스노우, 브이가 해외에서 고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임직원들의 동기부여만 있다면 제2의 라인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실제로 스노우는 정식으로 자회사로 분리, 선배 라인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이해진 의장은 14일 춘천 데이터 센터 각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네이버는 자양분”이라며 라인처럼 독립된 서비스의 상장을 통해 네이버가 ‘사업의 시발점’이 되겠다는 뜻을 여러번 피력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이해진 의장은 “라인이 상장한 것은 결국 독립했다는 뜻”이라며 “앞으로 네이버를 바탕으로 우수한 기업들이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지요.


그런데 이 지점에서, 라인의 국적 논란이 불거지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음??!!!)


"동무, 소속을 밝히라우!"
이제부터는 사견이며, 취재 과정에서 제가 만났던 일들에서 영감을 받아 다소 편파적일 수 있다는 점 미리 밝힙니다.


라인 상장이 있기 전, 지난해로 기억합니다. 한 네이버 관계자와 사석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흥미로운 푸념을 들었습니다. "일본의 우익들이 가끔 국내 언론을 보고는 현지에서 '네이버=한국 기업'을 부각시켜 종종 공격하는 일이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그런일이 있구나...'로 넘겼습니다. 


그리고 라인 상장 당일, 일본 현지 언론을 살피다 보니 스톡옵션에 대한 불만이 감지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런 내용이에요. 라인이 상장을 통해 돈방석에 올랐는데 '왜 일본인 스톡옵션의 비중이 낮냐!'는 말입니다. 동시에 누군가 질문했더군요. "라인은 어느나라 회사냐?" 그러나 네이버가 답했습니다. "아시아 회사다"


개인적으로 매우 훌륭한 답변이라 생각했습니다. ICT 기업의 국적? 고향? 글쎄요. 그게 중요한가요? 지구촌 시대라는 설레발은 지양하더라도 ICT 기술에 국경은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아시아 회사'라는 세련된 답변은 태생부터 아시아, 글로벌을 노리는 라인을 설명하는 매우 핵심적인 철학으로 느껴졌습니다. 나름 뿌듯하기도 했고요. 이해진 의장도 당일 내신과의 기자회견에서 스톡옵션에 대해서는 “회사의 국적을 성급하게 정하는 것부터 문제”라며 “초기 사업단계에서 개발자들이 기여를 했고 그 과정에서 개발자들에게 스톡옵션이 먼저 부여됐으며, 이들은 당연히 한국인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개발자 이후 국적을 가리지 않고 많은 인센티브를 준비하고 있다”며 특수한 상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조치지만 추후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여운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라인의 국적에 여전히 예민하게 구는 일본 현지의 반응은 지금까지 계속되는것 같습니다. 뭐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에요. 실제로 라인의 성공배경에 2010년 인수한 일본의 블로그 서비스 업체 라이브도어 인력들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당시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최고경영자와 핵심 개발자들이 라인(당시 NHN재팬)으로 넘어와 현재의 라인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도 팩트죠.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매우 뜨거운 기사가 일본에서 나왔습니다. 닛케이 비즈니스 온라인은 27일 ‘LINEは日本企業、韓国親会社トップが言明(라인은 일본기업, 한국회사 대표의 언급)’ 이라는 제목으로 이해진 의장과의 인터뷰를 공개했습니다. 여기에서 닛케이 비즈니스 온라인은 “네이버의 라인 주식비율이 높기 때문에 라인이 한국 기업이라는 (현지의) 의견이 있다”고 말하자 이해진 의장은 “회사의 국적은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대해 이번 증시 상장을 통해 확실히 밝히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전했어요.


이어 이해진 의장은 “라인은 일본 기업인가 한국기업인가.... 내 생각에 라인은 일본 도쿄에 본사가 있고 의사결정 체제를 봐도 이사회 구성원의 과반수가 일본인이다. 물론 일본의 법률에 따라 관리 운영되고 세금도 일본에 납부하고 있다. 그 의미인 즉, 라인은 일본 기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日本企業なのか韓国企業なのか。私の考えでは、LINEは日本の東京に本社を置いており、意思決定の体制を見ても、例えば取締役会の過半数は日本人で構成されています。もちろん、日本の法律に基づいて管理・運営されており、税金も日本にちゃんと収めている。その意味で、LINEは日本の会社だと思っています]


하지만 이해진 의장은  “네이버가 라인 주식의 약 83%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라인을 한국 기업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으나, 그 이론에 따르면 네이버 주식의 약 6할도 외국인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네이버와 그 자회사인 라인도 한국이나 일본 기업이 아니라는 것이 결론이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어 "국적을 묻는 '의도'는 무엇인가"라며 "이는 건강하고 생산적인 사고 방식이 아니라 뭔가 불필요한 이슈를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닐까"라고 전했습니다. 이는 네이버와 라인의 국적이 한국이나 일본이 아닌, 글로벌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죠.

미묘하다...미묘해!
정리하자면 라인의 국적을 따지는 일본 현지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스톡옵션 논란도 여기에서 기인하죠) 이해진 의장은 현지 인터뷰에서 "라인의 활동반경과 법적인 책임 등등을 고려하면 일본 회사다. 하지만 그것이 의미가 있나? 그런 질문에는 의도가 있다. 라인은 아시아 회사"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절 국수주의의 화신으로 세팅하고 조심스럽게 딴지를 걸어 봅니다. 우선 네이버가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라인은 한국회사다"는 말을 한 적이 있나요? "라인은 한국회사다. 하지만 그것이 의미가 있나? 그런 질문에는 의도가 있다. 라인은 아시아 회사"라고 말한적 있나요? 글쎄요...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아시아 회사"라는 답변만 있었어요. 일본과 국내를 대하는 네이버, 즉 라인의 반응은 미묘하게 다릅니다. 


이러한 주장은 닛케이 비즈니스 온라인과의 인터뷰에서도 드러납니다. 결론은 '라인은 아시아 회사'라는 주장으로 끝나지만 서두에는 '라인은 일본회사'라는 핵심이 엿보입니다. 그러니까 '라인은 일본회사야, 하지만 그게 의미가 있어? 아시아 회사로 퉁치차'라는 시그널을 읽어내면 너무 나가는 것일까요? 하지만 그렇게 보입니다. 기사의 비중도, 심지어 제목도 LINEは日本企業、韓国親会社トップが言明(라인은 일본기업, 한국회사 대표의 언급)입니다. 


자, 매우 예민한 문제지만 여기에서 네이버의 속사정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까..네이버 입장에서 국내의 분위기를 보면, 그냥 한국은 네이버와 라인이 한국 회사라고 알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라인이 상장을 하니까 '캬! 아시아 회사로 간다는 말이 사실이구만!'으로 무릎을 치며 찬사를 보내죠.


하지만 일본은 사정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네이버가 보기에 네이버, 특히 라인은 현지에서 일본 회사가 아닌 한국 회사로 여겨지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태클이 들어오고(관동 재무국과의 공탁금 기부 문제 등) 라인은 이를 무마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시아 기업'이라는 화두를 살리 되 '라인은 일본회사'라는 패러다임을 심어주어 안심시키려는 행보를 보이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이 지점은 민감한 대목입니다. 라인은 일본을 시작으로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주로 활약하고 있는데 지난해만해도 라인은 스스로가 대만에서 난리더라고 하더니, 이제는 태국이라고 합니다. 이건 무슨 시그널일까요? 대만의 분위기를 살리지 못하고 태국을 '생명줄'로 잡았다는 시그널로 읽힙니다. 확장성의 문제에요. 그런데 일본에서 타격을 받는다면? 라인이 국내에서는 카카오톡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는 지점과 더불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질 대목입니다. 그러니까 전략이에요. 까짓꺼 한국에서는 카톡에 밀리기도 하니까 아시아 기업으로 퉁치고(모두들 그렇게 알고 있고) 일본에서는 무조건 살려야 하니까 '라인=일본 기업'이라는 패러다임을 세우는 분위기.

분노해야 할까?
마지막입니다. 일단 이건 가설입니다. 진짜 네이버와 라인의 속내가 어떤지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다만 지금까지 취재하고 알아본 내용을 결합한 결과 이러한 결론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설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분노해야 할까요? '아니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네이버, 라인은 기업이에요. 그들의 국적이 어디든, 어디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든 그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키워주어야 합니다. 키워주어서 은혜를 갚게 만들어야 해요. 찌질하게 국적 물어보며 난리치는 일본 현지 언론과 똑같은 길을 갈 필요는 없잖아요?


다만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건, 이런 위험한 가설을 말하는 것은 네이버의 전략이 그만큼 '처절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살아야하니까. 생존해야 하니까 말이에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네이버와 라인의 속내를 한 번 들춰보고 싶었습니다. 이상. 네이버, 라인, 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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