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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Jul 21. 2016

스타트업의 진짜 위기, 헤이딜러 논란에 있다

온라인 자동차 경매 제도도입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토론회

또 다시 헤이딜러입니다. 지난 1월 간담회에서 오프라인 중고차 업계의 강력한 반발이(라고 쓰고 난입이라고 읽는다) 있은 후, 이번에는 민병두, 이원욱 의원실(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온라인 자동차 경매 제도도입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토론회가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습니다. 1월 간담회에서 워낙 충격적인 일(?)들이 있었기에 이번 토론회 취재도 살짝 긴장하고 들어갔지만, 걱정했던 불미스런 사태는 없었습니다. 아니, 조금은 있었지만 뭐 그정도는 뭐... (참고=절규와 분노로 점철된 헤이딜러 세미나)


그럼 여기서 헤이딜러 논란이 무엇이냐. 간단히 정리하자면 온라인 중고차 경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헤이딜러가 등장하자 기존 오프라인 중고차 매매 사업자들이 격렬하게 반발했고, 이에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2015년 11월 자동차 관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해 자동차 경매업의 경우 주차장 3300m², 경매장 200m² 등 일정정도의 오프라인 시설물을 의무적으로 구축하도록 했습니다. 당장 이런 시설을 마련할 수 없었던 헤이딜러는 폐업을 선언했지요.


하지만 이러한 행위 자체가 스타트업 죽이기라는 지적이 나왔고, 국토교통부까지 나서 헤이딜러 합법화를 약속하며 나서기에 이르렀습니다. 이후 2016년 6월 20일 자동차 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입법예고되며 헤이딜러는 가까스로 기사회생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헤이딜러는 기사회생했으나 이번에는 오프라인 중고차 사업자들이 다시 반발을 시작했고, 그 사이에 헤이딜러는 경매 및 매매까지 영역을 넓히는 등 나름의 준비를 해왔어요. 20일 열린 토론회는 이러한 공방전의 연장선상입니다.


여담이지만 이번 토론회는 기사만 쓰고 그치려고 했습니다. 현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담아내겠다는 약속은 했지만...'그럴 필요까지 있을까?'라고 생각해 접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20일 토론회는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이건 헤이딜러 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팽팽한 긴장, 조용한 진행
초반 분위기는 나름 훈훈했습니다. 1월 토론회처럼 이번에도 대부분의 청중들이 오프라인 중고차 매매 사업자들로 채워진 상태였지만, 그래도 분위기는 험악스럽지 않았습니다. 일단 의원실 관계자가 나와서 "다른 의견이 있어도 서로 야유하지 말고 경청하자"는 다짐을 받아내더군요. 다행히 이런 분위기는 토론회 내내 이어졌습니다. 여기에는 맨 앞줄에서 청중들이 흥분할때마다 적극적으로 나섰던 한 분(오프라인 중고차 매매 사업 관계자로 추정)의 역할도 컸습니다.


드디어 토론회 시작. 민병두, 이원욱 의원이 차례로 나왔습니다.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더군요. 온라인 산업의 발전도 챙겨야 하고 오프라인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특히 이원욱 의원의 경우 헤이딜러 논란의 핵심을 '정부의 졸속행정'으로 규정하며 '사드 배치 논란'과 비교하는 장면이 재미있었습니다.


정복철 경희대학교 교수가 발제에 나섰습니다. 그도 이번 논란의 핵임이 “정부의 졸속행정”이라고 규정했어요. 정복철 교수는 “이번 논란은 헤이딜러만의 문제가 아니라, 졸속적인 행정절차에 따라 현실의 관계자들이 고통을 받은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온라인 자동차 경매업은 아주, AJ 등 다수의 기업들이 진입한 상황, 이런 상태에서 정교하게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 지점은 많은 오프라인 사업자들이 걱정하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냥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정복철 교수가 오프라인 중고차 매매 사업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한 것도 조용하고 매끄러운 발제의 원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토론회 시작...박진우 헤이딜러 대표 등장
토론회가 시작되자 박진우 헤이딜러 대표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1월 토론회에서 등장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마음을 단단히 먹은 것 같더라고요. 순간 분위기가 팽팽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토론회 연단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박진우 대표의 자리는 정면을 기준으로 왼쪽 끝. 업계 관계자들은 오른쪽 끝이었습니다. 중앙에는 사회자와 정부 인사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오른쪽 끝에 앉은 분들의 공격이 불을 뿜었습니다. 처음은 지원적 측면입니다


시작은 이완행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서서울모터리움 법무이사였습니다. 그는 “사무실에 PC 하나 두면 사업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정상이냐”며 입법예고에 들어간 법안을 비판했습니다. 온라인 사업자와 오프라인 사업자의 형평성을 지적했어요. 또 언론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드러냈습니다. 그는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에 휘둘리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명선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경기도자동차매매사업조합장은 스타트업과 창조경제의 담론을 겨냥했습니다. “지금 정부는 스타트업, 청년 창업 활성화라는 명제아래 매매업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하며 “무엇이 좋은 길인이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그가 "오프라인 중고차 매매 사업자들은 무엇이 국민을 위하는 길인지, 어떻게 공익사업을 하는 일인지 처절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지점입니다....진짜인가요? 저만 몰랐나요? 나아가 이 조합장은 “우리 오프라인 사업자들의 사이트도 관리 잘하고 있다. 정부는 무모한 곳에 투자하지 말고 차라리 제도권 안에서 규제를 받고있는 사업자들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아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멘트입니다.


뭐 이후에는 공방전이 벌어졌습니다. 슬슬 고성이 오가고 분노한 이들의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했어요. 연단에서도 질문이 쏟아졌죠. 여기서 몇몇 흥미로운 지점만 짚어 보겠습니다. 대사만 따서 휘리릭 정리할께요.


"우리도 홈페이지 있다. 우리 홈페이지에 투자하고, 정부에서 광고해야 한다"
"우리를 도와 법치를 하려던 김성태 의원만 망신을 당했다"
"박진우 대표는 범법자다. 왜 저 자리에 앉아있느냐"
"장관님한테 왜 보고를 제대로 하지 못하나"
"우성익 국토교통부 과장 언제 부임했나? 업계 돌아가는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다"
"헤이딜러는 정부에서 16억 투자를 받았다"

다르다, 살아가는 세상이 달라!
일단 토론회에서 박진우 대표는 사실관계가 틀린 사항을 적극적으로 바로잡는 등 나름의 역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오프라인 중고차 매매업체 사람들은 묘하게 박진우 대표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부 인사와 이야기하려는 분위기를 강하게 연출했어요. 분명 헤이딜러와 관련된 사항을 질문하고는 국토부 과장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식이었지요. 오락가락 정책에 대한 정부에 대한 불만 때문일까요? 그런데 여기서 '새파란 젊은애와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라는 시그널을 읽어내는 것은 오버일까요?


이들의 정부를 대하는 태도도 묘합니다. 분명 불만은 있는데 그 불만을 '윗 선'까지는 확장시키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국토부에 대한 성토. 분명 국토부를 성토하면서도 "장관님께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아서 이런 사단이 났다"고 말합니다. 거 참 희한합니다. 오프라인 중고차 매매업계에만 이런 분위기가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특정연령의 패러다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오프라인 중고차 매매업계 관계자는 토론회에 나선 오성익 국토교통부 자동차보험운영과 과장을 보고 "과장님, 부임하신지 얼마나 됐습니까?"라고 묻고, "5월입니다"라는 대답을 듣자 "전임자는 업계를 잘 이해했는데 과장님을 업계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고 면전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우리도 홈페이지 있다. 여기에 투자해라"는 주장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헤이딜러 서비스와 오프라인 중고차 매매업계 홈페이지를 동일시하다니. 이건 헤이딜러 서비스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그냥 비교 자체가 이상한겁니다. 그런 이유로 이 대목에서는 헤이딜러 서비스를 평가하는 기존 오프라인 중고차 매매업계의 '시각'을 잘 알수 있지요. '별 것 아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뭐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고.


감정적인 접근. 박진우 헤이딜러 대표에게 '범법자'라고 지적한 청중의 발언은 좀 많이 '나간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일단 박진우 대표는 "매매업을 등록한 상태며 법무법인 검토를 받아 사업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어요.


창조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불만이 감지되는 대목. 이는 "창조경제가 젊은애들 취업 좀 시키는 거냐"라는 지적이 "차라리 창조경제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면 우리한테 해라"로 이어지고 "우리한테 투자하는 것이 취업시장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굳어지기도 했습니다. 흠. 재미있습니다. 참고로 모창환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토론회 말미 작심한 듯 “자동차 매매업 발전이 정체되고 있다”며 “다양한 발전방안들이 선언적 주장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지요. 곰곰히 생각할 문제입니다.


사실관계. 오프라인 중고차 매매업계 분들은 사실관계가 틀린 지점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헤이딜러에 16억원을 투자했고 대기업이 출자했다는 등...이건 vc에서 투자받은 사실과 혼돈한 것 같습니다. 박진우 대표는 이에 대한 해명도 했어요. 부연하자면 박진우 대표는 헤이딜러는 딜러들이 차량을 매입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주며 딜러가 편하게 차량을 매입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오프라인 사업자에게 도움이 되는 수단이지, 경쟁자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헤이딜러의 경쟁자는 신차 판매원이라는 말까지 하더군요.

이건...진짜 어려운 문제다
토론회는 차분했지만 사실 막판에 이르러 격렬하게 요동쳤습니다. 간간히 흥분한 청중이 나서기는 했어요. 물론 자체적으로 막아서는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지만요. 오프라인 중고차 매매업계 분들도 흥분만 해서는 풀리지 않을 문제라는 것은 인지했고, 성숙하게 대응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줬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는 매우 고무적입니다.


하지만 토론회 말미에 보여진 파열음은, 비단 헤이딜러만의 문제가 아니라 창조경제와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세대의 시각 차이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커 보입니다. 일단 오프라인 중고차 매매업계는 체제에 순응하면서 나름의 해결책을 찾으려 하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ICT적 발전은 다소 '가볍게 보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틀린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고요.


그런 이유로 헤이딜러는 중고차 매매, 경매, 내차팔기 등등으로 범위를 확장하며 기존 사업자를 포용하는, 일종의 카카오 O2O 전략을 내세웠지만 현장에서 설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니, 날 것 그대로 말하면 오프라인 사업자는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우리 홈페이지가 있는데 왜 헤이딜러를 지원하냐"는 말. 이건 해프닝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ICT 기술에 대한 세대의 시각차를 잘 보여주는 매우 전형적인 패턴으로 보여집니다.


물론 오프라인 사업자의 고뇌와 고통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이들이 1월 토론회와는 달리 이번에는 상생을 위한 길을 조금이라도 타진하려 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시각 차이였어요. 이해를 못하는 겁니다! 이건 그들이 절대로 무식해서가 아닙니다! 여기에는 오락가락, 상황에 따라 태도를 마구 바꿔대는 정부의 태도가 문제입니다. 정부, 아니 정부와 국회가 상황에 따라 정책을 휙휙 바꿔버리니 그 누구도 정책에 대한, 업계에 대한, 상대에 대한 신뢰를 쌓지 못하는 겁니다. 그러니 당연히 믿지 못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 거에요!


이건 창조경제를 스타트업에만 집중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려는 정부의 무리한 방향설정이 파열음을 일으키고 있다는 적절한 증거로 보입니다. 헤이딜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지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질의응답 시간에 제 옆에 앉아있던 분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처음에는 오프라인 중고차 매매업계 관계자인줄 알았는데 '관심이 있어 찾아온 스타트업 대표'라고 하더군요. 그 분은 "기존 중고차 업계가 신뢰를 쌓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금 이 자리는 국민 대다수의 의견을 모으는 토론회가 아닌, 이해 당사자의 의견만 모으려는 것"이라며 "토론회가 아니다"고 외쳤습니다. 당연히 야유가 쏟아졌어요. 하지만 그 분은 "상생을 위한 노력을 해야지 여기 모여서 업계 이야기만 해대며 이를 국민의 뜻으로 호도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왜 당신들은 변하려 하지 않는가"라고 일갈했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그 분은 자리에 앉아 한참동안 한숨을 쉬더니 들고있던 종이컵을 찌그러트리며....나가버렸습니다.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렇죠? 일단 헤이딜러는 '창업-폐업-기사회생'에서 다시 존폐의 기로에 놓였습니다.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면 어떤 결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그리고 이 극단의 시각차이는 어떻게 메워야 할까요? 헤이딜러는 할 수 있는 모든 패를 던진 느낌입니다. 박진우 대표는 "지금 헤이딜러는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모조리 투자만 하고 있다. 법 문제가 아니라 수익이 없어 망할 수 있다"며 "비슷한 사업을 대기업도 하고 있고, 또 다양한 반발도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만 헤이딜러 같은 사업자가 많이 나올수록 분명 생태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에서 설명했지만 카카오 교통 O2O 방법론과 비슷하게, 상생을 위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피력했어요.


창조경제를 스타트업에서 찾고, 모든 과실을 스타트업만 가져가는 것은 반대합니다. 상생을 위한 길을 치열한 고민을 통해 찾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극단의 세대 차이를 무엇으로 메워야 할까요? 스타트업 업계의 '리스크'는 바로 여기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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