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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Jay Mar 03. 2021

문과생으로 살아남기_part2-1

신입 공채로 살아남기_존버의 연속

존X 잘못된 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도 이미 늦었다.

앞선 실패의 이야기를 풀어봤다면, 본격적으로 일반적인 회사원이 회사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을 다뤄보려한다. 세세한 썰을 풀기 전에 어그로를 좀 끌기 위해서, 강렬한 문장으로 단락을 시작해보려 한다.

회사에 들어가면 위와 같은 말이 저절로 나오는 순간이 있을것이다. 나름 이름이 있는 회사에 들어갔고, 부모님께 자랑스런 아들/딸이 된 기분도 찰나, "어? 이거 내가 생각한 회사생활이랑 많이 다른데?"하는 생각과 함께 위와 같은 문장이 내면의 목소리로 떠오르는 경우가 분명 생길 것이다.

아니 그런 일이 아직도 있냐고? 물론 일반적인 경우에 한해서다. 대부분 신입 공채든 어떤 루트를 통해 채용이 확정되어, 입사를 결심했을 때, 우리는 행복 회로를 돌리기 마련이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판교 IT회사 개발자의 삶, 현실과의 괴리는 생각보다 제법 큰 편이다.

코로나 시국에 당연히 재택근무는 필수일 것 같고, 내 업무만 마치면 빠르게 칼퇴할 수 있을 것 같고, 구내 식당에서 여유롭게 점심먹고 커피한잔 마시고, 느긋하게 오후 업무 시작할 수 있을 것 같고

뭐 그런 행복회로들이 100% 틀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 생활을 내 몸으로 체감하기 전까지, 내 상상과 현실은 큰 차이가 있는게 일반적이다.

결과적으로 그런 환상이 잘못됐다는 것도 아니고, 현실이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상상과 현실의 싱크를 맞추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고, 잘못된 것이 아니라 사회가 맞춰놓은 체계에 적응하는 과정은 불가피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던 회사 생활과 정말 다르다. 라는 판단을 하기까지 최소 3개월 정도는 존버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인은 주장하는 바이다.

*물론 모든 경우, 상식적이지 않은, 직장 내 괴롭힘이나 문제가 될만한 일들이 눈 앞에서 벌어지고, 본인이 겪게되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다.

그런 의미에서 회사에서도 일반적으로 수습기간을 3개월 두지 않는가. 3개월 버텨보고 진심으로 사람이든 일이든 나랑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미련없이 떠나는 것도 방법인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런 전제를 바탕으로 여러분의 입사 과정과 교육과정 그리고 적응 과정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이제 시작해보려고 한다.

- 입사 후 교육과정부터 팀 배치까지의 과정/마인드셋

우선 이번 시리즈에서는 문과생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회사생활 내에서의 과정을 다루므로, 입사전까지의 과정은 생략하겠다.

별도의 인턴 과정에서의 팁은 앞선 시리즈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중견/대기업 급의 회사에 공채로 입사하게 됐을 경우, OJT(On the Job Training)과정이라는 "신입사원 교육 과정"을 거친다. 우리 구직중인 많은 문과생들이 꿈꾸고, 희망하는 그런 과정일 것이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이런 단체 교육이나 활동이 문제가 될 수 있어,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회사들이 많아졌지만, 어쨌든 그 과정의 절차와 의미는 변하지 않는다.

학생으로서의 마인드셋에서 직장인으로의 마인드셋으로 전환을 돕는 그런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내가 겉핥기식으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조사했던 회사에서, "우리 회사"가 된 만큼 최소한 우리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고, 앞으로 업무 처리를 함에 있어서 지켜야 할 규정과 절차, 시스템에 대해 학습하는 아주 기본적인 그런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 이다.

너무 쫄 필요는 없다. 일부 기업에서는 시험을 통해 교육 과정에 대한 성과를 측정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조금 긴장을 할 필요는 있을 지 모른다. 다만, 주니어 시절에 겪게되는 모든 과정은 결국 길게봤을때 어떻게든 도움이될 수 밖에 없다. 당장 내가 원하는 부서 배치를 받지 못하게 됐을 지라도, 살다보면 결국 언젠가 그 기술/지식을 써먹을 때가 올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러니까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말그대로 "쫄지 마라"가 전부다. 아마 입사일을 앞두고, 내 글을 읽는 신입사원 분들도 있을 것이다. 모든게 낯선 환경에서 무섭고, 두렵고, 한 편으로 설레기도 할 것이다. 최대한 그 때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냥 주어지는 교육과정을 성실히 이수하기만 해도 된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쫄지 말고, 최대한 많은 내용을 그대로 흡수하면 된다. 결국, 그때 배웠던 내용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실무에서 써먹어야할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여기서 덧붙이자면, 정 붙일 수 있는 동기 한 명 정도는 꼭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우리 쪼렙들이 의지할 수 있는 건 회사 내에서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럴 때 시원하게 맘 터놓고 누구 하나 씹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보다 더 큰 의지처가 있을까.

요약하자면, 쫄지말고 최대한 열린 마인드로 교육과정을 수료, 더불어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동기와의 최소한의 친분은 만들 수 있도록 하자. (쪼렙 시절 존버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 팀 배치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존버의 삶

교육과정을 통해 서먹했던 동기들과 둘도 없는 사이로 거듭났던 시절도 잠시, 이제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다. 많이들 들어봤겠지만 진짜 "존버"의 시기가 도래한 거다. 교육과정까지는 약간의 프롤로그 같은 맛보기 시간이었다면, 팀배치를 받고, 사수를 통해 본격적인 업무 인수인계를 받기 시작하는 "진짜"들의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교육과정에서 아무리 날고 기었다고하더라도, 웬만한 담력과 붙임성이 아니면 초반엔 낯선 환경과 업무에 의해 어설플 수 밖에 없는 나의 모습이 나를 기다린다.

절대 잘못된게 아니다. 약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다르게 살아온 삶의 방식을 회사에 맞추는 과정이고, 이미 융화된 조직에 물흐르듯 흡수되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은 분명 아닌 것이다.

아마 앞서 말한 "어? 이거 내가 생각한 회사생활이랑 많이 다른데?" "X된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가장 처음/많이 들게 하는 시기기도 하다.

대개, 위의 의문들과 생각들은 회사/팀/조직과 나의 싱크를 맞추는 과정에서 오는 인지의 부조화정도로 치부할 수 있다. 다만, TV에 나올법한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거나, 직장내 괴롭힘으로 분류될 수 있는 불합리한 일들이 당연하게 받아지고 있는 회사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오는 것이 맞다.

결과적으로, 이 시기는 최대한 조직과의 싱크를 맞출 수 있게 내가 "존버"해야 하는 시기임을 강조하고 싶다. 나한테만 유독 차가운 것 같았던 사수, 팀장님들도 생각보다 지내다보면 왜 그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했는지, 그렇게 말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시기가 찾아온다.

최소 3개월 이상 이렇게 존버하다보면 최소한의 적응할 수 있는 기회들이 다수 마련된다. 코로나로 인해 이런 자리들이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최소한 점심식사만 같이하더라도 충분히 친분을 쌓고, 업무적으로도 서로 이해할만한 그런 유대감이 쌓일만한 시간이라는 이야기이다.

회사도 조직도 결국 다 사람사는 곳이고, 밥벌어먹자고 모두가 애쓰는 그런 생업의 현장이다. 결국, 남는건 사람이고, 우리가 힘들때 도움을 청하고, 도움을 받을 곳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말이다.

당시엔 내가 주변인 같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었다.

지금에서야 이렇게 잰체하면서, 조언이랍시며 말하고있지만, 본인도 똑같은 존버의 과정을 겪은 터였다. 그랬기 때문에 힘들게 얻은 기회를 섣불리 포기해버리는 불상사를 막기위해 이런 장문의 글을 작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실제 나의 사례로 설명을 해볼까 한다.

교육 과정을 마치고, 동기 1명과 함께 팀에 배치되고 나는 약 3개월 가량의 시간동안 꽤나 우울한 시간을 보냈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내가 생각한 회사생활과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마인드셋을 변화시킨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사수/동료 복도 있었고, 팀장님 복도 정말 있는 편이었는데, 당시에는 어찌나 그 분들이 무섭고 차갑게 느껴졌던지 모른다.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한마디로 말하자면 주변인 처럼 느껴졌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 일이라도 하면서 시간가는줄 모르면 또 모르겠지만 신입한테 무슨 일이 있을까. 그나마 할 수 있는 자잘한 일들도 처리하기가 벅찬 수준이기 때문에 내 역량이 이정도 밖에 안되나 자괴감에 빠지는 날도 일주일에 수 일이었다.

결국 버틸 수 있던건 퇴근하고 동기들과 털어놓을 수 있던 이야기와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으며, 내일은 또 얼마나 힘들 것이며, 그럼에도 우리는 너희들이 있어 그나마 버틴다는 걸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 말이다.

그렇게 3개월 정도 되는 시간을 버티고, 수차례의 회식과 업무 사이클을 지나고나니, 어느덧 팀원의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사수를 비롯한 다른 팀원 동료들과 이야기하는게 점점 즐거워지고, 회사에 가는게 어느덧 학생이 학교에 가는 것처럼 익숙해지는 감이 들었다.

이제 나도 팀원으로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즈음,
그렇게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나는 그렇게 차차 업무에 적응하고,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면서, 순탄하게 다른 팀원들과 팀장님처럼 연차를 쌓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런 생각에 꽤나 들떠있던 시기가 지속됐던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생이 그렇듯 내가 원하는 대로 그렇게 순탄하게만 흐르진 않는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불과 팀 배치 1년이 채 못된 10개월정도 되는 시점에서 신규 사업팀으로의 전배 통보를 받게 된다.

사전에 아무런 낌새 없이 진행된 일이라, 준비할 마음의 여유나 시간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약 1주 뒤에 새로운 팀으로 출근해야 했고, 새로운 팀원, 팀장님과 함께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어야 했다.

처음으로 정말 진지하게 퇴사를 고민하게 됐고, 나는 그렇게 인사팀에 메일을 한 통 보냈다.

[**팀] 인사 배치 관련 문의의 건

나는 그냥 팀에서만 존버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회사는 말 그대로 시험과 존버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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