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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Mar 29. 2021

문과생으로 살아남기_Part2-3

- TF팀으로의 배치, 그리고 그 후의 이야기(흔한 북산식 엔딩)

꽤나 오랜기간 글을 쓰지 못했던 것 같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글을 쓰기 시작한 건데, 이야기 할 시간이 조금 부족한 일들이 있었다.


어찌됐든, 이번 글은 지난 편에 이어서, TF팀으로의 배치 이후, 치열했던 생존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밖에서 이름만 들어보면 무슨일은 하는지 몰라서 괜히 이름때문에 멋져보였던 TF팀의 현실적인 모습을 여러 문과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회사에는 사실 이런 TF팀처럼 이름으로는 어떤일을 하는 지 감을 잡기 어려운 부서들이 몇몇 존재한다. 영업팀이면 영업을 할거고, 마케팅팀이면 마케팅을 할 것 같다고 감은 오는데, 예를 들어, 전략 기획팀이라던가 상생협력 팀이라던가, 뭔가 조금은 그럴듯해보이지만 어떤 일을 하는 지 감은 잘 오지 않는 그런 팀들이 있다. TF팀도 적어도 내게 그런 범주의 팀이었다.



그래서  TF팀은 대체 뭘 하는 건데?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이름만들으면 그럴듯해 보이는 조직이 회사엔 생각보다 많다.


보통 회사든 정부기관에서든 TF팀을 가동한다는 건 조직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일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TF, 라는 단어의 뜻 그대로 Task Force 목표 달성을 위해 기존 조직외에 별도로 설치하는 '임시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우리회사의 사업부에는 분명 큰 위기가 있었다. 나는 당시 여행/레저 사업부에 있었고, 연간 매출이 전년부터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 명확했고, 경쟁 플랫폼 대비 우리가 가진 강점들도 점점 퇴색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 차원을 비롯해 회사 내의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 했을 때, 이런 TF팀이라는 임시 조직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의 시도를 통해 반등을 노려볼만한 그런 시기었다고 대내적으로 팀장 이상 급 인원들에게 공표가 된 상황이었다고 한다. 


어찌됐든, 그렇게 사업부 내의 기존 타 팀의 팀장을 맡고 계시던 분께서 TF 팀의 팀장을 맡게 됐고, 해당 팀장님에게 조직 구성의 권한이 위임되게 됐던 것이다. 그렇게 TF팀장님이 되신 해당 팀장님은 전반적인 신규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기획하시고, 당시 사업부 내 각 팀별 부서장분들께 동의를 구해 TF팀으로의 조직원 충원을 요청하셨고, 나는 그렇게 하루 아침에 TF팀원으로 불려가게 됐던 것이었다.



불만이 있어도, 회사가 까라면 까야지

몸이 부들부들 떨려도 회사가 까라면 일단 까는게 인지상정이다.


뭐 이해가 가지 않고 얼토당토 하지 않았던 상황은 지난 회차에서 말씀드렸으니 추가로 얘기하지는 않으려한다. 여기서부터 중요한 마음가짐은 일단 내가 아무리 땡깡피워봤자 달라지는게 없다는 현실이다. 우리 회사가 나쁘다고만 볼 수 없는게, 어느 회사를 가든 회사가 내린 결정에 반기를 들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현실인게 사실이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회사가 나에게 주는 일이 이후에 나에게 어떤 득이되어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결국 나도 그런 희귀한 경험을 토대로 누군가에게 주의를 끌고,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라도 얻게 되지 않았나.


어찌됐든, 이제 나는 일주일 내에 인수인계를 다른 팀원에게 마치고, 새로운 팀에 합류해 새로운 사업에 대해 죽이되든 밥이되든 뛰어들어야 했다. 이때부터 빠르게 현실 파악에 들어갔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여기서 해야되는 일은 무엇이고, 또 뭘 해야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부터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일단 TF팀장님께서도 갑작스럽게 각자 다른팀으로부터 소집된 팀원들을 모아놓고, 자신이 기획한 사업 아이디어에 대해 브리핑을 하는 일부터 팀의 일과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금와서 놓고보면 분명 말이 안되는 사업도 아니고, 생각보다 설득력 있는 사업 아이디어였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당시에는 본인들이 원치않던 갑작스런 인사이동이었기때문에 대부분 팀장님의 사업 아이디어에 부정적인 시선이 강했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아이템이 정해진 이상 또 팀장님이 까라면 팀원들은 까는게 인지상정이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가 될만한 사항은 팀장님께 직설적으로 의견을 말씀드리고, 최대한 말이 되는 방향으로 사업 아이디어를 팀원들과 함께 구체화했다.


당시의 사업아이템을 간략하게 공유하자면, 오프라인 골프 연습장/스크린 골프연습장의 입장권/연습권을 온라인 상품화하는 것이 메인이었고, 당시 골프 시장의 규모와 전국에 위치한 스크린 골프 연습장의 숫자만해도 사업성이 꽤 컸으니, 분명 말이 되는 사업이긴 했다.


중요한 점은 이 상품은 기존에 온라인에 존재하던 시장이었지만 활성화되지는 않았던 시장이었다. 그럼 여기에 어떻게 접근하고, 사업을 육성할 것인가가 더 문제인 사업이었다. 결국 문제는 여기서 부터 출발했다.


 


우리는 그런거 안해도 먹고 살아요

거절에 익숙해져야했던 TF팀의 초기 과정, 처음엔 잡상인이 된 기분이었다.

당시 나는 오프라인 골프 연습장/스크린 골프연습장 매장 점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기획안을 만들고, 직접 영업(아웃바운드)을 진행하게 됐다. 여기서 그들을 어떻게하면 효과적으로, 설득적으로 우리 채널에 끌어들여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을 지 매일 아침 최소 1시간 이상 팀원들 모두가 모여 회의를 진행했다.


팀장님을 비롯한 팀원별로 영업 지역을 나눠 각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를 돌려 미팅을 잡고, 판매에 대해 협의하는 일을 데일리로 진행했는데 초반부터 난관이 많았다.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이미 우리 연습장/ 매장은 손님이 많고, 귀찮게 온라인까지 채널을 넓히지 않아도 충분히 운영할만한 여력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수수료 뗴고 뭐 떼고 하면 남는게 없는 장사인데, 굳이 필요없는 시간 들여가며 장사하느니 안하는게 낫다는 말이었고, 영업하는 내 입장에서도 논리적으로 설득이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과정을 결국 나만 겪는게 아니고, 팀장님을 비롯한 모든 팀원들이 겪고 있는 문제 였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까에 대해 고민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결국 TF팀에서의 가장 메인 토픽이었다.


결국 문제에 계속 부딪히고,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는 노력들을 지속한 결과, 새로운 접근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고, 결국 어느 정도의 실마리에 가까운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신규 사업이 구색을 갖춰가기까지
새로운 사업의 실마리는 사고의 전환에서 시작됐다.

당시, 골프라는 사업을 온라인에서 메인으로 진행중인 여러 경쟁 플랫폼을 리서치하면서, 이들이 홍보하고 있는 채널들을 함께 찾아봤다. 네이버 카페에 위치한 골프 관련 커뮤니티에 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약 10만명 규모의 회원수를 보유한 활발한 활동이 이뤄지는 커뮤니티로 파악됐다.


해당 커뮤니티의 내용들을 참고해 실제 온라인 시장에서 수요를 얻고 있는 골프 관련 컨텐츠와 상품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고, 대체로 모객이 필요한 국내/외 골프 레슨 패키지와 프로 골퍼들에게 직접 레슨을 받는 소규모 골프레슨 상품이 인기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관련해서 어느정도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음은 분명했지만, 우리 회사와 같은 대규모 플랫폼 형태의 회사에서 상품화해서 진행한다기보다, 네이버 밴드/카페 등의 소규모 그룹형태로 모객을해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게됐고, 프로골퍼의 개인 레슨 상품과 국내/외 골프레슨/여행 패키지를 중심으로 영업을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플랫폼 내에서 카테고리의 구색을 갖출 정도의 규모로 상품을 운영할 수 있는 정도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상품 개수로 약 100개 정도의 상품을 최종 온라인 상품화 할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의 과정이 약 5주하고도 며칠 정도의 시간이 더 흐르고 났을 때의 일이었다. 당시 오프라인 영업/미팅을 다녔던 시기가 막 더위가 시작된 5~6월 경이었으니,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고, 아이디어를 얻기까지가 정말 지난한 과정이었지만, 이렇게 간단하게 글로 풀어보니 정말 별 것 아닌 일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당시의 경험을 최소한 내 이력에 한 줄 이라도 어필할 수 있을만한 성과로 만들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했던 커리어에 있어 몇 안되는 순간으로 기억된다.



노력한건 알겠고, 이제 나가주셔야겠습니다.

팀 해체 통보를 받고 돌아오는 대중교통 안에서, 그때의 심정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느낌의 짤이 아닌가 싶다. Feat.천호진님


기존에 불모지에 가까웠던 시장을 5주만에 약 100개가 넘는 상품으로 나름의 성과를 냈던 터였기에 사업부장님께서도 어느 정도의 성과가 났다고 인정해주시는 초반 분위기였다. 보통의 TF팀은 성공적으로 안착이되면, 팀장을 필두로 조직원 충원을 통해 정식 부서로 발령되기도 하지만, 성과가 없거나 TF팀의 지속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말 그대로 팀이 '공중분해 되는게 일반적인 수순이다.


초반 분위기는 좋았지만, 우리 사업부의 TF팀은 사업부의 부장님이 사업부 실적악화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그렇게 공중분해의 시즌을 맞게 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새로운 사업부장님의 인력 효율화를 이유로 TF팀의 인원들을 기존팀으로 복귀시키지 않겠다는 결정을 했고, 결국 TF팀 인원들은 하루아침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돼버렸다.


이게 모두 TF팀 구성 8주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회사 내부 사정을 나중에 전해 듣기는 했다만, 구구절절히 여기서 어떤 사연이 있었다고 더 자세하게 푸는 건 중요한게 아니다. 결국 이 글은 나와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에게 이런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고, 대처하는 게 현명한 지 여기에 대한 레퍼런스 차원에서의 이야기를 전해주고자 하는 목적이 가장 크다.

그래도, 회사 생활은 계속된다.
(Feat. TF팀의 세세한 공중분해 과정에 대하여.)

공중분해라는 표현이 과격할지는 모르지만 사실이 그렇다. 당시 팀장님을 통해 가장 먼저 팀이 해체된다는 소식을 들었고, 기존 팀으로 복귀할 수 없기에 인사팀 면담을 통해 새로운 팀으로 배치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여기서 보통 원하는 팀이나 직무로 마음껏 옮길 수 있는 경우는 대체적으로 없으며, 동일 직무의 TO가 있는 조직으로 선택해서 갈 수 있는게 일반적인 수순이라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인사팀 면담에서도 이런 나의 지극히 우울한 현실을 통보해주는 선에서 마무리되고, 그런 통보 이후, 나의 결정을 인사팀에게 다시 전달하는 과정이 지나면 최종 결정된 새로운 팀으로 이동하면서 공중분해의 과정은 마무리 된다.


별개로 당시 나는 우리회사 인사팀의 TF팀으로의 배치부터 공중 분해 프로세스 모두가 상당히 불친절하고,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판단으로 면담 당시, 의견을 강하게 어필했었더랬다. TF팀으로 오는 과정에서도 나는 아무 의견을 내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TF팀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팀은 해체됐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팀을 옮기게 된 것이 나는 불합리 하다고 느꼈다.


우리 팀의 해체 이유에 대한 모종의 설명도 없이 나는 눈 앞에 주어진 선택지를 선택해야했고, 내가 애초에 계획한 커리어는 그렇게 모두 무너져버렸던 것이다. 본인이 어디 뒷문으로 회사 들어온 것도 아니고 공채로 들어온 신입사원에게 이런 수준의 커리어를 만드는 건 분명 회사 차원에서도 손해가 아닐 것이냐 강하게 어필했다.


어쨌든 나와 비슷한 과정을 겪게되는 문과생이든 직장인들이 있다면, 이런 과정에 있어서 최선의 대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실 어떻게 대처하는게 최선의 대처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시는 분은 댓글로 달아주시면 참 좋을 것 같다.) 내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 누군가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겪게된다면, 최소한 이런 일이 있을거라는 대비는 할 수 있을테니, 이런 과정을 최소한 참고해 본인의 스탠스와 대응 방안을 전략적으로 계획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는 그렇게 배치 받은 팀에서 마지막으로 또 한번의 조직 이동을 거쳐, 약 13개월간 총 3번의 조직이동을 거치고,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하며, 직전 회사의 커리어를 마무리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정말 그 과정에 있어서 더럽고 치사한 일도 많았지만, 이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회사에서 인정받고, 스스로를 인정받을 수 있는 포지션과 업무를 담당하며 지난 커리어보다는 더 안정적이고 스스로 만족하며 일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지금 다시 돌아봐도, 저 때 당시에 저런 일을 당했을때 어떻게 대처하는게 옳은 방식인지 모르겠다. 그냥 내가 몸으로 체감한 최선은 내가 새롭게 맡은 조직에서도 열심히 적응하고, 성과를 내기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를 인정 받아서, 나를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는 새로운 회사로 이직하게 됐을 뿐이다.



밀리의 서재에서 따온 이미지, 예상치 못했던 삶도 결국 우리가 사랑해야할  삶의 일부이다.

결국 글을 마무리하려고 하니, 내가 위치한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더니,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라는 전래동화식 엔딩으로 마무리 되는 것 같아 스스로도 조금 허무하긴 한다.


그럼에도 내가 이 글을 통해 말하고 싶은 바는 이렇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의도와 목적을대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용진이 형의 2021년 신세계 그룹 신년사처럼 시도가 쌓이면 그것이 좋든 나쁘든 나의 온전한 '경험'이 된다. '경험'은 곧 내가 새로운 일을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도할 수 있는 자신감이 되어준다. 


TF팀에서의 일은 내가 원하진 않았고,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결국은 나에게 무언가에 도전해볼 수 있는 힘을 줬던 경험이자, 큰 자산이 됐다. 단순히 그 경험의 시간을 지나왔다고해서 그게 나에게 분명한 자산으로 남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그 과정을 어떻게 의미있게 만들고, 치열하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시간의 가치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도 한치 앞을 보기 힘든 회사생활 앞에서, 각자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우리 문과생을 비롯한 직장인 동료 여러분들께, 응원의 인사를 전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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