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엄마살이

너와 함께 있는 이 시간이 바로 기적이야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되돌아보는 시간

by 김현정

일곱 살 난 아들은 궁금한 게 많다. 한 때는 나도 궁금해 했을지도 모르지만 언젠가부터 더 이상 궁금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모든 것들에 대해 아이는 질문을 던진다.


하늘은 왜 푸른지, 터널을 지나갈 때 왜 소리가 그토록 큰 건지, 밤에 잠을 꼭 자야 하는 이유가 뭔지, 예방주사 안에는 병균이 들어 있는데 예방주사를 맞으면 병에 걸리지 않는 이유가 뭔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일단 학교에서 배우고 교과서에서 읽었던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내 보고 그걸로도 부족하면 똑똑한 스마트폰으로 여기저기 검색을 하면 얼마든지 답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의 궁금증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몸과 마음이 훌쩍 자란 아이는 요즘 한없이 순수하기만 했던 아기의 시선을 벗어던지고 항상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지며 자신이 마주한 세계에 대해 조금씩 의심을 해보는 어린이의 시선을 갖게 된 것 같다. 아이는 말문이 트인 후 일곱 살이 될 때까지 그저 당연하게 여겨왔던 단어들에 대해서도 궁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그동안에도 슬플 때면 슬프다고 말하고 눈물을 흘렸고 기쁠 때는 환하게 웃으며 깔깔 웃음보를 터뜨렸다. 그런데 이제는 슬프다는 감정을 느낀 후에 "엄마, 그런데 슬픈 게 뭐죠?"라며 감정에 대한 정의를 따지고 기쁠 때는 "엄마, 그런데 기쁜 게 뭘까요?"라며 구체적인 예시를 요구한다.


얼마 전, 아이는 고마움이 무엇인지 물었다. 고마운 마음이란 어떤 건지, 선물을 주는 이모와 선물을 전해주는 할머니에게 모두 인사를 해야 하는 건지, 만약 선물을 받았을 때 기분이 좋긴 하지만 고맙다는 기분이 안 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고마움과 관련이 있지만 딱히 생각해 본 적은 없는 질문을 연이어 내던졌다.


고마움이 뭐냐고 묻는 아이에게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느끼는 감정이 고마운 마음인 건지 한참을 설명했다. 나의 모자란 표현이 아이에게는 충분하지 않았겠지만 더 이상 구구절절 질문을 해봤자 별로 소득이 없을 거라고 판단했는지 아이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아이가 궁금해하는 다음 이야기는 다름아닌 기적이었다.


기적이 뭐냐고 묻는 아이에게 나는 '좀처럼 생기지 않을 것 같았던 아주 좋은 일'이 기적이라고 답했다. 여느 때처럼 구체적인 예시와 설명을 연이어 요구하는 아이에게 나는 주저없이 이야기했다. 너와 동생이 엄마와 아빠에게 와준 게 바로 기적이라고.


물론 아이는 예상치 못한 나의 답에 또 다른 설명을 요구했고 나는 아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장난감을 갖게 되는 게 기적'이라는 설명을 덧붙여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