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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율 작가 Jun 22. 2015

부르면 눈물부터 나는 이름, 어머니

흔하디 흔한 '사랑한다는 말' 왜 전하지 못한 걸까

* 이사 *

집 한 칸 마련도 못하고
평생을 이사 다니시더니
느지막이 집 하나 장만하셨네요.

엄마, 좋으세요?
하늘나라로 이사하니
그리 좋은가요?

전세면 어떻고
월세면 어때요
그냥 여기 아래에서 사시지
그 집이 뭐가 좋다고
훌쩍 이사하셨어요.

엄마, 짐 정리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오늘은 그만하고 일찍 주무세요.


돌이켜보니 단 한 번도 그분에게 ‘사랑합니다’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이 마음 다 알아주겠지, 쑥스러운데 무슨 그런 말을 해, 

이런 식으로 미루기만 했습니다. 

아니, 그런 말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왜 이제 와서 새삼 ‘사랑합니다’라고 전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생각나는 걸까요. 

사랑하는 마음보다 어쩌면 빈말이라도 사랑한다는 그 말 한 마디가 

그분에게는 더 뜨겁고 가슴 벅찬 일일 수도 있다는 걸 왜 몰랐던 걸까요.

    

술 먹고 싶으면 주저하지 않고 돈을 쓰고, 

욕심나는 차가 있으면 앞뒤 잴 것도 없이 소비하면서 아무런 비용도 들지 않는 

그 흔하디흔한 말, ‘사랑한다’라는 그 한 마디 못한 걸까요. 건네지 못한 걸까요.


아껴도 너무 아꼈습니다.

숨겨도 너무 숨겼습니다. 

그 흔한 말. 사랑한다는 그 말.

    

사는 동안 내내, 나는 나를 괴롭힐 겁니다.

벚꽃이 지는 이 맘 때면 어김없이 나는 

사랑을 미룬 죄로, 사랑을 아낀 죄로 괴로워할 겁니다.

    

‘엄마, 사랑해.’

    

평생토록 그 말을 전하지 못한 죗값을 톡톡히 치를 겁니다.

문득, 그리워 흐느끼며 후회의 가슴으로 슬피 울 게 뻔합니다.

    


글= 김이율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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