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홀릭
기억의 향기
참 해맑은 미소,
참 바른 말투,
참 예쁜 손짓,
참 고운 입술,
참 눈부신 머릿결,
참 현명한 사고,
참 다정한 성격,
참 세련된 감각...
보통이 아닌 특별함으로 보일 때가 있었다.
참이란 수식어로도 다 채울 수 없을 때가 있었다.
세상 모든 것들 다 줘도 아깝지 않을 때가 있었다.
오직 그 사람만 보이고 세상의 시계는 멈춰있을 때가 있었다.
영원이라는 단어만 머릿속에 박혀있을 때가 있었다.
웃음의 끝에 다시 또 웃음이 이어지는 행복한 때가 있었다.
고양이가 다가오면 귀엽다고 느껴지고
꽃이 피면 어쩌면 이리도 아름다울까,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때.
그때.
내가 그때를 아파하는 건
이제 그대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그때의 그대가 그리워서다.
그때의 내가 그리워서다.
왜 이리 어긋난 걸까.
한계절만 견뎌냈어도 어쩌면 아주 오래
이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부질없는 생각이 이 밤을 환하게 밝힌다.
계절보다 빨리 찾아온 바람이
내 시간의 옆구리를 시리게 한다.
지금 나는 아무도 없는 한복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