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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w Nov 05. 2023

Just Walk Holland-네덜란드에서 집 찾기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재능 푸는 어린이처럼

9월 무렵, 네덜란드행 표를 사고 K에게 카톡을 보냈다.


 "11월에 비행기 타고 갈 건데, 그때 얘기했던 거 기억나? 집 같이 구하기로 했잖아. 어때? 같이 구할래?." 하고 말하니 K는 음성 메시지로 " Oh, Yisul. You are the only person I want to share home! Yes absolutely! Let's find out."이라고 했었다. 그렇게 집 구하는 부분은 한시름 덜어놓고 있었다. 11월에 가서 K네 2주 정도 있으며 12월에 들어갈 방 2개짜리 집을 구하자까지 소통을 한 터였다.


그 사이 난 우리 언니의 당시 절친이었던 친구의 의붓언니로부터 든 교보생명 CI 보험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23살짜리에게 1억짜리를 가입시켰던 그 양심 없는 분은 나에게 CI 유니버설 보험 팔아놓고 곧 그만둔 후 다른 보험회사로 옮겼다는 것까지만 알고 있었는데 결국 이 보험이 내 골치썩이고 있었다. 이 언니분이 했던 행태를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이 언니는 내 이름과 서명을 자기 멋대로 이용해서 보험을 가입하고 해지하기를 반복하여 내 이름은 생명보험사 블랙리스트에 올리기까지 한 사람이었다.


해외에서 일을 하면서, 학교를 다니는 동안 보험료가 1원이라도 부족하면 단 한 번의 미출금분이 미납부한 보험료로 넘어가는 유니버설 기능 때문에 문제가 불어나고 있었던 것도 모르고.

유니버설 기능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해주진 않아도 틀리게 설명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난 실비 환급을 위해 만났던 설계사로부터 유니버설 기능은 되게 좋은 거니,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내가 낸  보험료에서 납부되니까 신경 안 써도 되고, 미납보험료에 이자가 붙지 않으니 나중에 여유 있을 때 납부하면 된다고 들었는데 (집에 그분이 유니버설 기능에 대해 물어봤을 때 이자 없음이라고 적어준 설명도 있음) 모두 엉터리였다.


이번 8월에 또 해외체류로 인한 실비환급을 위해 만난 설계사분은 내 보험료가 미납된 월별 기록을 연필로 써서 갖고 오셨는데, 내게 이거 이자가 조금 붙는 걸로 알고 있으니 (실제로는 "얼마 안 해요~"라고 했다) 원금 납부할 수 있으면 납부하는 게 좋다고 해서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난 분명히 이자가 없다고 들었는데 무슨 이자인지 어떻게 원금을 납부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그건 고객센터로 전화해야 알 수 있다 하여 바로 교보생명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추후 보험료 원금과 이자비를 안내받기로 하고 설계사는 내게  퇴직 연금을 권유하고 갔다.


유니버설 안내장에 적힌 것은 이자비나 미납된 원금총액이 아니라 앞으로 얼마나 더 미납해도 보험이 유지가 될 수 있는지 달콤한 말만 쓰여 있어 이런 쓰디쓴 상황은 예상치 못했었다.


저녁에 설계사로부터 카톡이 왔다. 그간 거의 사용하지 않는 통장에서 계속 유니버설 기능으로 넘어가고 있던 내 미납된 보험료의 원금은 약 천만 원. 지난 3년간 거의 방치된 셈인데, 난 이자가 없다는 그 말을 너무 믿었었던 것이다. 내 일인데, 내 돈 문제인데 남의 말을 믿다니. 최소한 스스로 유니버설기능에 대해 찾아봤었어야 했는데. 후회되는 부분은 내가 직접 찾아보지 않고 설계사 말만 믿고 있었던 부분이었다.


 네덜란드 가기 전에 원금 천만 원을 일시납으로 납부하고 말끔히 정리를 해 놓고 갈 셈으로 이자가 얼만지 물어보니 이자가 약 370만 원에 가까웠다. 얼마 안 한다고 했는데 나에게만 큰돈인 건지 순간 잘못들은 줄 알았는데, 설계사 본인도 얼마 안 하는 줄 알았다고 하니 더 할 말이 없었다. 거기다 월 분납으로 내게 되면 이자비는 600만 원이 넘는 금액이 훌쩍 넘어간다는 것까지도 알려 주었다.

 

이곳에 일비일회한 민원 내용을 다 적을 순 없지만 그 이후로 이자비를 낼 수 없다는 나와 소비자센터 담당자와의 길고 긴 민원과 기다림, 답변으로 이어지고 약 두 달의 기다림 끝에 들은 결론은 만약 지금 일시납으로 하신다고 하면 260만 원 까지는 조정해 드릴 테니 결국 이자비 260만 원은 내야 한다고 통보를 들었다. 


내 MBTI는 정확히 몰라도 이런 억울한 상황에선 화가 나기보다는 차분히 다시 방법을 찾는 편이다. 내가 한 잘못은 설계사로부터 이자비도 없고, 나중에 여유되면 납부하면 된다는 달콤한 말을 들었던 것이고, 바보같이 설계사니까 맞겠지라고 그걸 덥석 믿은 것이 잘못인 것이다 (현재는 당시 설계사의 이름이 적힌 보험 설명서에 자필 설명으로 유니버설 기능에 이자가 없다고 쓴 종이를 갖고 있어 그것을 증거로 금감원에 민원을 접수한 상태이다. 결과가 나오는 대로 다음 대응 방안을 생각 중이다.).


8월부터 유니버설의 저주는 나의 보스, 학원 원장님으로 하여금 학원 옆집이 변호사 사무실인데 8년간 이웃이니 상담까지 받아봤고, 난 자다가 새벽에 코피를 콸콸 쏟아 베개가 흠뻑 젖어 깬 적도 있었다. 억울한 3백만 원으로 내 일상은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었다.


8월부터 추석이 지나도록 결국 네덜란드 집 찾기에 대해서는 신경을 거의 쓰지 못했다. K와도 집 찾기 문제로 10월에 통화하자고 하기를 여러 번, 바쁜 K은 번번이 전화하기가 어렵다고 다음으로 미루다가 그러다 이틀 전인 금요일에 통화를 하게 되었다.


난 다음 주면 만나서 너무 기대된다 하고 있는데, K가 계약서를 다시 보니 올해 12월이 아니라 내년 7월까지는 집을 나갈 수가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일주일 안에 집을 나 혼자 구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난 왜 K의 말을 또 덥석 믿은 것일까? 처음부터 혼자 구할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대학원 시절 친하게 지낸 친구라고 해도 벌써 4년의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타인인데.


무엇보다 내가 1년 동안 살 곳을 고르는 중요한 집 문제를 그 친구에게 의존해서는 안 됐었다.


그래서 금요일 밤부터 난 하루종일 집을 찾고, 카미노에서 만난 전직 경찰 Jacobus 아저씨에게도 연락할 정도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가족들과의 마지막 주말 송별 저녁 식사 때도 뭘 먹었는지, 옆에서 조카가 뭐라고 말하는지 음소거처럼 들리고 머릿속이 캄캄했다.


이제 5일 후면 비행기를 타는데 교보생명도 집문제도 5일 안에 해결할 수 있을까?


9월에 원장님께 물어본 적이 있다.

보통,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렇게 억울한 일이 생기면, 겁나는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결하는지. 나처럼 좋은 직업도, 강한 백그라운드도 없는 사람은 어떻게 이런 일을 해쳐가는지. 원장님은 "포기하거나 아님 끝까지 가거나 하지 않을까. 그래서 사람들이 타인의 일에 무심한 거야. 자기 앞길 헤쳐가기 바쁘니까. 그래도 너무 기죽거나 하지 마." 하고 그 이후로도 원장님은 교보생명 건의 진행 상황에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다.


재능교육이 맞다. 스스로 하는 어린이가 되어야 커서도 스스로 하는 어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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