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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colate Blossom Mar 03. 2022

얏빠리(やっぱり, 역시!)

2022 배슐랭가이드 1위

주소 :  전라남도 여수시 화장동 728-12번지 KR 1층 101호

전화번호 : 061-682-0322

영업시간 :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 

휴무 : 매주 일요일 

맛 : ★★★★★

청결 : ★★★★★

가격 : ★★★★



오늘 소개할 가게는 2022 배슐랭가이드 1위에 빛나는 식당이다. 

사실 식당이기보단 술집에 가깝지만 난 그 정도 단어로 이 가게를 표현하고 싶진 않다. 

이 가게를 칭송할만한 새롭고 신비한 수식어가 더 필요하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이런 술집을 본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볼 일이 드물 것 같다. 

또한 술집이라고 하기엔 안주가 너무 맛있고, 안주라고 하기엔 내가 너무 많은 양을 시켜 식사를 하게 된다. 

감히 전국에서 요리를 가장 잘하는 곳이라고 지정하고 싶다. 


얏빠리는 부부가 하는 이자까야 집이다. 


참고로 사장님네 부부는 이미 술 좀 좋아하는 여수 사람들의 팬덤이 있다.


얏빠리 이전에 사장님네 부부는 여수에서 가장 번화가 중 하나인 '부영삼단지' 인근에 '대X' 이라는 이자까야 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임대료 등의 상승으로 급하게 가게를 빼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상황이 급해진 사장님네 부부는 결국 문을 닫고, 새 가게를 오픈하기 위해 잠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사장님네 부부는 새 가게인 '얏빠리'는 오픈했지만 시민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여전히 이 부부의 요리를 맛보기 위해 '대X' 으로 찾아갔다. 하지만 예민한 입맛을 가진 그들은 이 '대X'의 사장님이 바뀐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부부가 연 가게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수소문하게 된다. 


이 부부의 음식을 사랑하는 여수 시민 중 한 명인 내 동생은 그들을 유별나게 좋아했다. 동생들, 친구들, 선배들에게 물어물어 수소문 끝에 이 부부가 '얏빠리'라는 가게를 오픈하게 된 것을 알고 그 길로 가게를 찾아갔다. 그리고 '왜 옮긴다는 소식도 없이 이렇게 가셨냐'며 투정 섞인 핀잔을 사장님 부부에게 쏟아냈다. 그리고 그리웠던 메뉴들을 그동안 섭섭했던 만큼 무자비하게 시켰다. 맛은 변함없이 아름답고 행복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내 동생의 단골가게는 이제 '대X'에서 역시, '얏빠리'가 되었다. 


그렇게 내 동생이 '얏빠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내가 먼저 연락을 했다. 답장 확인이 유독 빠른 내 동생은 여기를 추천했다. 


나 : 요새 여수 맛집은 어디냐?
동생 : 얏빠리다. 
나 : ㅇㅋ 

일말의 의심도 없다. 내 동생은 미식가중에 미식가였고, 음식을 참 사랑하는 친구다.
명절 어귀에 나는 도착지를 '얏빠리'로 해놓고 서울에서 출발했다. 



시그니처 NO.1 - 연어 

단연 압도적이다. 

얏빠리의 사장님들은 재료의 신선도가 맛을 좌우하는 것에 대해서 절대적으로 동의하는 편이다. 그래서 연어의 경우 미리 예약을 해야 먹을 수 있다. 아니 정확히는 예약이 얼마나 들어오냐에 따라 신선하고 좋은 연어를 공수해온다.  입에 차고 넘칠 만큼의 두툼한 연어, 연어와 함께 곁들일 깔끔한 소스와 랏교와 케이퍼, 고추냉이와 레몬도 적재적소에 배치되어있다. 


연어를 먹으면서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은 이곳이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소맥은 양심껏 마시면 되겠다. 


시그니처 NO.2 - 멘보샤 & 감자튀김 

얏빠리의 가장 큰 장점이자 찾는 이유는 어느 음식 하나 쉽게 접근하지 않는 편이라는 것이다. 


음식의 비주얼과 맛과 소스, 디스플레이에 대해서 섬세하기 짝이 없다. 멘보샤가 국내에 유명해진 건 이연복 셰프님 덕이었다. 하지만 멘보샤를 사랑하게 된 계기는 얏빠리의 멘보샤 때문이다. 야들야들한 새우살과 식빵을 얹어 낮은 온도에 튀겨낸 멘보샤는 제법 그 자체다. 그 위에 자칫 부족해 보일 수 있는 이 음식을 두툼한 감자튀김으로 덮어뒀다. 케요네즈 소스와 양상추, 그리고 멘보샤와 가장 잘 어울리는 담백한 타르타르소스와 케첩은 잘 자리잡고 있다. 


나는 또다시 소맥을 추가 주문한다. 


시그니처 NO. 3 - 모둠 꼬치 

얏빠리에서 가장 놀랬던 건, 역시 이 꼬치구이다. 남자 사장님의 전용 업무로 보이며 아주 광적인 깔끔함을 보여준다. 얏빠리에선 다찌에서 술을 먹을 수 있는데, 당신이 만약 운이 좋다면 사장님이 직접 굽는 그 덕트 앞에서 구워지는 모습을 보며 술을 마셔보길 권한다. 다른 꼬치구이집들이 얼마나 더럽게 해왔는지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투다리, 간이역 같은 프랜차이즈 선술집을 포함해서 여러 꼬치집을 가봤지만 이곳만큼 깔끔하고 삼삼한 꼬치구이를 즐기긴 어렵다. 

매일 신선한 재료들로 무장한 이 꼬치들은 모둠 5종, 모둠 10종 등의 세트로도 사 먹을 수 있다. 

흔히 사람들은 좋아하는 꼬치가 있고, 그것만 시켜먹는 버릇이 있지만 나는 얏빠리의 모든 꼬치들을 사랑한다. 아니 정확히는 사랑을 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둠 10종을 시켰다면 한 15가지는 더 맛볼 수 있을 것이다(사장님의 서비스+)

어느 것 하나 대충 하지 않는 사장님의 성격은 꼬치에 올라가는 소스들로 증명하고 있다. 애호박 구이는 수분이 빠져나가게 하지 않게 베이컨을 말고, 지용성 식물과 잘 어울리는 마요네즈와 칠리 가루로 고명을 얹었다. 또한 자칫 딱딱하고 냄새가 날 법한 닭똥집 구이는 훈연하여 칠리 가루만 딱 내어놓는다. 


무슨 꼬치를 먹을지 고민하지 말고, 오늘 내가 몇 개의 꼬치를 먹을 배가 남아 있는지 배고픔만 계산해도 괜찮다. 


시그니처 NO.5 - 구운 옥수수 

화로구이집에서 갑자기 구운 옥수수는 웬 말인가 싶겠지만, 화로구이집에서 먹어야 할 필수 메뉴 중에 하나다. 일명 마약 옥수수다. 알맞게 구워낸 크리스피 한 옥수수와 그 맛을 진두지휘하는 치즈가루. 배가 불러도 들어가는 최고의 간식이다. 참고로 사진에는 없지만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밥공기 같은 곳에 있는 허니 꿀 감자, 그리고 구운 주먹밥은 꼭 먹어보길 바란다. 사장님만 아쉬워하고 나머지는 감탄만 자아내는 메뉴다. 



쓰다 보니 짜증 나는 건 여기 있는 모든 메뉴를 리뷰해야 하는데,
죄다 시그니처로 표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냥 다 맛있는데 어떡하지?
이 집을 2022 배슐랭가이드의 1위로 선정한다. 

얼큰한 나가사끼 짬뽕
최고급 메로구이
앗 못 참아 나가사끼 짬뽕 (면 없이 숙주로만 즐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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