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고 그대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매일 인사하고 지낸 그 꽃잎은
끝내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 걸요.
바람은 스산한 입김만을
연신 불어 댈 뿐이었는데요.
봄이 왔지만 봄은 오지 않았잖아요.
비가 온다고 눈물을 가릴 수 있을까요.
아차 할 순간에 외로운 두 눈망울
늦은 봄비처럼 흐려지기 일쑤였고
두 눈에 쏟아지던 장대비는
흐려진 구름과 함께
회색빛 짙은 먼 바다로 떠내려갔어요.
메마른 꽃은 어떻게 해야 피울 수 있나요.
마치 말 못할 향기를 품은 들판의 꽃이여.
어디서 어떻게 날아와 어디로 갈지 모를
이름 모를 하얀 철새여.
그대는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그립다고 떼라도 써보면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요.
함께한 어제가 바보같이 그리워
그대 없는 내일이 오는 게 두려워요.
이제 곧 여름과 가을이 지나고
내 마음에 새 겨울이 오려나봐요.
누구나 한 번쯤은
'시(詩)'처럼 살아야 한다던 그 말이
오늘은 너무나 야속해요.
오늘은 밤이 사랑보다 두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