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안#1 : 엄선하여 고른 걱정을 싸게 팝니다.
무한도전 '웨딩 싱어즈' 편이었나. 내가 사랑하는 뮤지션 중 하나인 '이적'의 <걱정 말아요 그대> 라이브는 그야말로 '반칙성 감동'이었다.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았는데 벌써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그 방송을 본 사람은 눈이 많이 따가웠으리라. 그만큼 걱정도 많았으리라.
<사진제공=MBC>
태어나면서는 어미 젖을 찾을 걱정
기어 다닐 때는 걸어 다니면서 넘어질 걱정
걸어 다닐 때쯤엔 뛰다가 무릎을 찧을 걱정
유치원에 다니다가 문득 초등학교에 갈 걱정
학창 시절을 보내며 어떤 대학, 어떤 과를 가야 할지 걱정
대학을 가지 않는 사람은 뭐 해 먹고살아야 할지
젊은 내 친구들과 비교하며 걱정
남자는 군대 가서 걱정
여자는 군대를 안 가서 걱정
엄마는 군대 보낸 아들 걱정
아빠는 휴가 나올 아들 용돈 걱정.
니 걱정!
내 걱정!
우리 걱정!
임꺽정!(죄송합니다.)
도대체 걱정이라는 단어는 누가 만들어냈는지 궁금할 정도다. 이 뿐이 아니다.
솔로일 때는 솔로라서 걱정
연애할 때는 연애 때문에 걱정
결혼할 때 즈음엔 또 결혼문제들이 걱정
취업을 못 한 녀석은 취업 걱정
취업 한 녀석은 돈을 잘 모을지 걱정
사업하는 사람은 내일 걱정
늙어 죽을 걱정
갑자기 암에 걸릴 것 같은 걱정
수도 없이 많은 걱정 속에 깔려 죽을 것처럼 살아가는 우리가 있다.
그래서 나는 기막힌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걱정 마트 : 엄선하여 고른 걱정을 팝니다. 걱정 사세요~!
걱정을 파는 곳 : 걱정 마트는 다음과 같이 운영해볼까 싶다.
판매 시간 : 24시간
판매 장소 : 웹(WEB)
판매 목록 : 당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걱정들.
가격 : 걱정을 해결할 수 있는 모든 것들(돈, 사람, 편지, 꽃, 위로, 쓰담쓰담, 데이트, 허그 등등).
판매 요령 : 내가 가지고 있는 걱정을 구체적이고 간결하게 적고, 걱정을 팔아넘길 가격을 적는다.
(ex) 군인인데 여자에게 편지 한 번 받아본 적 없어서 너무 슬퍼요 / 판매가 : 손편지 2장)
※ 특이사항
- 판매자와 구매자가 공존하는 걱정 마트.
- 오프라인으로도 거래가 가능.
- 유형적인 걱정이 아닌 마음속의 답답한 무형적인 걱정들도 거래가 가능
사실 이러한 걱정 마트들은 이미 우리 주변에 널려있다. 배고플 땐 식당이, 생필품이 필요할 땐 마트가, 옷이 없을 땐 쇼핑몰이, 친구가 필요할 땐 랜덤채팅까지. 이미 사회는 당신들의 걱정을 해결해주기 위해 다각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어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걱정을 하며 살 수밖에 없는 우리가 있는 거라면 좀 더 직접적인 걱정을 해결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기획 스타트다.